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냐 정혜승 Jun 30. 2023

걸리 드링크>엄청난 주당이며 놀랍도록 아름다웠던 언니들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꽂혀서 난리친 내가 이 책을 또 만났다. 메소포타미아부터 시작한 이야기가 끝내준다. #걸리_드링크. 부제가 '인류사 뒤편에 존재했던 위대한 여성 술꾼들의 연대기'다. 앞부분만 쪼끔 봤는데, 반했다. 두꺼운 책 읽을 마음의 여유는 없는데 어쩔. 이것은 북리뷰가 아니다. 고작 도입부에 반해 주절주절 기록 남길 뿐.


메소포타미아에서 여성의 삶은 나쁘지 않았다. 사업과 장사에도 종사했다. 신을 모시는 사제가 되기도 했다. 성노동자에 대한 낙인도 없었다. 귀족이나 부유층 여자아이들은 학교에 다녔다. 5000년 전 성평등 사회라니.

메소포타미아인들은 남신이 아니라 여신에게 술잔을 바쳤다. 수메르의 여신 닌카시는 맥주를 관장했다. 수메르 양조장에서 맥주를 만드는 여사제의 급여는 맥주2리터. 기독교인들이 포도주를 마시기 수천 년 전에, 수메르 여자들은 맥주를 만들고 마시고 난카시를 숭배했다.

맥주 양조법을 담은 수메르 석판

닌카시의 정신적 자매 하토르는 이집트의 여신이다. 술 취한 여신. 하토르 축제에서는 남녀 모두 음악, 춤, 연극, 섹스와 폭음을 즐겼다고.

이거이거 내가 1월에 갔던 이집트 아스완의 에드푸 신전 얘기였다! 독수리신 호루스의 성지, 아내 하토르 여신은 다른 신전에 있는데 여기로 옮겨와 밤을 보내는 제례를 3주간 축제처럼 즐겼다고 했다.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호루스와 하토르. 와중에 기독교인들은 벽화마저 벽 쪼아서 훼손. 뭐가 그리 미워서

무튼 이집트에는 기원전 3400년경, 그러니까.. 5400년 전쯤에 운영하던 양조장 흔적이 있다.


인류 최초의 시인으로 알려진 앤헤두안나Enheduanna는 메소포타미아의 여성이었고, 기원전 2286년에 태어난 우르의 대제사장이었다. 남녀 통틀어 처음으로 일인칭 작품을 썼다. 축배를 들면서, 한잔 마시면서 썼을 거란 작가 얘기ㅎㅎ

Enheduanna는


이 자유로운 성평등 문명에서 어쩌다 가부장제를 확립한 것은 한참 뒤 바빌론의 함무라비 왕이다. 보호라는 명목 하에 여성의 수많은 권리를 빼앗고 아버지나 남편의 소유물로 만들었다..기원전 1754년 함무라비 법전은 여성의 경제적, 성적 자유에 대한 치명타였다. 수천년이 지나도 회복 안되는 수준이니 너무한 거 아냐? 이후 메소포타미아의 건전한 여성은 술집에 가지 않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민 취급도 안했던 그리스 여자들도 술마실 권리가 제한됐다. 그리스 남자들은 현재 이탈리아 중부의 이웃 에트루리아 여자들이 자유롭게 술마시는 걸 흉봤다. 그러나 한 그리스 여행자는 에트루리아 여성들을 두고 "엄청난 주당이며 놀랍도록 아름답다"고 기록을 남겼다고.


한때 로마의 이상적 여성상과 정반대라 미움 받은 여자가 클레오파트라다.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밝히는 강한 여성? 게다가 술을 좋아했다. 시리아나 이오니아산 달콤한 와인을 즐겼고, 꿀이나 석류즙을 섞어 마시곤 했다. 권력을 가진데다 술까지 좋아하는 여자라니. 로마인들 눈에 너무나도 위험한 존재였다. 클레오파트라의 전략적 파트너이자 연인이 된 것은 카이사르에게 암살의 한가지 요인을 제공했다. 이후 안토니우스 역시 클레오파트라의 연인, 정치적 파트너가 됐는데 둘은 '흉내 낼 수 없는 간'이란 음주 모임을 만들어 와인, 도박, 사냥을 즐겼다. (그때도 간의 기능을 알았다고?) 클레오파트라는 과음을 하진 않았고, 안토니우스는 고주망태 쪽. 로마는 이 소문을 듣고 안토니우스가 아닌 클레오파트라를 비난했다. 여성의 음주는 용서할 수 없던 분위기였다나. 옥타비아누스가 주도한 가짜뉴스는 클레오파트라를 사악한 유혹자이자 음탕한 술꾼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냥 여왕이었고, 뛰어난 철학자이자 실리적 군사 지도자였다.


책 제목은 K선배 덕에 들어봤다. 금주 기념으로 여자들 술 연대기 책을 샀다고요??


서점에 들어왔길래 조심조심 들춰보는데 ㅅㅈ이 넘넘 잼난 책이라고 소리쳤다. 알고보니 목차만 봤다고ㅎㅎ 바로 그 문제적 목차다. 이걸로 반할 수 있다. 물론 나도 고작 2장까지 봤다.


프롤로그

1장 술 취한 원숭이가 발견한 알코올 _태고의 시간

2장 클레오파트라의 ‘흉내 낼 수 없는 간’ _고대 세계

3장 힐데가르트 수녀의 일용할 맥주 _중세 초기

4장 최초의 여류 ‘주류’ 시인 이청조 _중세 중기

5장 탕아 메리 프리스와 증류주의 등장 _르네상스 시대

6장 예카테리나 대제의 보드카 제국 _18세기

7장 미망인 클리코와 샴페인의 여왕들 _19세기

8장 전설의 바텐더 에이다의 아메리칸 바 _20세기

9장 금주법에 맞선 밀주의 여황제 _1920년대

10장 테킬라와 바지, 어느 여가수의 유산 _1930~1940년대

11장 미국을 휩쓴 티키 문화와 술집 여주인 _1950년대

12장 라프로익의 어머니와 레이디스 나이트 _1960~1970년대

13장 최초의 여성 마스터 블렌더와 자메이카 럼 _1980~1990년대

14장 칵테일 르네상스 시절의 바텐더들 _2000년대

15장 모든 술이 여성의 술이다 _2010년대

에필로그


번역(하지 않은) 제목만 좀 아쉽. 나도 엄청난 주당으로 아름다운 언니들 계속 해야 하는데…술 땡긴다ㅠㅠ #남은건책밖에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찬란한 타인들> 짧고 여운이 긴 환상특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