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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점일기

<오늘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성장해야 해요?

by 마냐 정혜승

"솔직히, 그 연세에 아직도 성장해야 해요?"


22일 <오늘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병남 박사님 북토크는 사회를 맡은 <에이징 솔로> 저자 김희경 작가님 덕분에 웃음이 이어졌습니다.

이병남 박사님은 미국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다가 귀국, LG그룹에서 20만명 인사를 책임졌습니다. LG인화원장을 지냈고 지금은 백수죠.


백수라서 명함이 없다는 설명도 귀찮아질 무렵 후배가 명함을 만들어줬다죠. "안녕하십니까. 이병남 입니다. '삶을 배우는 사람'. 사실 뭐가 더 필요하겠어요.

"회사에서 사람 키우던 내가

이제 노년의 나를 키웁니다."


은퇴 후 초빙교수, 사외이사 일도 오래 않고 그만뒀습니다. 일종의 연명치료 마냥 커리어를 이어가는 대신 과거와의 탯줄을 자르고 새출발을 택한거죠.


그러나 막상 다 내려놓으니 어느날 갑자기 적막강산.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 힘드셨다고요.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몸으로 직접 부딪치는 것은 차이가 있죠. 마침 기업 CEO 제안을 받았습니다. 다시 일할까? 괜찮을까? ...고사했습니다.


마흔부터 21년간 대기업 임원 시절 치열하고 치밀하고 집요하게, '치.치.집' 했다죠. 이제는 '느.조.심' 모드라고요. 느리게 조용히 심심하게.

김희경 작가님은 "사람이 모드를 바꾸는 게 쉽지 않잖냐"고 물었어요.


"느리지 않으면 어쩌라고요. 다쳐요ㅎ"

목표지향적으로 운동하다가 다칠뻔 했다고요. 대신 PT쌤이 스쿼트 잘한다고 칭찬하면서 "오늘도 성장하셨습니다"라고 말해주면 기분이 좋아지는 삶입니다.


선택과 집중. 좋아하는 일을 하고, 가고 싶은 곳만 가고, 보고 싶은 이들만 보고.


"편안하게 바빠요. 그게 심심한거죠."


책의 부제는 '은퇴와 노화 사이에서 시작하는 자기 돌봄'. 김희경 작가님은 "또래 남성들은 자기 돌봄이라는 말 자체를 잘 않는다"고 했어요.


이병남 박사님은 자기 돌봄에 대해 욕구를 살피는 것이라 했어요. 나는 왜 이렇게 느끼지? 이런 질문을 계속하는거죠. 내가 뭘 필요로 하는거지?


나이 들어 자아가 팽창하는 꼰대가 즐비한 세상에서 이 박사님은 '자아 축소'를 말합니다. 에고 인플레이션을 이어가는 이들은 좀 딱하다고요. 무시당할까봐 불안해서 그런건데, 작아지는게 더 좋다고요.


김희경 작가님은 "내가 작아져야 상대에게 스며들 수 있다는 '자아 축소'가 왜소해지는 것과 어떻게 다르냐"고 물었어요. 답은 책을 보세요ㅎ


멈추고, 혼자 있는 시간이 있어야 자기를 만날 수 있다는 말씀이 남네요. LG인화원 시절 직원들 승진 조건으로 3박4일 혼자 여행을 권고했다고요. 명함과 명예 뒤에 '나의 쓸모'는 내가 찾는 겁니다. 일흔 하나, 성장하기 딱 좋은 나이라고 하시는데 갈 길 멀군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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