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디지털 저널리즘 한다고 빨래방을 차렸다. 부산일보 기자들 얘기다. 부산의 오래된 달동네 산복마을 지역 밀착 취재를 위해 한달살기 같은 걸 고민하다가 차라리 빨래방? 이렇게 시작했다. 어르신들, 빨래는 공짜로 해드릴테니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담달 팟캐스트 책과 트레바리 책 찾아 겸사겸사 들춰보다가 #세탁비는_이야기로_받습니다_산복빨래방 후루룩 읽어버렸다. 아이디어도 신박하고, 회사에서 예산지원 못받을까봐 '우리 빨래방해요~' 서동요 전략으로 사내 소문부터 내서 밀어붙인 뚝심이 유쾌하다. 빨래가 무료라니, 기자 피디 청년들이 지키고 있다니 신기해 하던 어르신들은 다정함을 제대로 보여주신다. 동네 중앙 계단 주변 '계세권'에 자리잡은 빨래방에 부추전 등 온갖 먹거리를 날마다 싸들고 오신데다, 풍성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주셨다. 그때 그시절 편지 한통으로 연애를 시작해 50년 산복마을 지킨 할머니를 비롯해 동네사람들 사는 얘기들에 함께 배부른 느낌이다. 사회공헌 꺼리 찾는 대기업에 연락해 어르신들 극장나들이도 기획하고, 영정사진 말고 예쁜 사진 찍어드리는 프로젝트까지 기자라 할 수 있는 것도 많다. 언론사 유튜브가 조회수에 매달리지 않고 지역 이야기 아카이브 실험에 나선 것도 칭찬해. #남은건책밖에없다
폰트도 사진도 대놓고 추억속으로 #형사박미옥. 대한민국 여경의 전설이라고? 지난주 텍스트북에 들어온거 좀 들춰보고, 교보에서 절반 넘게 보고, 오늘 텍북에서 마저 보려고 했더니 그새 나갔다. 헹..
1991년 한국 경찰 역사상 최초로 여성형사기동대를 모집하는데, 대체 누가 지원하겠냐, 너 한번 해보라는 상사에 등 떠밀려 민원실 여경이 강력계 여형사가 됐다. 첫번째 임무는 여자 사우나에서 벌어진 불법도박판 단속. 그동안 여형사가 없어서? 못했던 온갖 일들에 투입됐다. 협박범에 대응하는 회사 여직원도 해보고, 여경 무용론은 예나 지금이나 남루할만큼 많았고, 그는 하나하나 깨부쉈다. 같은 동료가 자신을 냄비라고 비하해서 부르면 주전자라 맞받아치고, 유도, 태권도, 검도 유단자로서 현장에서 펄펄 날았다. 탈옥수 신창원 검거 사건을 비롯해 온갖 사건에 이름을 올렸고, 숭례문 방화사건에선 현장 지휘 능력도 발휘했다. 드라마 #시그널, #악의마음을읽는자들, 영화 #감시자들.. 그가 자문한 작품들이 수도 없이 많다. 배우가 꼼꼼하게 물으면 신나서 정확하게 답했다. 그 메일들이 참 다정하다. 사람이 먼저라고, 무슨 일을 하든 태도가 전부란 걸, 새삼 생각한다. 멋있으면 다 언니라더니, 책장이 쓱쓱 넘어가는 에피소드를 읽다가 문득 뭉클하다. 그 시절, 벽을 부수는 언니들이 곳곳에 있었다. 딸이 좋아하는 예능 '사이렌'이 남초 직군에서 편견을 이겨내던 여자 경찰관, 소방관, 군인, 운동선수, 경호원, 스턴트 배우들의 악바리 근성을 세밀하게 추적했듯, 예나 지금이나 그렇다. 91년에 시작한 언니 이후, 우리는 얼마나 왔을까?
정리하다말고, 문득 냄비가 왜 여성비하지? 굳이 검색했다가 충격. 진짜 나쁜 넘. 그런 말을 동료에게 해도 괜찮은 시대였나. 마초적 자부심이든 뭐든 누군가에게 모멸감을 주는 방식으로 일하는 이들도 어디에나 있다. 악당이 있어야,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사는 이들이 다르게 보이나보다. #남은건책밖에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