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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초록초록을 찾아

by 마냐 정혜승


봄은 청계천에서 목격했다. 을지로입구 버스 정류장에 내려 오티움으로 걷다보면 청계천이다. 마음이 궂은 날에도 초록이 속살거리는 온기에 나른해진다. 뭐든 괜찮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비록 빌딩 사이 작은 녹지지만 자연의 힘은 세다.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장이자 신경과학자 미셸 르 방 키앵은 코로나로 격리당한 뒤 자연의 존재를 뒷북 인지했다. 당연하게 누리던 것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서야 자연이 우리에게 어떤 기운을 주는지 궁금했다. 인간의 본능은 왜 자연에게 끌리는지, 그가 뇌과학 차원에서 탐구한게 『자연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가치를 되 찾게 해주고, 우리를 자신의 에너지로 채워주고, 걱정과 내적 갈등을 잠시 중단시켜 준다. 자연은 감동을 주어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 행복감을 높여준다. 그렇다. 우리가 자연과 접촉할 때 무언가 특별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이다. 아름다운 자연을 마주했을 때 숨이 멈출 것 같은 느낌을 받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오 헨리의 단편 '마지막 잎새' 사연이 괜한게 아니었다. 미국 과학자 로저 울리히는 병실 창밖에 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 벽을 보는 환자보다 빠르게 회복한다는 사실을 '외과 수술 후 창 밖을 바라보기가 회복에 미치는 영향연구(View Through a Window May Infuence Recovery from Surgery)'로 입증했다.


자연이 인간의 몸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직접적이다. 사람들은 두려움, 분노, 스트레스 상황에서 교감신경이 작동해서 정신적 경계 태세를 갖추고 전투나 도주를 준비한다. 반대로 휴식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교감신경 대신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심장박동과 호흡의 속도를 늦추고 혈압을 낮추라고 명령"하는게 부교감신경계다. 사람들은 도시에서 걸은 때보다 숲에서 부교감 신경 활동이 100% 증가한단다. 숲에서 사람들은 평정을 되찾고, 신체를 재생시키는 생리적, 심리적 행복을 마주한다. 심신을 진정시키고 호흡과 심박의 템포를 늦추는게 단순한 숲속 걷기의 효능이라고. 자연은 면역계를 강화한다. 염증을 촉발하는 스트레스와 반대다.


심지어 인간은 자연에서 더 똑똑해진다. 녹지공간에 노출 빈도가 높은 아이들의 기억력과 집중력이 급격하게 향상된다고. 자연공간은 아이들에게 참여, 위험 감수, 발견, 창의성, 상황 제어, 자아존중감을 실습할 수 있는 독자적 기회를 제공한다는게 저자의 말이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개념을 논리적이고 창조적으로 배우거나 구상할 수 있는 인지능력도 삼림욕을 통해 나아진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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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파도소리를 비롯해 바다가 줄 수 있는 안정감, 산의 고요함이 선사하는 평온, 자연의 색감에서 주는 다채로운 감각 등을 하나하나 분석한다. 신경과학자 책이라 우리 몸이 어떤 방식으로 자연에 부응하는지 찬찬히 살핀다. 우리 몸은 처음부터 자연친화적이고 자연에 최적화된 DNA로 수십만년을 쌓았다. 회색빛 도시에만 갖혀 있으면 병난다. 다행히 우리는 조금만 가면 산이고, 산을 힘들어하는 나같은 이를 위해 청계천이라도 있다. 그리고 오티움에서 초록초록한 영상을 계속 틀어놓는 것도 나름의 본능적 안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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