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냐 정혜승 Jan 11. 2024

<80억 인류, 가보지 않은 미래>

편집 끝내주는 슬로우뉴스 링크로 보면 좋다..


그래도 본진 브런치에도..



“한국의 경우, 고령화가 매우 빠르고 강도 높게 진행되어 각종 사회 시스템에 가해지는 압박이 매우 강해지고 있다. 한국의 연금은 평균 임금의 6%에 불과한데, 이는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가장 열악한 연금 체계라고 평가할 수 있다… 2015년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45.7%..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이다. 옆나라이자 먼저 고령화의 길을 걸은 일본의 노인빈곤율은 19.6%에 불과하다. 한국의 최고령 노인층의 자살율은 국내 전체 평균보다 3배 이상 높다…… 한국의 인구는 2067년 3400만… 2062년 한국의 중위연령은 62세..…”


[80억 인류, 가보지 않은 미래]는 미국 정치인구학자 책인데 한국 사례가 자주 등장했다. “오늘날 한국은 민주주의와 번영의 상징”으로 인구 변화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를 대변하는 동시에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가히 충격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초유의 사태다. 책은 인구 문제 교과서처럼 인구 문제와 관련한 다양한 개념과 쟁점, 국제적인 흐름과 각국의 차이가 잘 정리된 책이다. 단점은 뒤에서 보자.


2023. 4 제니퍼 슈바 TED 강연. (번역자는 '스쿠바'로 옮겼으나, 그가 소개되는 영상들을 보면 슈바로 들린다. 슬로우뉴스 민노 편집장님이 확인 후 수정해주심)


1분마다 선진국 25명, 최빈국 240명이 태어난다


인구는 20세기 들어서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16억 명에서 61억 명이 됐다. 21세기 특징은 ‘차별적 인구의 시대’다. 1분마다 선진국에서 25명, 최빈개도국에서는 240명이 태어난다. 아프리카 출생이 압도적이다. 2000년 인구순위 10위인 나이지리아가 2050년에는 인도, 중국에 이어 3위가 될 전망이다. 콩고와 에티오피아도 10위권에 진입할 전망이다. 유엔은 2050년 인구를 당초 91억 명으로 예측했으나(2004), 2019년에 97억 명으로 상향조정했다. 21세기 말 세계 인구는 110억 명에 달할 전망이다. 그리고 지구인 3명 중 1명은 아프리카에 살 것이다.

교육과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 적게 낳는 것을 선호한다. 사하라 이남 일부 국가는 여자 아이들의 취학률이 낮다. 일부다처제 등 남성지배문화는 가족계획에 반대한다. 주요 아프리카 지도자들의 보수적 태도는 인구 변천의 발전 과정을 지연시키고 수백만 아프리카인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집트 무바라크 대통령은 1960년 약 2600만 인구로 비슷했던 이집트와 한국의 운명이 달라진 원인을 한국의 가족계획에서 찾았다. 2008년 한국은 4800만명인데 이집트는 8000만명. 인구가 감소하면 정부와 가정은 줄어든 부양가족에게 더 많이 투자하게 되고, 소득 상승으로 이어진단다. 동아시아 경제 기적의 33~44%는 1960~1990년대 급격한 출산율 하락에 따른 인구 변화 덕분이라는 연구들이 있다.

                    

출생 사망 이주… 죽음은 불평등하다


인구 변화의 3대 축은 출생, 사망, 이주다.

출생이 아프리카 외에 대체로 줄어드는 추세라면 기대수명은 1950년 47세에서 오늘날 70.81세(남), 75.59세(여)에 이르렀다. 러시아는 남녀 기대수명이 10년이나 차이 나는데, 술과 사회적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꼽힌다.

사망, 2016년 기준 전 세계 71%는 당뇨병, 암, 심장병 같은 비전염성 질병으로 숨을 거뒀다. 그러나 죽음은 불평등하다. 2016년 30세~70세 사망자 1500만 명 가운데 85%가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 국민이다.

끝으로 이주, 2.7억 이민자가 미국(4500만), 독일, 사우디, 러시아(각 1200~1300만명) 등에 정착했고, 2020년 기준 전세계 난민은 8000만 명이다.

인구도 적은데 과도하게 정치적으로 주목받는 예외적 국가에 쿠바(1100만 명), 북한(2100만 명)이 있다.


인구 조작 욕망, 인구공학 비극


어느 나라에서나 출산율이 “너무 높다”거나, “너무 낮다”고 하지, “적당하다”고 하지 않는다. 군사력과 노동력 강화를 위해 더 많이 낳게 하거나, 경제 안정화를 위해 덜 낳게 하려는 지도자들이 있었다.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는 1960년대 낙태를 불법화하면서 1년 만에 출산율을 100% 상승시켰다. 여성 1인당 자녀수가 1.8에서 3.66으로 높아졌다. 반면 인도의 인디라 간디는 1974~1977년 1200만 명에게 불임 시술을 강제했다. 중국에서도 마오쩌둥은 인구과잉에 대해 “부르주아가 자신들의 문제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가하는 거짓말”이라며 “국민을 가난하게 만드는 것은 인구 과잉이 아니라 자본가 착취”라고 했지만, 그의 사후 ‘한자녀 정책’이 시행됐다.


저자는 “좋거나 나쁜 인구통계학적 추세는 없다”고 한다. 인구가 주택공급, 취업시장, 학교, 보건의료, 가족 구조에 압박을 가하는 건 사실이지만. “여성들에게 원하는 만큼의 아이를 낳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가를 더 강하고 안전하게 한다”고 말한다.

출산율은 젠더 정책이 관건이다. 저자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막는 것이 결론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오히려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여러 가지 압박들을 제거하고 가사를 분담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는데, 여기서 또 한국이 등장한다.


“여성 1인당 자녀가 1명 미만인 한국은 놀랄 정도로 출산율이 낮다. 한국의 남녀 간 임금격차는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다. 한국 여성들이 출산을 늦추는 또다른 이유는 경제적 불안에 대한 우려일 수 있다… 한국에서 15~27세 실업률은 2018년 9.5% 였는데…”


한국이 특이한 것 또 있다. 자연 상태에서 여아 100명 당 남아 103~106명이 태어나는 출생성비에서 중국은 2010년 117.9까지 올라갔다. 한국은 1990년 조사에서 첫 아이는 113.44 였는데, 셋째 아이는 192.22 였다.


인구공학 비극도 인류 역사다. 100만명이 희생된 르완다 내전은 인구공학 참사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구의 크기와 분포, 성장률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정부 정책이 인구공학이다. 벨기에는 식민지 르완다의 종족을 임의로 정했다. 암소 10마리 이상은 투치족, 10마리 미만이면 후투족, 트와족. 소수 종족인 투치족에게 우호적이던 벨기에는 식민지 청산 과정에서 후투족을 지지했고 권력 다툼이 참사를 불렀다. 레바논은 프랑스가 위임통치하던 1932년 기독교인이 28%로 우위라는 인구조사를 한 뒤 조사를 중단했다. 이슬람 인구가 늘었지만 자원배분에서 소외됐다.

캐나다와 호주는 원주민 정체성을 없애고 백인문화에 동화시키는 정책을 썼다. 원주민 아이들을 가족들로부터 분리한 세월이 수십년이다. 이스라엘은 인구가 힘이라 믿었다. 정통파 유대교 경우, 평균 7.1명을 출산한다.


고령화는 재앙인가?


저자는 “정치인구통계학자 관점에서 고령화는 축하할 일”이라고 했다. 더 오래 산다는 얘기다. 일본의 기록적 중위연령(48.4세)은 한세기 전 기대수명보다 높다. 선진국 중위연령은 1950년 29세에서 2020년 42세로 높아졌다.

선진국에서 (에너지 낭비하고 온갖 쓰레기 배출하는) 소비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지구에 유익하다. 다만 고령화가 노인 빈곤 등 다른 문제와 함께 오기 때문에 문제다.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은   

1) 이민자 유입을 늘리거나
2) 은퇴연령을 높이거나
3) 사회보장혜택을 줄이거나
4) 기존 국내 거주민 가운데 더 많은 이들이 일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책을 함께 읽은 독서모임 토론이 뜨거워졌다. 고령화 자체가 나쁜게 아니라, 준비를 못하는게 문제다. 결국 다 법제도인데, 여야 막론하고 1), 2), 3)을 해낼 정치인이 있을까? 저출생고령화 대책을 수십년째 내놓고 있지만, 아동수당이나 출산휴가 늘리는 정도다. 연금 개혁이 국정과제라고 하던 이 정부는 무엇을 해낼까?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 인근 국가와 내국인 대우 해주는 느슨한 연합, 인구FTA 같은 걸 해보면 어떻겠냐는 의견도 나왔지만, 아프리카 빼고 다들 인구 감소 추세인데? 1), 2), 3), 4)를 따로 해결할 정치인은 없겠지만, 한 방에 아젠다로 끌고 갈 초인 같은 정치인은 등장할까? 전 국민 대상 고용보험 같은 안전망은 어떻게 가능할까?

고령화 시대의 질문은 모두 정치 이슈다. 노인에 대한 재정 지원 확대를 위해 미래 세대의 교육을 희생할 것인가? 노인의료보험을 위해 군사비 지출을 희생할 것인가? 노인을 부양할 청년 노동자가 줄어드는데 누가 희생을 감수할까?

고령화는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역량을 어느 정도 약화시키는데, 독일은 미성년자와 이민자 대상 모병을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과 일본은 방위비 지출을 늘리고 있다. 한국과 북한은 각각 62만, 120만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충격적 고령화 속도를 보이는 한국을 저자는 주목했다.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인구 감소가 위기라던 러시아는 고령화 대비 대신 우크라이나와 조지아를 침공했다. “위협 수준이 높아질수록 정책결정자들은 민생보다 전쟁을 선택해왔다”.

한편 청년이 많은 나라는 정치가 불안해지는 경향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국가로 분류되는 아프가니스탄, 콩고, 수단, 예멘 등은 모두 인구 연령 구조가 젊다. 일자리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청년들은 급진적 발상에 넘어간다. 독일 나치도 그렇게 등장했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민주 국가일 가능성이 높은 것도 팩트다. 이건 통계일 뿐이며, 강한 독재국가들은 이런 영향 안 받는다는 꼬리표가 붙어있긴 하지만 그렇다. 노인이 늘어나는 것은 정치적 불안정성과 상관 없나? 노인 표심은 일본과 독일, 이탈리아에서 정치적 응집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계속 그럴까? 세대 갈등이 더 심화되면 어떻게 될까? 대학생과 노인이 함께 사는 네덜란드나 이탈리아 공생 사례는 따로 참고..


경제 성장 아닌 경제 건전성: 대안적 관점 필요하다  


지금의 경제 이론 가운데 인구 감소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은 없다. 인구가 감소하는데 GDP가 성장할 수 있을까”


저자는 우리가 ‘가보지 못한 미래’를 맞는다는 점을 주목한다. 성장이 아닌 경제의 건전성과 관련된 대안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령화에 맞춰 비민주 국가들은 각자도생으로 개인에게 짐을 떠넘기는 방향에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민자나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일 때 그들을 위한 교육과 고용, 가난 문제를 함께 해결하면서 그들을 대변하는 정치적 목소리까지 담아내는 과정은 가시밭길일 게 분명하다.


인구통계학적으로 절호의 기회라 불리는 시기(15세 미만이 전체 인구의 30% 미만, 65세 이상이 15% 미만, 중위연령이 26~40세)에 ‘인구배당효과’는 보건, 교육, 경제성장을 가져온다. 동아시아는 그 효과를 누렸다. 아프리카, 중동에서도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책은 현황을 잘 정리했지만 각국 상황에 관해 ‘이럴 수도, 저럴 수도’라는 입장을 취한다. 책을 읽다보면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는 인구와 관련한 어떤 가설도 정답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가마다 국민 기대도 다 다르고, 각자 다른 정책을 쓸 것이기 때문에, 말하자면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민족과 종교의 균형이 간신히 유지되는 사회에서는 민주화가 오히려 갈등과 분쟁을 일으킬 수 있고, 어디서든 ‘우리 대 그들’이라는 리스크가 있다. 인구통계학적 추세도 계속 바뀌기 때문에, 정해놓은 목표에 맞춰 해석하려는 태도도 경계 대상이다.
와중에 한국과 일본은 고령화 문제가 심각함에도 불구, 유독 이민자와 이주노동자에 배타적인 나라로 분류된다. 부족한 노동력을 로봇으로 대체하는데 더 관심이다. OECD 평균 40%에 달하는 비혼 출산도 한국과 일본은 2~3% 수준이다. 이런 국민 정서는 고령화 대비에 도움이 안된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세계를 만드는 것은 정책이라고 저자는 강조하는데, 그걸 만드는 게 정치다. 정치는 상당수 선진국에서조차 갈수록 난감한 처지다. 남의 나라 사정 불구경할 때도 아니다. 서로 연결된 세계라 질병이든, 기후변화든, 경제위기든 영향을 주고받을 수 밖에 없다.


우리 일상을 바꾸는 모든 문제가 ‘기승전 정치’인데, 이런 문제를 해결할 초인 같은 정치인은 없다. 느리게 진보하면서 각자도생의 무서운 시기를 감내해야 한다. 그 시간을 단축하고, 고통을 덜어낼 뾰족한 수를 발상의 전환으로 찾을 수 있을까? 질문이 아니다. 찾아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장애시민 불복종>장애인의 지하철 투쟁이 불편한 당신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