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옛 최종보쓰께서 서점을 열었다. 서점 매니저로서 괜히 더 기쁘다. 포스기 앞 사진은 평소처럼 점잖아 보이시지만 확대하면 혹시 눈동자가 흔들리시는 건 아닐지ㅎㅎ
난 그랬다. 서점 포스기 사용법 익히는데 실수할까봐 살짝 떨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선수라는 자부심도 포스기 앞에선 쪼그라들었다. 수많은 알바들이 해내는 그 과업, 1만 시간은 아니더라도 몇 번은 해봐야 손에 익는다. 아직도 결제 취소 등 난이도 높은 작업에는 뒷목부터 긴장이 넘어오다가 결국 총괄매니저님에게 SOS 칠게다. 그래도 다른 모든게 좋으니까 여행 가서도 서점이 그리웠겠지.
서점 언니로 돌아오니 마음이 편하다. 여독이고 시차적응이고 뭐고 상관 없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포르투의 렐루 서점을 소개하는 책과 에코백을 사왔다. 렐루 굿즈에 반했으나 내것 대신 #북살롱_텍스트북 위해서만 가져왔다는 거ㅎ 브랜드를 키우고 굿즈를 만드는 날을 꿈꿨던 시절도 떠오른다. 상상은 현실이 되지 않았지만, 텍스트북 굿즈는 팔아볼 수 있지 않을까?
2주 비운 사이 새로 들어온 책을 살펴보려고 했는데, 새 술 메뉴만 보인다. 하이볼의 계절이 왔다고 하기엔, 이 서점 작년 늦여름에 열었지ㅎㅎ 처음 맞는 봄이 지나가고 있다. 내가 이제 하이볼도 타는 인간이다. 새로 들어온 와인도 화사하다. 뿔리아 팝? 낯선 이름인데 서점 사장님께서 딴데서 드시고 반했단다. "청사과, 하얀 꽃향의 아로마"의 화이트 와인에 끌린다. 뭔뭔 컨테스트 1위 레드 보다 이런 설명이 좋다. 그럼 뭐하나..
위스키 종류도 확 늘었다. 내사랑 히비키가 들어왔다. 정말 좋아했다. 그랬다. 그럼 뭐하나.. 누군가 히비키 주문하면 향이라도 맡아보련다. 그리움이 피어나겠지.
서점지기 1호가 고른 4월 책은 #스마트_브레비티. 지금도 내 편지함에 가득한 미디어 Axios 공동 창업자들의 철학과 커뮤니케이션 비법을 담았단다. 아마존 비즈니스 글쓰기 1위 책, 그럴만하다. 얼룩소 초창기 Axios 스타일 연구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번역자가 옛 동료구나,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짧게, 하지만 얕지 않게', 이게 결코 쉽지 않다. 맥락까지 충분히 이해해야 간결해진다. 사람들을 몇 초 안에 사로잡는 기술은 별개다.
옛 최종보쓰의 서점에 가보고 싶다. 이제는 숙련된 서점 매니저가 나다. 포스기 세계는 넓고 깊으니 그건 넘어가고, 책을 고르고, 책을 읽고, 책을 소개하고, 책을 쓰고, 책 모임을 하고, 책을.. 서점이란 공간은 사랑스럽다. 마음은 어느새 부드러워진다. 서점 언니 꿀팁을 나눠야 할텐데.
오전에 #소뿔농장 4월 꾸러미를 받았다. 내 여행에 맞춰 발송 늦춰주신 다정함까지 풍성했다. 싱싱한 파와 루꼴라가 가득이라, 오늘 오실 단골께 나눠드릴 참이다. 주부의 마음을 이해하는 단골님, 이럴때 또 좋구나.
단골 뿐 아니라 옛 동료와 옛 클럽 멤버가 각각 놀러올 시간이 다가온다. 다사다난 소식에 잠시 현기증을 느꼈지만 오면 꼭 안아주고 싶다. 토닥토닥 해야지. 어찌됐거나 기다리는 마음은 설렌다. 그대는 알까? 이 마음?
서점 사장님 인터뷰, 처음 보는 이름모를 오늘의 서점 꽃은 뽀너스 컷
ㅇㅎ님, ㅅㅈ님, ㅇㅁ님에게. 내 점심 도시락 남은 플레이트. 책 좋아하고 다정한 여자들은 낯선 만남에도 호의적이다ㅎㅎ
#서점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