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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Apr 17. 2016

<세월호>를 배우고 기억하는 것. 딸과 대화

일요일 오후, 운전하면서 딸과 짧은 대화.


"엄마, 어제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니까, 우리에게 또 다시 그런 일이 벌어져도 아무도 못 구할 것 같아ㅠㅠ"
"아마 그럴지도 몰라. 위에 보고를 더 많이 해야 하는 상황 같더라ㅎㅎ 그러니, 더 많이 노력하고 교훈을 다시 봐야지. 뭐든 바꿔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


"세월호가 나빴던 거야? 대한민국이 나쁜 거야?"
"어른들이 나빴어. 미안해. 대한민국도 쉽지 않지. 그걸 바로잡는 몫은 어른들도 애 쓰겠지만, 앞으로는 너희들 몫이 될 거야. 도망치는 것도 어려우니, 더 좋은 사회로 만드는 수 밖에."


"세월호 1주기 집회 때 차벽에 물대포?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말이 됨?"
"어제 집회는 평화로왔다고 하더라. 경찰도 친절했고. 어제 <그것이 알고 싶다>에도 나오지만.. 나쁜 언론도 있고, 좋은 언론도 있어. 경찰도 좋은 사람도 많고. 공무원도 그래."
"경찰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런데 가끔 수뇌부가 문제인 것 같아"
"오. 딸. 바로 그래. 리더가 중요해." (좋은 리더를 뽑는 것도 중요하고.. 리더가 올바르게 갈 수 있도록 견제도 중요하지..)


정부도 중요하고, 민간도 중요하지만.. 결국 시민사회가 건강하게 잘 움직여야 하고. 언론은 어때야 하며... 딸은 학원에 쏙 들어가면서, 이따가 돌아가는 길에 2교시 하기로. 엄마는 학원 앞 카페에서 대기 중.

어떻게 가르치고 배울 것인가.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아이가 사회에 대해 질문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모녀는 대화 중 도라에몽 탈을 쓴 영석이 아빠 얘기를 하다가.. 둘이 같이 울컥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세월호를 가르치고 배우는 현장은 정답이 아니라 물음이 중요한 곳이 될 것이다. 길을 잃었던 그 지점에서 다시 만나 같이 고민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는 과정이 될 것이다. 세월호를 가르친다는 것은 단지 세월호의 아픈 기억을 다음 세대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는 작업이 아니다. 파국적 사건을 기록하고, 이해하고, 그로부터 배움으로써 이 사회를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만들고 그 구성원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탄탄하게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일이다. 이번에도 배우지 못하면 우리는 영영 제자리를 맴돌 것이다.


어젯밤 <그것이 알고 싶다> 가 진짜 대단했다. 우리가 세월호에서 배워야 할 건 정말 많다. 별이 된 아이들은 많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그것이 알고싶다. 진짜, 그것이 알고싶다.

여러가지 생각꺼리들. 


- 세월호와 국정원의 관계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구나. 의혹이 양파처럼 까도 까도 또 나온다. 사실 음모론을 좋아하지 않고, 엄청난 음모 가능성을 현재로서는 믿지 않지만. 어떻게 해명 한 마디가 없나. 관리부실한 선박의 든든한 빽인지, 뭔 관계였는지.


- 청와대 관계자가 그 급박한 순간에 보고를 닥달하고,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말라고 엄명하셨다는 대통령 메시지를 받아적게 하는 장면..  


- 그 청와대 관계자의 장탄식은..배가 뒤집히거나 배에 갇힌 사람이 많아서가 아니라 5분전에 대통령에게 보고드린 인원수가 틀려서.


- 추모 정서는 미묘하게 유가족을 탓하는 방향으로 바뀌는데. 이 과정에서 언론은.. 정부와 유가족의 갈등을 집중 보도하고, 피해자들간 편가르기까지 선동. 결국 일부 국민들이 세월호 가족들을 외면하고 악당으로 몰아간 것은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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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렇게 냉정하고 깊게 보도한 것도 결국 언론. 그것이 알고싶다 팀에 감사와 응원을 보낸다.


세월호와 관련된 그 모든 사람들 중, '내 책임' 이라는 말을 (글이지만) 하신 분은 그때 돌아가신 단원고 교감선생님뿐이다. 절대 잊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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