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냐 정혜승 Jul 13. 2023

<도둑맞은 집중력> 트위터 탈출 버튼이라며?

분명 검색해서 찾을 정보가 있었다. 폰을 열었더니 카톡에 새 알림이 있다. 친구가 링크한 글로 넘어갔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뉴스 좀 보던 중 텔레그램으로 일정 조율 메시지가 왔다. 캘린더 보는데 인스타그램 알림이 떴다. 오, 친구가 가본 식당 좋아요. 백숙 먹고 싶은데 마트에 닭고기 할인 없나? 지난번 토마토 괜찮았는데 메이커스에서 재주문해야지?  페북 답글 올라왔네? 그런데 내가 왜 폰을 열었더라?


나는 멀티태스킹 잘하는 인간인 줄 알았다. 집중력 괜찮은 인간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망했다는 불안과 초조함이 넘실거린다. 사무실에서 사람들이 집중하는 평균 시간이 3분이란다. 놀랍지 않다. 클릭하고 마음에 드는지 결정하는데 0.017초, 콘텐츠 보는데 평균 26초 쓴다는 건 [스마트 브레비티]에 나온 얘기였다. 3분이면 나름 애쓴 셈이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도둑맞은 집중력]은 모처럼 짜릿한 베스트셀러다. 등골 서늘하게도 다 내 문제였고, 우리 얘기였다. 독서클럽에서 함께 봤는데, 저마다 집중력을 도둑맞은 상황에 대한 간증을 이어갔다. 트위터에서는 ‘트위터 탈출 버튼’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트윗이 늘었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스마트폰 없는 생활을 강행한뒤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직접 확인했다. 뭔가 놓칠까봐 내내 폰을 확인하는데, 그게 반드시 뭔가를 놓치는 방법이었다. 그는 파리 루브르 박물관 모나리자 앞에서 한 시간 동안 사람들도 관찰했다. 북적대는 사람들 틈을 파고들어 모나리자에게 등을 돌리고 셀카를 찍은 다음 힘겹게 빠져나오는 사람들. 누구도 몇 초 이상 모나리자를 보지 않았단다.


집중력 부족? 당신 탓이 아냐


집중을 못하는 건 내 문제이고, 습관을 바꿔야 하나? 저자는 우리 탓이 아니라 시스템 문제라고 조목조목 따지고 들었다. 일단 너무 많이 쏟아진다. 책에 나온건 아니지만, 내가 즐겨 인용하는 ‘Data Never Sleeps 10.0’ 2023년 버전을 살펴보자. 단 1분 동안 구글에서는 590만 건의 검색이 이뤄지고 유튜브에서는 500시간 분량의 영상이 업로드된다. 페이스북에서는 170만개의 포스팅이 공유되고. 사람들은 2.3억 통의 메일을 보낸다. 데이팅 앱 틴더에서 100만 번의 화면 넘기기가 이뤄진다. 우리가 보내는 1분이 이렇다.


이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13년 그래프를 보면 소박해보인다. 분당 유튜브 업로드가 48시간 분량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렇게 멀리 왔다.

양만 늘어난게 아니라 속도도 빠르다.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논의된 상위 50개 주제를 조사해보면, 2013년에는 한 주제가 17.5시간 머물렀는데, 2016년에는 11.9시간으로 줄었다. 뉴스가 뉴스로 묻히는 느낌? 정확하다. 현대 사회가 이렇게 굴러가면서 집중력 위기라는 유행병이 등장한 셈이다.


멀티태스킹의 실체는 암울하다. 사람의 뇌는 컴퓨터처럼 여러가지를 동시에 처리하기 어려운데 컴퓨터 용어를 붙여놓았다. 시험 중에 문자를 받은 학생들의 성적은 평균 20% 더 나빴다. 이메일과 전화 등 방해가 더해지면 IQ 테스트 결과도 평균 10점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다. 우리 뇌는 전환하고 재설정하는데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자신의 경험을 기억으로 바꾸는 과정에서도 정신적 여유와 에너지가 필요한데 멀티태스킹 한답시고 오락가락 하는데 소모된다. 메신저와 메일, 소셜미디어 알림 기능은 순기능 만큼 역기능이 분명하다.


몰입의 즐거움은 손상됐다. 유의미한 목표를 향해 능력의 한계까지 스스로 밀어붙이는 몰입은 자의식이 사라지는 열락으로 이끌지만, 집중 못하면 꽝이다. 수면도 문제다. 18시간 깨어있으면 하루가 끝날 무렵 반응 속도가 혈중알콜농도 0.05 수준이다. 21시간 깨어있으면 음주단속 걸릴 수준과 다름없단다. 우리 뇌에 낮동안 쌓이는 독성 단백질, ‘뇌세포의 똥’을 잠 잘 때 청소하지 못해도 집중력이 떨어진다. 카페인은 우리를 깨우는게 아니라, 졸립다는 신호를 차단한다. 연료를 주는게 아니라 연료가 얼마나 텅 비었는지 알아차리지 못하게 마비시키는 효과다. 미국인들은 40%가 만성수면부족. 개운하게 아침을 맞는 이는 15%에 불과하다. 우리는? 독서모임 멤버의 절반 이상이 하루 6시간도 못자고 있었다. 한국은 평균 6.3시간으로 세계에서 잠을 가장 적게 자는 나라란다. 7시간을 못채우는 나라가 한중일 뿐이다. 그나저나 밝게 빛나는 전자기기를 들여다보는 건 수면에 도움이 안된다지만, 다들 침대에서 폰 보지 않나?


저자는 독서의 붕괴도 집중력 감퇴의 증상이자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2016년 미국인들은 하루 평균 17분 책을 읽었고, 5.4시간 폰을 이용했다. 세상은 복잡하며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이해 가능하고, 천천히 사고하고 파악해야 하거늘. 우린 그런 역량도 잃어버리고 있다. 실험 결과, 소설을 많이 읽을수록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읽어냈다는데 공감 능력도 점점 더 낮아지게 되는 걸까? 넷플릭스라도 보면 나을까? 휙휙 빨리감기로 보면서 과연..


기본소득 실험도 집중력 차이를 드러냈다. 경제 상황을 걱정해야 한다면 뇌가 가진 능력의 상당 부분이 그쪽에 쓰인단다. 가난한 것도 서러운데 집중도 못하다니. 기본소득의 순기능 하나 추가하자. 심지어 밥상 문제도 연결된다. 방부제와 착색료를 제거한 식단을 제공하면 아이들 70% 이상이 집중력이 높아진단다.


작고 얄팍한 해결책과 근본적 해법


폰 스크린타임을 보면서 각성하고, 일할 때 방해금지기능을 쓰라고? 저자는 ‘잔혹한 낙관주의’를 거론했다. 비만이나 우울, 중독처럼 근본적 원인이 있는 거대한 문제를 ‘너만 잘하면 된다’는 식으로 개인적 해결책을 제시하면 실패해도 시스템 대신 자신을 탓하게 된단다. 내가 일을 다 망쳤고, 내가 못났고. 알림 혹은 방해금지 설정을 잘하지 못한 것은 내 책임이라고. 이런 접근은 오히려 근본적 해법 논의를 방해한다.


페이스북에 사용료를 부과하면 어떨까? 심각한 정치 양극화로 주의력을 빼앗는 유튜브 추천 기능을 없애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일 뿐이라고? 빅테크의 감시 자본주의를 그냥 내버려둬야 할 이유가 없다. 저자는 유해한 납 페인트를 막은 건 규제였다고 강조하면서, **“그 어떤 권력의 원천과 일련의 생각도 맞서 싸우지 못할 만큼 거대하지 않다”**고 했다. 1980년대 부부 강간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에 캘리포니아 한 의원은 “아내를 강간하지 못하면 누굴 강간할 수 있습니까?”라고 반대했단다. 1962년에 게이는 감옥에 가야했다. 세상은 바뀐다. 문제가 있다면 막는 법을 찾아야지 그냥 냅두는게 맞나? 영화 ‘에놀라 홈즈2’에 나왔듯 값싼 독성물질 백린으로 성냥을 만들던 세월도 오랜 투쟁 끝에 끝내 막을 내렸다.


빅테크 기업의 선의를 기대하는 것은 뒷통수 맞을 일이다. 페이스북은 알고리즘이 극단주의 그룹을 추천하는 문제를 놓고 내부적으로 해법을 찾았다. 결론은 현재 모델을 폐기하지 않고 성장할 경우, 사회에 유해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그러나 돈은 덜 벌어도 세상을 망가뜨리지 않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제언은 끝내 무시됐고, 해당 팀은 해체됐다.


생각을 바꿔볼 여지는 곳곳에 있다. 주4일 근무를 택하자 일터에서 소셜미디어 하는 시간이 35% 줄었고, 참여도와 협동력은 30~40% 높아졌다. 프랑스는 근무시간 외에 ‘연결을 끊을 권리’를 2016년에 법제화했다. 근무 외 시간에 이메일에 응답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했던 기업이 6만 유로를 배상한 판결도 나왔다.

집중력 감소에 내 탓 않는다고 해서, 노력이 필요없는 것은 아니다. 독서클럽 멤버 한 분은 눈이 나빠진 김에 퇴근 후에는 폰을 비롯해 어떤 디스플레이도 보지 않는다고 했다. 운동하고 책 읽는 시간을 그렇게 만들었다. 저자는 알림을 끄는 것을 넘어 폰과 노트북을 잠그는 등 기술적 기능을 활용했다. 1년 중 6개월은 소셜미디어를 중단했고, 창의성으로 이어지는 딴 생각을 하기 위해 폰 없이 한 시간 산책하는 습관을 만들었다. 8시간 수면도 지킨다. 무엇보다 자신의 산만함에 반응하는 방식을 바꿨다. 나는 왜 게으를까, 부족할까 자책하는 대신 지금 무엇을 해야 몰입에 빠져들지, 질문을 바꿨다. 그래, 답은 몰입이다. 나는 지금 어떤 몰입의 행복을 즐기고 있지? 폰으로 보는 웹소설이라고? 이럴수가.


독서클럽 내 발제를 덧붙인다.


<도둑맞은 집중력>


1. 도둑맞은 당신의 집중력

    - 이 책 보면서 집중을 몇 번이나 도둑맞았어요? 의식하니 다른 책보단 최소한 집중 더 했나요?

    - 당신의 집중력 방해 주범은 뭐뭐뭐죠? 집중못하는 거 자책하거나 고치려 해봤어요?

    - 멀티태스킹으로 일을 빨리 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집중력과 속도가 떨어진다고요? 혹시 멀티태스킹 잘한다고 자부하거나 좌절한 기억이 있나요?

    - 명상의 필요성을 느꼈거나 명상의 어려움을 겪었다면 이유가 뭐였어요?

    - 딴 생각, 멍 때리기, 충분한 수면을 아까워하지 않고 잘 하고 있어요?

2. 집중력을 찾아서

    - 저자의 '집중력 찾는법' 당장 해보고 싶은게 있어요? 제도적 해법은요?

    - 바쁘다 바빠 사회에서, 몰입으로 일정한 공간과 시간을 온전히 누리는게 가능하려면 뭐가 필요해요?

    - '에이, 안될거야' 하면서 그들(기업) 걱정을 하거나 무력감에 빠지는 대신 뭘 해볼까요?

    - '연결되지 않을 권리' 법제화 찬성해요?

    - 정보 홍수 속에 많이 보는데 피상적으로 보게 되고 남는건 없는 느낌, 이건 어떻게 풀어보실래요?

    - 저성장이 쏘아올린 여러가지 사회 문제로 침울한 이 시기에 슬로우 성장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갈월동 반달집 동거기> K-오지랖, K-조언을 넘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