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왜 중요한지 고전을 종횡무진 인용하며 펼쳐내는 화려한 구라. 30대 초반의 (천재 일 것 같은) 정치학 박사가 1962년에 낸 이 책은 영국 어지간한 가정의 필독서로 꽂혀있단다. 정치란 이런거지, 얘기가 반세기 넘게 통했다면 이유가 있지. 오티움 북클럽에서 함께 읽었는데 난 힘들었다. 한줄 한줄 사유하지 않으면 안되는 책은 오랜만이라. <압축소멸사회> 북토크 할 때 이관후 님이 극찬해서 골랐거늘 하마트면 항의할 뻔. 이관후님이 직접 번역했는데 문장이 굽이굽이 길다ㅋㅋ 번역도 어려웠겠다 싶다. 정치란 무엇인가 종횡무진 유영하는 천재를 따라가는게 쉬울 리가. 나처럼 힘들어한 이가 3분의2. 나머지는 극찬했다. K님은 이 책이 '힙'하다고.
정치란? 이 책을 인용하며 listening to others 라고 이관후님 그때 발언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나의 발제
- 미안합니다. 얼마나 이해하셨어요?
- 정치란 무엇인가? 어떤 설명, 어떤 해석이 와닿는지 나눠보아요.
- 민주주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민주주의와 정치를 구분할 수 있겠어요?
- 이데올로기, 민주주의, 민족주의, 기술주의라는 이념적 제도적 틀에 갇힌, 정형화된 ‘정치’를 구출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와닿습니까?
- 좌우 이념 갈등의 냉전시대에 정치를 이데올로기나 이념의 잣대로 환원하려는 시도와 관료제와 기술주의에 현혹되어 정치를 행정으로 치환하려는 시도, 요즘에도 그런가요?
- 자신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으로 가득한 무능한 자들로 넘쳐난다고요. 진정 유능한 사람들은 동료들과 함께 세상을 바꾼다고요. 여당의 동료는 과연?
- 승자는 정치의 과정을 귀찮은 장애물로 여길 수 있습니다. 반대자를 만나 설득하고, 야당에 기꺼이 정보와 자리를 내줄 수 있는 정치인, 정치를 옹호하는 정치인이 필요하다는데요… 떠오르는 이라도 혹시?
- 정치란 지저분하고, 따분하며, 결론이 없고, 엉망으로 뒤엉키는 일..전세계를 뒤흔들어놓을 매력적인 질문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적어도 최악의 정치적 상황에서도 한 인간에게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선택의 기회를 주고, 일단의 다양한 공동 경험과 그 자신의 영혼을 통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과연?
당시 우리 토크 메모
어떻게 이리 생각을 줄줄 쓸 수 있을까?
정치는 이념이나 생각이 아니라, 행위. 설득과 타협을 계속하는 행위라는 건데, 나의 일터가 정치가 이뤄져야 할 곳. 나의 조직에서 독재자가 되고 싶었는데, 천천히 듣고 조율하고 정치를 해보고 싶어졌다.
정치란 원래 느린 거고 속터지는 거구나 생각하게 됐다
상대를 말살하려고 하는, 자신의 가치만 관철시키려고 하는 정치인들이 많은데.. 다양성을 보존한다는 정치, 하셨으면.
앞으로 남은 인생, 죽을 때 까지 이 싸움은 끝나지 않겠구나. 계속 노력해야 겠구나.
하이픈 너무 많고, 문장은 길고
정치란.. 전체 공동체의 복지와 생존에 기여하는 각각의 중요성에 비례해 권력의 몫을 부여함으로써 서로 상이한 이해관계들을 조정하는 활동(30쪽), 냉전 직후 상대방을 인정 못하는 분위기에서 나온게 아닌지.
다양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쪽에 정치가 더 어렵겠다는 생각. (예컨대 국힘을 파트너로 삼아서..)
사실 효능감이 굉장히 떨어진다. 다 다른 이들을 조정하고 협의해도 한명만 삐끗해도 힘들어지니..
책이 몹시 힙하다. 문장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