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소개할 첫 책을 골라야했다. 기왕이면 짧으면서 유쾌하고 여운도 길고, 요구조건은 길어지는데 명분도 중요했다. 왜 새해 첫 책인가.
당초 지난주 출연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 소식에 다른 책을 골랐고. 이날 함께 소개한 책이 원래 골랐던 <아무튼, 명언>이다.
‘아무튼 OOO’ 시리즈가 벌써 80권을 넘겼다. 아무튼 야구, 아무튼 맛집, 아무튼 양말, 아무튼 노래… 그중에 명언 편이다. 새해엔 뭔가 의미심장한 명언 정도는 품어봐야지ㅋ
20년 넘게 거의 매년 책을 써온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는 “명언을 모아두는 창고가 있다”고 한다. ‘쓸모 있는 인용구’를 꾸준히 수집해서 폴더에만 1,000개쯤 쌓아뒀다고 한다. 명언은 익숙한 말에서 출발하지만 새로운 생각으로 나아가게 하고, 적당한 긴장감을 준다나. 그렇게 ‘강박적 명언 수집가’가 됐고, 그중 일부를 골라 풀어낸 책이다.
명언은 고리타분하다’는 선입견은 버리시라. 광고 카피나 영화 대사에서 나온 명언도 등장한다.
“희망은 가장 사악한 것이다. 인간의 고통을 연장시키기 때문이다.”
이 말은 니체의 말인데,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에서 인용됐다고.
하지현 교수는 환자들에게 이런 말도 종종 한다.
“걱정은 흔들의자와 같아서 계속 움직이지만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
작가 윌 로저스의 말이다. 걱정은 보험 같대. 월 200만 원을 벌면서 보험료를 150만 원이나 내면 안 되듯 걱정도 적당히 하라는 처방이다. 15만원 정도만ㅋ
프로이트는 이렇게 말했다.
“정신분석의 목표는 신경증적 비극을 평범한 보통의 불행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특별히 불행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면, 걱정도 줄어든다.
새해 시작부터 작심삼일로 무너진 사람들에게 딱 맞는 명언도 챙겼다.
“금연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다. 나는 그걸 천 번이나 해보았기 때문에 안다.”
- 마크 트웨인
습관은 끊는 게 어렵다. 우리 뇌가 그렇다. 그래서 나쁜 습관을 없애기보다 좋은 습관을 하나 더 만드는 게 낫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했다.
“무엇을 반복적으로 하느냐가 우리를 결정한다.”
새해 달리기를 결심한 사람들을 위한 명언도 있다.
“나는 그냥 달립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달립니다. 아니, 이렇게 말해야 할 것 같군요. 나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달립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영화 <중경삼림>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누구나 실연을 할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달리기를 한다. 몸의 수분이 빠져나가 눈물이 쉽게 나지 않기 때문이다."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요즘 세태도 서늘하게 본다. 확신에 찬 사람들 많은 시대. 광장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사람들도 그럴지만 신념은 원래 잘 흔들리지 않는다. 뇌가 복잡한 걸 싫어하고, 세상을 단순하게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모든 걸 다 아는 척 논평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는데.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가장 무섭다”
- 토마스 아퀴나스
“현대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똑똑한 사람들은 매사를 의심하지만 바보들은 지나치게 자신만만하다는 것이다."
- 버트런드 러셀
“무지가 지식보다 더 자주 확신을 안겨준다"
- 찰스 다윈
명언이 고리타분하다는 편견만 버리면, 세상의 모든 말이 명언이 될 수 있다. 요즘 내가 마음에 담아두는 말은 배철수 님의 이 한마디.
“좋아하는 일이면 오래 해”
책방 언니로서 계속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