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대사가 별로 없다. 그런데 표정과 눈빛, 날렵한 몸짓에 홀린다. 칸느 남우주연상 인정. 야쿠쇼 쇼지, 60대 배우에게 이제야 반하나니.
#퍼펙트데이즈, 도쿄의 공공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의 일상이 뼈대다. 새벽 골목길 빗질 소리에 눈뜨면서 슬며시 웃는데 내심 당황했다.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하루의 시작에 설레이면서 웃어본 기억이?...
비좁은 집구석은 정갈하고, 그에겐 캔커피와 작은 책, 카셋트 테이프, 식물들 외에 별로 필요한게 없다. 경건하게 화장실을 청소하고 공원에서 편의점 샌드위치와 우유로 점심.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는 햇빛 '코모레비'를 느릿느릿 즐기면서 똑딱이 카메라로 사진 한장 찍는다. 목욕탕에서 몸을 씻고, 자전거를 타고 나가 지하상가 허름한 식당에서 하이볼 한잔. 책을 읽다가 잠든다. 이게 뭐라고, 이게 뭐라고 아름답다.
무딘 내가 이 영화 OST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이걸 정리하고 있다. 히라야마는 그날그날 날씨와 기분에 따라 음악을 듣는다. 페일 블루 아이즈 말고, 나는 아는 제목 하나 없는데, 노래는 조금 익숙하고, 어쩐지 편안하다. 퍼펙트 데이 노래 퍼펙트하다. 일상의 단정한 루틴은 멜로디와 리듬 없이 어쩐지 심심하려나. 이게 뭐라고, 진짜 빠져든다.
어쩐지 사연 많을 사람인데, 사연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중요하지 않은게다. 무엇을 포기하고, 어떤 리즈시절과 좌절을 거쳤는지 부질없다. 현재 그는 완벽한 날들을 날마다 반복할 뿐이다. 와중에 작은 에피소드들이 있지만 일이 생기든 말든 부드러운 미소는 디폴트. 욕망은 소소하고, 거창한 포부, 야심, 성취 같은건 아예 없다. 이게 도쿄사람인가?
그 도쿄, 낡고 소박해서 내심 놀랐다. 건물도 거리도 화려하지 않다. 도로엔 차도 적고, 주인공 차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외에 조용한 도시다. 이게 도쿄인가?
화장실만 겁나 멋지다. 도쿄 시부야구는 공공화장실을 안도 타다오 등 세계적 건축가들에게 맡겼고, 독일 감독 빔 벤더스에게 단편영화를 의뢰했다니 스케일.. 감독은 화장실이 등장하는 장편을 기어이 찍었는데 시나리오 작업에 3주, 촬영에 17일 걸렸다고? 이 무슨.. 영화 같은 영화 제작기. 영화배우 같은 화장실 청소부. 다들 인정하듯, 마지막 장면, 이 배우의 연기는 아무것도 없는데 뭉클하다. 이게 뭐지? #마냐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