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여행 산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냐 정혜승 Sep 18. 2022

<히토 슈타이얼, 데이터의 바다> 영상 이야기꾼이란

페북과 인스타가 나의 무급노동일까. 내가 만들어내는, 지금도 만드는 이 데이터는 어떻게 쓰일까. ㅇㅈ님은 프로필을 통해 정체성을 드러내는 행위가 이용당하고 있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냐고 <프로필 사회> 독후감을 남겨주셨다. #히토_슈타이얼 #데이터의바다 전시가 떠올랐다고 했다. 안그래도 ㅇㅎ님이 꼭 보라고 권했던 전시. 18일까지였다. (혹시 오늘 오후에 보실 누군가가 있을랑가) 어제 오후 혼자 달려가 3시간 넘게 정신없이 잘 놀았다. 무식한 나는 이름도 처음 들어본 Hito Steyerl, 독일 출신 뉴미디어 아트 ‘세계적’ 예술가이고 알고보니 언니다.

후딱 보고 와야지 했는데, 모든 전시가 그가 만든 영상이다. 각각 10~20분이라 잠깐 볼까 했는데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이야기꾼의 힘이 펄떡인다. 데이터 사회를,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웃긴 난장판을, CCTV는 물론 내 흔적이 데이터로 남은 세상에서 ‘안 보여주기’ 시도를 쉴 틈 없이 역동적으로 보여준다. 1달러도 안하는 이케아 장바구니와 똑같이 생긴 2000달러 발렌시아가 Balenciaga 가방, 화려하지만 마음 둘 곳 없는 사치품의 세계를 보다가 멀쩡한 25달러 벨란시지 Belanciege 신발을 보면 웃음이 난다. 프롤레타리아가 신발을 돌려달라는 신호라나. 어떤 국가보다 더 커진 발렌시아가를 국영화하려면 케이먼 군도를 가면 될까? 돈, 데이터, 사람은 끝없이 움직이고 음악은 절묘하다. 내가 소셜미디어에서 만드는 정체성이 무료 진통제란 일갈은 독하지만 비틀고 과장하며 익살과 풍자를 섞은 이야기는 묵직한 주제를 즐겁게 전한다.

Social Sim.. 경찰 아바타들의 신나는 댄스를 보다보면, AI 기술이 만들어내는 세상의 황당한 역설들이 잠든 내 이성을 깨운다. 시위대 진압이 저런건가? 인종차별, 음모론은 어떻게 확산되는 거지? ‘야성적 충동’을 보다보면, 스페인 산마을의 양치기들의 삶 대신 동물 전투 메타버스 같고, 리얼리티TV 같은 저 이야기가 흥하는 시대를 생각하고, '치즈코인’을 만드는 블록체인 세상은 누구를 위한 거지? FUCK DIE HELL 이 우리 최애최다 키워드라고? 시리아 해커가 AP통신 트위터 계정을 해킹해 백악관 테러폭발로 오바마 대통령이 다쳤다는 메시지를 낸뒤 3분 만에 증시에서 1360억 달러가 증발한게 13년 일. 이런 세상, 괜찮은걸가?

누군가 오늘 전시 마지막 날을 놓치지 마시라고... 과도한 오지랖으로 급히 남긴다. 세상 힙한 멋진 언니들 거기 다 있나 싶어 또 인상적이었던 휴일의 #마냐산책 스크린 마다 저 빈백에, 의자에, 짐볼에 앉아보고 싶었는데 경쟁이… 경험이 다를텐데 아쉽

매거진의 이전글 <목포 찍고 제주> 차타고 배타고 카페리 재미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