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2일> 빡센 예스폭지 투어 중 완벽한 쉼표

by 마냐 정혜승

<타이베이 1일> 중국 보물창고를 대만에서 만나다


<타이베이 3일> 용산사, 디화제, 다다오청,이게 대만


예스폭진지, 예류 해안의 기암괴석을 보고, 천등을 날리는 스펀 들려 스펀 폭포까지 보고, 옛 금광 진과스에서 금덩어리를 만져보고, 센과 치히로의 모험에 영감을 줬다는 지우펀까지. 타이베이 근교를 하루애 도는 버스 투어가 있다. 타이베이 필수코스랄까.

타이베이 메인역 부근 숙소를 잡은 것도 투어 출발지를 고려했다. 그렇다고 대만 첫 아침을 타이베이역 광장? 노상에서 하게 될지 몰랐다. 연휴라 문 연 극소수 가게 줄은 길고, 할아버지는 손이 느리고... 샤오롱바오와 전병으로 떼웠다.


예류 지질공원은 바람과 바다가 빚어낸 예술 현장이다. 공주, 새, 여왕, 버섯, 무슨 이름을 붙였든 신비롭다. 여왕 바위는 앞쪽 줄이 넘 길어서 뒤에서 촬영. 저 목이 점점 가늘어지고 있어서, 언젠가 부러질거라 예측된다.


스펀(十分)은 천등 날리는 마을이다. 관광기획의 모범생. 아무것도 없는 마을을 살렸다. 건강과 행운, 복을 부르는 4색 천등 가격은 250대만달러(약 11,500원), 4면에 글귀를 쓴 뒤, 안에 부적 같은 종이를 태워 하늘로 날린다. 기찻길에는 천등 날리는 사람들고 바글바글. 딸, 사랑해. 하고 싶은 거 다해!


천등 날리자마자 버스투어 가이드쌤이 강추하는 닭날개 볶음밥(약 3500원)과 땅콩 아이스크림까지 먹게 된다. 어차피 점심 때가 지나기도 했지만 완전 별미다. 닭봉에서 뼈를 발라낸뒤 그 안에 볶음밥을 넣을 생각을 하다니! 전병에 땅콩 조각, 아이스크림 이에 고수라니!


차로 1분 거리에 스펀 폭포가 있다. 대만의 나이애가라라고 하지만, 기대는 말라더니... 음..... 관광객들로 가려지는 스케일이다. 여기서도 폭포 구경은 잠깐이고, 이 동네가 원조라는 대만 소세지, 과일을 먹게 된다. 소세지는 덜 짜고 달달한게 아까 닭날개 볶음밥과 비슷한 풍미. 파인애플 석과라는 과일은 기대 이상 달콤해서 깜짝 놀랐다. 이리저리 먹고 다니는 재미로 관광을 알차게 기획한 누군가를 칭찬해.


연휴라고, 평소보다 훨씬 길이 밀린 탓에 시간 부족으로 옛 금광 진과스는 생략. 금광 덕에 흥청망청하던 시기 유흥가로 흥했다가 광산과 함께 쇠락했던, 다시 관광지로 되살아난 마을이 바로 옆 지우펀이다. 연휴에는 차량을 통제, 투어버스에서 내려 대중교통 일반 버스로 갈아탔다. 좁은 골목마다 사람이 미어터진다. 와중에 조금 한적한 골목을 알려주셨는데 완전 다른 분위기.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지우펀차팡. 타이베이 왔다는 포스팅에 바로 얼마전 여기에 왔던 ㅎㅈ언니가 must-visit spot 이라고 소개해줬다. 아예 차 한잔 하라고 용돈까지 보내주셨다. 사양하려다, 이런 마음은 그냥 덥썩 받아야 할 것 같아서 못이기는 척 받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예사롭지 않았다. 100년 된, 가장 오래된 찻집이란다.

실내 자리로 안내받았는데, 구경하는 사이 자리가 났길래 요청했더니 테라스 자리로 바꿔주셨다. 자리값 인당 100대만달러에 추천받은 Dayuling 우롱은 1800대만달러(우리고 남은 차는 싸주신다). 딸과 둘이 티타임 하는데 2000대만달러(약 92,000원)라니 엄청난 호사를 누렸다. 바깥 세상은 비좁은 골목마다 관광객들로 떠밀려 다닐 정도로 북적이고, 온갖 호객에 눈 돌아가고, 취두부 구린내부터 달달이까지 냄새로 가득한데 이곳은 시간이 멈춘듯 호젓했다.

테이블마다 숯으로 불을 피워 주전자의 물을 데우고, 제대로 다기를 이용해 차를 우린다. 첫잔은 해주시고 다음잔부터 천천히 차를 우렸다. 주어진 자유시간 대부분을 이 집에 썼다. 가이드쌤이 알려주신 집들은 누가크래커, 펑리수, 에그롤 등 대만 먹거리 파는 가게들인데 가볍게 포기했다. 종일 빡센 일정이었고, 잠시 쉬어가는 완벽한 쉼표에 행복했다. 우거진 능선 너머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차를 마셨다. 딸과 둘이 오래 기억할 시간이 분명했다. 차를 우리며 기다리는 시간, 작은 잔에 호르륵 향과 맛을 음미하는 순간이 사치스러웠다. ㅎㅈ언니가 보내준 용돈보다 훨씬 초과했고, 내 깜냥에 비싼 시간이었지만 그 이상 가치있었다. 가이드쌤 추천 가게 차차에서 딸이 고른 피치우롱 한통이 1000대만달러니까, 대단한거 맞는데 전혀 아깝지 않았다.


다기를 비롯해 모두 아름답더라. 가게 구경도 즐거운 집인데, 아아, 궁상이 체질인 내겐 그림의 떡. 멋진 걸 구경한 걸로 됐다.

나오자마자 바로 핫스팟. 센과 치히로의 모험에 나오는 그런 풍경들인데.. 사람이, 사람이.. 저 계단은 줄서서 느리게 움직였다.

가게들 구경하고 우유치즈스틱 하나 나눠먹고 지우펀 관광 마무리.


오전 10시10분에 타이베이역에서 출발한 버스투어는 거의 10시간 만에 타이베이 명동인 시먼딩에서 해산. 오후 8시 엄청난 줄에 당황했지만 5분 만에 명물 곱창국수(약 3700원)를 영접했다. 수십명이 줄을 서 있고, 수십명이 길거리에 서서 한그릇씩 먹고 있는 진풍경. 숟가락으로 퍼먹는 국수인데 마늘소스까지 넣으니 완전 취향저격.

시먼딩은 그야말로 명동. 아이유 광고판까지 넘 익숙한 풍경이다. 저 곱창국수 줄 만큼이나 길었던 흑당밀크티 가게에 좀 놀랐을 뿐이고, 어제 스린야시장에서도 인형에 놀랐지만 저 징글맞은 입간판 무엇. 이게 일본의 문화 영향을 받은 탓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