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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Sep 23. 2024

<이안의 퓽선> 장기기증 소통에 나선 신발 디자이너

”200만원 넘는 구두도 팔아봤는데, 2만원도 안되는 그림책 파는 것이 더 어려운 도전이네요.“


김리온 작가님은 신발 디자이너입니다. 세련되면서도 편안한 수제화 브랜드 ’신(SYNN)‘을 20년째 이끌고 있습니다. 동시에 독서모임과 낭독회를 진행하는 다독가입니다. 좋은 책을 사다보니 2만권이 쌓였고, 책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모임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죠. 책 쇼퍼홀릭으로서 팟캐스트 <이럴거면 서점을 살 걸>, 100회 이상 진행하며 쌓은 내공은 또 어떻고요.

그런데 한 발 더 나아갔습니다. 평소 장기 기증에 관심 많았던 그는 장기 기증 홍보대사 김경식님의 한마디에 가슴 속 불씨를 품게 됐습니다. 장기 기증에 대해 어린이부터 어른들까지 이해를 키울 수 있는 동화책이 있으면 좋겠다, 당신이 써보면 어떻겠냐, 그런 얘기였죠.


그걸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마음이 끌리는 일, 하고 싶은 일은 끝내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는 스스로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처음부터 다시 따져보기 시작했고, 질문을 바깥으로 이어갔어요. 장기 기증을 결심한 사람들, 실제 장기 기증으로 새 삶을 받은 이들, 장기 기증으로 생의 마지막을 사르고 떠난 이들의 가족, 의사, 코디네이터, 한국 장기조직기증원 직원을 만나 묻고 또 물었어요. 1년여 취재 후 다들 어떤 마음인지, 어떤 상황인지 해상도가 높아졌어요. 필요로 하는 사람과 할 수 있는 사람이 충분히 있는데 서로 몰라서 못하는 상황이라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은 구체화됐고요.


김리온 작가님 맘 속 이야기가 뼈대를 갖출 무렵, 그림 그리는 이진화 작가님을 만났습니다. 화려하면서 따뜻하고, 귀여우면서도 멋진 그림체에 반했다고 합니다. 디테일 표현과 아이디어가 남다른 이진화 작가님의 그림과 김리온 작가님의 글이 만나 탄생한 책이 <이안의 풍선>입니다.

사연 있는 누군가에게는 위로를, 세상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는 김리온 작가님.


엄마는 항상 내게 말해요.

”이안, 네 풍선을 조심히 지켜야 한단다.“

”알아요 엄마,

내 풍선은 특별하니까요.“

......

그래서 나는 혼자 놀아요.

조심해야 하니까요.


===> 김리온 작가님이 아끼는 페이지. 몸이 약한 이안이가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하지 못하고 혼자 노는데.. 파란 하늘에 구름 구름과 혼자 놀고 있어요. 이안의 마음이 구름 뒤로 숨어있는 거죠..


그런 이안은, 장기 기증으로 새 풍선을 얻고.. 친구들과 함께 놀게 됩니다. 이안도 바닷속 ’풍덩‘ 탐험대가 됐죠..  바닷물은 반짝반짝 빛나고, 바닷속 세상은 영롱합니다. 작가님 말씀처럼 이안도, 그림도 사랑스럽습니다.


다른 이에게 장기를 전하고 짧은 생을 마친 아이의 가족은.. 그래도 우리 아이가 큰 일을 하고 떠났다는데 위로 받으셨을까요? 작가님도 그분들께 어찌 위로를 전하면 좋을지 고민고민하신 이야기도 인상적입니다.


우리 삶은 꼭 장기 기증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마음 포개준 덕분에 이어집니다. 참석자 중 한 분은 네살 때 큰 수술을 받았고, 당시 한 국군 장병이 부대 전체의 헌혈증을 모아줬다고 합니다. 멋진 어른이 된 이 분은 ”내 몸에 그분들의 피가 흐른다는 생각을 잊지 않고 있다“고 했어요. 더불어 산다는 건 신비롭군요.


이안이에게 어떤 신발을 만들어주고 싶냐고요? 신발 디자이너가 본캐인 작가님은 ”이안이는 그저 맨발로 뛰어놀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네요. 필요하면 튼튼하고 편한 운동화를 만들어주고 싶다고요. 상상해보니, 이안의 신발, 궁금하네요ㅎㅎ


인터넷에서도 쉽게 장기기증 신청할 수 있다네요. 혹시 가족들이 나중에 놀라지 않도록 미리 얘기를 해두면 좋고요.


이안이라는 이름의 중학생 참석자를 비롯해ㅎㅎ 오늘 함께 한 이들 모두 유난히 얼굴이 맑아요.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작가님이 하는 #이럴거면_서점을_살걸 팟캐스트, 들어봐야겠어요!


#북살롱 #오티움 #이안의_풍선 #김리온작가 #북토크 #장기기증_생각만_했는데_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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