brunch

매거진 여행 산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냐 정혜승 Aug 25. 2022

<목포 찍고 제주> 차타고 배타고 카페리 재미로

1일차


서울서 점심 먹고 출발했더니 5시쯤 목포 도착. 유달산과 고하도를 잇는 해상케이블카로 목포를 처음 만났다. 유달산은 높지 않은데 바위들이 잘생겼다. 바닥이 유리인 케이블카도 첨인 애들은 신나서 발 사진 인증. 고하도 카페 건물 신박하고, 숲길과 해안데크길은 잘 정비됐다. 유달산에 내려 일몰 보려했지만, 고하도-유달산 케이블카에서 풍덩 빠지는 붉은 해를 간신히 봤다.


목포는 먹고픈게 넘 많아서 어렵다. 일몰까지 봤더니 다들 문닫기 직전이라 그나마 #송학낙지회관 급히 전화예약. 8시 직전 도착했더니 예약자 외엔 손님을 받지 않더라. 산낙지야 먹어봤어도 낙지전, 호롱구이, 초무침, 연포탕까지 모두 아이들은 처음. 엄빠만 잘 먹고다녀 미안한 마음에 인당 4만원 질렀다. 예약손님은 육전이 써비스인데 아들 최애템 등극. 신선하고 갓 부치고 무친건 맛없기 힘든데 심지어 낙지. 싸들고 온 화이트와인은 엄빠만 나눠마셨다. 나름 25주년 기념여행이다. 세월 참.


에어비앤비 깔끔 숙소도 괜찮았지만, 당초 맘이 끌렸던 1920년 구옥으로 잡았어도 좋겠다. 잠 설친 아들만 숙소에 남겨두고 아침엔 구시가지 구경. 거의 모든 근대역사공간은 월요일 휴무라 겉핥기로 일본이 남긴 적산가옥들 구경. 이제는 근대역사관이 된 일본 영사관은 그 시절 정말 명당에 그림같네. 역사를 잊지 말라고 세워진 소녀상이 고맙다. 아기자기한 인스타명소 거리. 오래된 건축들이 지금은 카페고 식당이고. ㅅㅎㅇ의원 투기 논란 빚었던 거리를 실제 보면, 이게 뭔.. 오래된 도시를 되살려내는 작은 시도들 응원이나. 월요일 휴무인 온갖 박물관, 기념관 중 김대중기념관 역시 못보고 간다. 담에 또 오지 뭐.


목포에서 고작 두끼라니. 떡갈비 포기하고 게살비빔밥. 유명한 ㅈㅌ보다 거의 반값인 동네맛집 #초원음식점. 2인 이상 주문가능해 병어찜 둘에 비빔밥 셋 주문했더니, 비빔밥 양푼을 넷 주시는 관대함. 참기름, 김 올려진 밥에 살만 발라넨 양념꽃게살 얹어 쓱쓱 감탄감탄. 시래기까지 맛있는 병어찜에 갈치속젓에 온갖 밥도둑 찬. 관광지도 중에 맛집편 따로 있는 목포의 맛부심 인정. #마냐먹방


고작 80여km 거리인데 뭔 1시간 반 걸리나 했더니 목포-완도는 저속 시골길. 이번엔 딸과 아들의 선곡에 따라 음악듣는 시간도 재밌다. 옆지기 좋아하는 포스트말론 부터 아들 픽 AJR, 릴 나스 X, 딸이 들려준 ‘문어의 꿈’도 역시 안예은. 여행의 흥! #마냐여행


완도에서 제주는 배로 2시간40분. 우리가 탄 배는 차량 100대 쯤 태운다는데 세월호보다 작다고 했다. (사이트 확인 결과, 최대 877명, 390대 승선 가능) 처음 타봤는데 5층 2등칸은 TV에서 본 내무반 비슷. 아예 라운지 테이블에 자리잡고 중간중간 바닷바람 즐겼다. 6층 1등칸도 있지만 5층도 곳곳에 문만 열면 선상이다. 배 밖으로 나가는게 어렵지 않다. 가만히 있으라..대체 왜 그랬는지, 새삼 억장 무너지는 기분. 인천-제주 항로도 작년에 7년 만에 재개됐다는데, 이제는 조금 더 안전해진 세월을 보내고 있나. 남한엔 섬이 3300개나 있고, 대부분 남서쪽 다도해에 자리잡았는데 출항하고 한참, 그리고 도착 전 한참 멀리 뭍이 보인다. 이런 바다였구나. 검푸른 바다는 아득했다.


카페리 여행은 첨인데 차 내리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제주시는 길이 막혔다. 예상보다 늦어져 어둑한 바닷가 맛집이라니. 캐치테이블에서 애월 검색해 예약한  #후프바베큐. 가성비 떨어지는 2~3인 플래터보다 추가주문한 풀드포크와 립이 훨씬 푸짐. 풍미야 익숙하지만 정말 부드럽다. 특히 한라봉 구이 놀랄만큼 맛있다.


작은 소품, 조명 하나 세심한 느낌의 아기자기 카페 #너와의첫여행. 소금빵은 오전에 반죽해 12시에 나온다고 해서 아쉬웠지만 크로플맛집. #아르떼제주 가는 길에 운좋은 아침이었다.


아르떼제주는 제주 북서부 코스로 오래전 찜. 남동쪽 빛의벙커 좋았던 만큼 기대했고 이런 미디어아트는 입장료(1.7만)가 쎄서 그렇지 아이와 어른을 위한 놀이터다. 애들은 처음이었고, 좋아했다. 빛의벙커가 명화 중심 전시라면, 아르떼제주는 현란한 그래픽쇼. 꽃잎 휘날리고, 폭포가 쏟아지고, 정글의 사자, 기린, 바다엔 고래.. 전시도 있는데,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보티첼리는 우피치 추억. 르느와르, 모네, 고흐, 클림트..알만한 작품들로 우리나라 사람들 취향 맞춤.


점심은 협재 인근 급검색해 뷰와 맛을 다 잡았다는 #협재고기부엌. 통창 너머 바다인데 창가 자리는 놓쳤지만 예약 없이 자리잡았고, 고기와 셋팅 꽤 괜찮다. 흑돼지 모듬에 갈매기살 추가하고 전복구이에 트러플짜파게티로 마무리.


북서부에선 협재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물은 얕고 모래는 부드럽고..애들 천국. 좀 더 어른의 바다를 골랐어야 했다만..가족 중 누군가는 잘 놀았으니 됐다. 딸은 짠물보다 숙소 수영장 물을 선호. 사진만큼 멋지진 않지만 #탐라스테이 풀장 그럭저럭.


저녁은 프로먹방러 K옵과 B온니의 추천 제주시 #일도가공. 힙한 술집인데 살캉쫄깃고소 오징어튀김부터 동남아풍 소스 얹은 야채튀김, 튀김보다 구이같은 항정살튀김 등 모두 창의적이고 훌륭. 닭고기는 너무 부드러워 놀랐다. 옆지기는 애플사이다보다 감자술에 흡족.

 

바로 옆이 동문시장인데 야시장 먹거리로 이렇게 난리난줄 몰랐다. 랍스터 구이 불쇼엔 엄청난 인파가 몰렸고, 전복김밥이나 문어구이, 닭강정, 쫄면튀김..거의 모든 코너에 길고 긴 줄. 남은 감자술을 숙소에서 먹기로 하고, 딸이 원한 고등어갈치회 한접시(1.5만) 픽. 이번 여행은 #마냐먹방 끝까지 달린다.


아마 최강의 화장실 뷰가 아닐까 감탄한 애월카페 #회춘. 돌하르방 모양 커피얼음도 놀랍다. 당초 브런치 노렸으나 그냥 잠깐 들리게 된건 #강김밥집 우엉김밥 멸치김밥 컵라면이 숙소에서 편한 아침 메뉴가 된 탓. 물론 모두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아침이긴 하다.

항구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제주 첫 숙소를 애월에 잡고, 동쪽 구좌로 넘어가는 이번 #마냐여행. 오늘 목적지 부근 식당 중 상큼 기대했던 #자연과사람들밀면. 대야처럼 큰 양푼의 밀면은 보통도 곱배기도 모두 8000원. 후루룩 후다닥 점심 괜찮더라. 그리고 마침내.


제주 368개 오름 중 유일하게 사전예약이 필요한 유네스코자연유산 #거문오름 탐방을 1시로 잡았다. 언젠가 아이들과 꼭 함께 걷고 싶었던 곳. 적잖은 제주 오름, 올레, 숲을 걸었지만 숲해설사와 함께 했던 옛날 기억이 무척 좋았다.

화산 폭발 후 용암이 흘러간 분화구 지형의 거문오름은 곶(숲)자왈(자갈돌). 백록담 둘레가 1.7km라는데 거문오름 분화구는 4.6km. 사진으론 담기지 않지만 깊고 깊은 분화구 계곡을 따라 걷는다. 더운 날에도 울창한 나무 아래 바람이 시원하고 용암이 만든 숨골들. 곶자왈의 나무들이 흙이 아니라 돌 위에 자란다는 얘기도 흥미롭고. 1960년대 조림한 일본산 삼나무가 숲의 다른 식물들 성장을 막는데..여긴 자연유산인 만큼 삼나무를 베어내고 자연림을 조성하고 있다고. 느리게 진행하지만 어느새 자연림이 울창하다. 2시간반 서늘한 숲 산책, 여름 제주를 즐기는 법이지. 인근 동백동산이 겨울에 좋다는 설명에, 수년전 처음 곶자왈 알게된 그때 기억이 새삼 아련했다.


제주 두번째 숙소는 에어비앤비로 고른 구좌읍 돌담집 #담뜨락. 원래 여기서 2박인데 어찌저찌 1박으로 줄인게 아쉽다. 예쁘고 쾌적하게 변신한 제주의 옛집에서 쉬엄쉬엄 시간을 더 갖고 싶었다. 호텔에서 미뤄둔 빨래를 돌리고, 마당에 너는 시간 자체가 평온하다. 밤에 별도 보인다!

이날 저녁은, 예기치않게 온니와 형부 가족 전격 만남. 마침 제주 인증샷 보고 연락드렸다. 역시 오래전 기억 좋았던 #성미가든 닭샤브샤브-백숙-녹두죽 코스. 이게 또 별미이긴 하다만, 반가운 분들과 예정에 없이 편안하게 먹고 마시는 시간을 갖다니. #마냐먹방 즐거웠다.


구좌읍 하도리는 조용한 동네다. 아침의 바닷가는 고요해서 배들도 가만히 쉰다. 산책길에   사람은 어느 낚시꾼. 반짝이는 바다를 혼자 품으셨네. 뭍에는 조선 중종 5(1510) 세운 별방진 돌담이 길고 높다.

오늘 일정은 스누피? 우도? 출발  정했다. 섭지코지로. 진짜 예쁜 해안길이지.  빼곤  첨인데 모두 감탄했다. 딸이 썬글라스를 잃어버려 여행에서  정도 손실은 감당가능하다고, 아프지 않고  다니면 됐다고 위로.  예비 썬그리 상납했다. 점심은 부근 검색해 회센터.. 살짝 아쉽지만 애들이 좋아했으니 됐다.


오후 일정은 역시 아무도 안 가본 #만장굴. 난 동굴 가봤다고 생각했는데 여기가 아녔네. 용암이 남긴 흔적은 깊고 위대한데, 조명과 구성이 많이 아쉽다. 그래도 더운날 13도 에어컨굴 산책이 어디야.


북부해안 #모알보알제주 인스타 갬성 쩌는 카페. 널부러지기 좋은 쿠션도 인상적이지만, 바닷가 풀밭에 침대? 피아노? 인생샷 남겨라 남겨라 남겨라 한다. 의외로 아들이 알차게 활용.


순대모듬 훌륭한 #제주미담. 순댓국 안의 순대는 별론데 모듬의 순대는 진짜 내장에 고소하게 채운 피순대 스타일. 고기국수도 흡족. 매끼 이것저것 시도한 #마냐먹방. 고기국수로 마무리 해서 다행이다.


비우면서도 채운 45 #마냐여행. 이제 다시 완도로 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20세기 디자인전, 팀버튼전..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