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방암 사망률은 5%죠. 근데 아프리카나 방글라데시에서는 50~70% 정도됩니다."
유방암 1기 환자로서 이런 말은 무섭다. 나만 괜찮아서, 우리만 괜찮아서 아득하다. 이런 병이 한둘이 아니다. 1형 당뇨는 인슐린 주사를 맞으면 별일 없이 살 수 있다. 그런데 아프리카에서는 사망률 100% 란다. 인슐린을 보관할 냉장 설비가 부족한 탓이다. 미국에서는 몇백 달러 인슐린 주사가 비싸서 치료를 포기하는 이들이 있단다. 국경 너머 캐나다의 당뇨병 환자들은 인슐린 주사를 무료로 맞는다. 정부란 무엇인가.
건강권과 차별 문제 현장을 확인하러 대륙을 누비고 다닌 A쌤의 이야기는 여전히 비현실적이다. 정말 먼길, 서점에 놀러오신 쌤의 설명에 바보같이 정말요? 정말요? 세상에... 그 막막함을 나눌 길이 없다.
한센병. 2000년 이전엔 나병이라 불리는 천형이 이젠 감기처럼 약만 먹으면 괜찮다. 문제는 100만명 당 1명이라는 기준치 아래로 떨어지면서 선진국에선 질병 취급을 못받는다. LA 빈민가에서 다시 발병하고 있는데, 병원 가도 의사쌤들이 이 병을 알아보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약만 먹으면 낫는 병인데 손가락, 발가락을 잃고 나서야 무슨 병인지 확인한단다. 감각이 사라지면서 손발을 다쳐도 모르는 바람에 끝내 손발을 잃는 병. 주로 여자들이 더 심각하단다. 남자들은 여자들의 돌봄을 받는 반면, 여자들은 집안일 하다가 다치고 장애를 얻는단다. 약만 먹으면 낫는 병인데!
이 병에 걸리면 차별해도 된다는 법률이 전세계에 140개나 있단다. 이혼당할 수 있고, 대중교통 금지당할 수 있고, 비자 발급도 안된다. 약만 먹으면 되는데! 앙골라와 방글라데시의 한센병 환자들의 상태는 심각하다. 100만명 중 1명? 가난한 나라에서는 이 숫자가 치솟는데 제대로 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함께 안녕할 수 있는데, 나만 안녕할 때, 이게 불편해서 못견디겠다... A쌤이 언젠가 이 이야기를 글로, 말로 남겨주실걸 기대한다. 인터뷰라도 해서 그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이 나다.
A쌤은 저녁에 질병관리 전문가와 만나신다고 선물을 골랐다. 외로움이 왜 몸에도 나쁘고, 경제적으로 손실이며, 정치적으로 극우를 양산하는지, 영국 경제학자의 책 #고립의_시대 추천드렸다. A쌤 따님은 "이거, 뉴욕의 치과의사가 뉴요커 등 잡지에 그린 카툰을 모은 책이어요. 진짜 사랑스럽고 웃겨요. 이것봐요. 부랑자와 소설가는 똑같은 그림이잖아요".. 라는 내 너스레에 넘어가 #책좀빌려줄래? 가져갔다.
책 사는 것 쯤은 거뜬한 부자 M쌤은 스케일이 달랐다. 함께 온 일행들에게 각 3권씩 책을 추천하라고 명하셨다. 서점 한바퀴 휙 둘러보고 마침 오늘 리뷰를 남긴 #우리는_매일_새로워진다 부터 골랐다. 40, 50은 뭔가 새로 시작하기에 딱 좋은 나이라고 책을 선전했다. 다들 넘어가는 분위기, 재고가 1권 밖에 없다니! 하기야 내가 최근에 산게 3권이네.. 셀프매출에 열올리는 서점 알바...;;;
자신있게 추천하는 책 #에이징솔로 #같이가면길이된다, 이럴 때 너무 좋다. 여기에 온갖 세상사 잼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성냥과_버섯구름 #고립의시대 는 각각 2권 씩 팔았다. 에놀라홈즈2 보셨죠? 성냥의 역사도 끝내줘요. 독과 다름없는 백린을 안쓰는데 수십년이 걸렸어요.. 어쩌고저쩌고.
이 책들이 좋기도 하지만, 직접 읽어본 책 추천하려니 몇 권 안된다. 더더더 읽어야 하나ㅠ
M쌤은 오후 내내 다른 만남을 이어갔고, 사회복지 박사님인 K님에게는 4권을 골라드리라 했다. 아이고. 뭘 권해드리지? 이젠 내가 읽어보지 않은 책 중에 고를 수 밖에 없다. 일단 찜해놓고 엄두가 안나는 책 #빈곤과정. 예전에 무척 아꼈던 책 #사당동더하기25 연장선에 있는 책이라 들었다. 그럼, 믿고 봐야지. 희경선배 추천책인 #사랑의_노동, 돌봄에 관한 책이다. 돌봄 현장을 두루 취재한 역작이라는데, 오늘날 우리 모두에게 가장 관심사 아닐까? 아이든 부모든. 오랜만에 #공정_이후의_세계 권했다. 이게 말이죠.. 저는 아들 키우면서 남자애들 이해하는데 도움받았어요. K님 아들은 아직 어리지만 뭐ㅎㅎ 너무 무거운 책만 골라드린게 미안해서, 이럴 때 마법같은 추천 #책좀빌려줄래? 이건 재미있으니까 누구에게나 추천한다.
책 파는데 진심인 알바의 #서점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