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돌다 보면 너무 함께이고 또 너무 혼자여서 생각과 내면의 신화조차 이따금 한데로 모인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2024년 부커상을 수상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해 가장 좋았던 책으로 꼽았다. 서맨사 하비의 #궤도, 아름답다. 하루 지구를 16번 도는 우주정거장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우주비행사들 이야기. 열여섯번 씩 해가 뜨고 지는 하루, 미국인, 일본인, 영국인, 이탈리아인, 그리고 두명의 러시아인은 지구 뒷마당에서 각자의 관점에서 지구를 본다. 9개월이면 아침운동에 540분을 쓰고, 500번의 회의를 하고, 540번 치약을 삼키고, 36번 티셔츠를 갈아입고, 135번 속옷을 갈아입는 우주생활. 단조롭고 규칙적인 일상은 똑같지만 대륙과 바다, 빙하와 사막을 따라 저마다 다른 생각이 이어진다. 인간의 욕망이 지구를 어떻게 움직이는지 조금 멀리서 바라보는 느낌. 소설을 따라 마치 우주비행사들 틈에서 실제 지구를 바라보며 궤도를 도는 기분이다. 섬세한 묘사는 지구를 다시 상상하게 만들고,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삼스럽게 감동적이다. 의외로 우주인의 시선에서 정치도 재발견한다. 정치는 정말 힘이 세서 도저히 남일처럼 볼 수 없구나.
"이들이 보는 지구는 뉴스에 이러쿵저러쿵 등장하는 시시한 정치 촌극에 어울리는 공간 같지 않고, 그런 흔적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그 촌극을 위엄 있고 점잖은 무대에 올린다는 건 모욕처럼 느껴진다....이들은 지구를 보다가 진실을 마주한다. 정치가 정말로 촌극인 게 아닌가. 정치는 그저 터무니없고 어리석고 가끔은 정신 나간 쇼일 뿐이며, 그걸 제공하는 인물들은 어느 구석이라도 혁명적이거나 혜안이 깊거나 현명한 관점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남들보다 목소리가 크고 힘이 세고 과시에 능하고 뻔뻔하게 권력 싸움을 갈망했기에 그 자리까지 오른 자들 아닌가.. 이들은 정치가 촌극이 아님을, 촌극에만 그치지 않음을 서서히 깨닫는다. 정치는 아주 거대한 힘이어서, 우주에서 봤을 때는 인간의 힘이 전혀 개입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했떤 지상의 모든 것을 일일이 다 결정지었다."
"인간의 욕망이라는 실로 놀라운 힘이 지구를 형성한다. 그 힘이 모든 걸 바꿨다. 숲, 극지방, 저수지, 빙하, 강, 바다, 산, 해안선, 하늘을. 욕망에 따라 윤곽이 그려지고 조경된 행성."
인간은 작고 연약하지만 욕망은 모든 걸 바꾸는 힘. 우주적 시선에서 인간을 보는 경험이 짜릿하다.
#남은건책밖에없다 #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