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을 누군가에게 나누는 걸 좋아했다. 한동안 잊고 살다가, 요즘 다시 시작했다. Y님이 선물해준 유이월 작가의 #찬란한_타인들, 책장 위에 계속 두느니 휘리릭 읽고 넘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때만 해도 내가 소설에 몰입하는 즐거움을 되찾을지 몰랐다. 짧은 소설 묶음집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내 생각이 틀렸던 것도 몰랐다.
난데없이 햄튼 샌드위치 가게 얘기로 시작했다. 으응? 저자 소개를 보니, 10년간 미국에서 지냈다고. 외국 배경, 무척 자연스럽네? 하던 중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몇장 넘기자마자 짧은 이야기들에 홀렸다. 어어, 이게 도대체 머선일이구. 그녀는 뭐였던거야? 와아, 미쳤구나. 그 다음 얘기는, 아니 이게 또 뭐야..
지하철에서 숨도 안쉬는 기분으로 소설에 빠졌다.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여자를 만나냐고, 여자들과 대화하는 자체가 피곤하고 구차하고..여자와의 교류란 불가능하고 수치스러운 것이 되어버린 미래 어느 청년 얘기는 귀여운데 서늘하다. 2028년 5대 영양소 중 지방이 쫓겨나 4대 영양소가 된 시대의 이야기, (1)매일의 식사 (2) 생계를 위한 일이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서비스 중 16번팩 '술과 장미의 나날들'을 쓰는 이의 독백도 유쾌한데 저릿하다. '외로움을 모두가 공유하게 된 시대에 유일하게 외롭지 않은 점은 나만 외롭진 않다'는 얘기에, 외로움도 그렇게 소포장된 상태로 배달되는 느낌을 말하며, 하루하루 편리하다고 하는 작가님..
정말 짧은데, 그 다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근두근 벌렁벌렁했다. #환상특급 마냥 초현실적 전개가 아찔했다. 막판에 조금 덜 읽은 채로 C님에게 선물했다. C님의 쏘신 필레터 해물요리 못잖게 근사한 소설집이란거, 공감해주시면 좋을텐데. #남은건책밖에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