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1일> 중국 보물창고를 대만에서 만나다

by 마냐 정혜승


<타이베이 2일> 빡센 예스폭지 투어 중 완벽한 쉼표

<타이베이 3일> 용산사, 디화제, 다다오청,이게 대만


호구여행에 나섰다. 딸,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거 다해라. 엄마는 돈을 쓰마. 십수년 만의 모녀여행인데 뭔들. 나는 도쿄, 오사카-교토, 타이베이를 제안했고, 딸은 타이베이를 골랐다.


예상 밖 버버벅 메모

- 오전 8시 비행기인데 요즘 대기 길다고 해서 5시반에 도착. 수속 마치는데 한 시간 걸렸다. 6시에 왔어도 충분

- 타오위안 공항 9시45분 도착이라 오후 일정까지 여유 있을줄 알았는데 공항 넓어서 이동에 시간 소요 + 입국심사 30분 대기 + 미리 구입한 대만 이지카드(교통카드) 찾는데 긴 줄. 공항철도 급행(MRT) 타기까지 1시간15분 쯤 걸렸다.

- 나는 이번주 내내 설연휴인줄. 대만이 그렇다.(한국은 아니라며?) 타이베이역 부근 숙소인데 문 연 식당 몇 없다는 거 실화냐.

- 타이베이역은 공항철도 종점이자 시내 어디로 가든 교통 중심. 서울역이다. 그런데 광활하고 복잡한 것도 서울역 닮았다. 지하철 무척 직관적인데도 역 안에서 쫌 헤맸다. 직접 길 안내해주신 친절한 청소부님 감사해요!

- 폰 로밍 대신 편리하고 저렴한 e심 신청했는데, 어젯밤 실명인증용 여권 등록이 제대로 안된채 완료. 망이 안잡혀서 종일 먹통 폰이었다ㅠ 딸이 길찾기 등 거의 모든 것을 해결했다. 뒤늦게 너 실명인증 실패라고 문자 왔더라.

- 고궁박물원, 3시간으로 부족했다ㅠ


첫날 일정으로 오후 2시 대만 국립고궁박물원 한국어 도슨트 신청했다. 장제스가 국공전쟁 중 문화재 보호한답시고 자금성 보물창고에서 69만점을 싸들고 왔단다. 중국 전통 문화를 계승한다는 정치적 정당성까지 욕심낼만 했다. 정말 아름다웠다.


이탈리아에서 2000년 전 유적에 반하고, 그리스에서 2700년 전 민주주의에 홀리고, 이집트 4500년 전 피라미드에서 겸허해졌던 인간으로서 알고보니 오래된 걸 좋아한다. 6000년 전 신석기 시대 술잔이라는데 새 모양 곱기도 하지.

우리 고려 시절 중국의 백자, 동자상 베개, 청자까지 빛깔 그윽하다. 청자 종지 하나가 경매장에서 400억에 팔렸단다. 세월을 뛰어넘는 고귀한 기분을 산거겠지.

은은하게 아름답다가 대놓고 치장하기 시작한 아이들.

닭이 그려진 저 잔은 12개 남았는데 7개가 여기 있다. 하나가 경매에서 500억대에...

각기 다른 사슴 100마리 그려넣은 명나라 꽃병.

화려함으로 정점을 찍고, 오버까지.


당나라 여자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볼 통통 후덕한 양귀비와 말을 타고 폴로 게임을 하는 여자들. 녹, 황, 갈 당삼채가 저런거였다.


모공정(毛公鼎), 청동기 물건이다. 안에 500자가 새겨져있다. 실제로 보면 경이롭다.


그 유명하다는 옥배추, 취옥백채(翠玉白菜). 하얗게 빛나다가 초록색으로 바뀌는 원석을 그대로 살려 배추에 여치와 메뚜기까지, 경이롭다. 서태후 며느리가 되는 딸을 걱정한 어느 아빠가 혼수로 의뢰한 작품이라고. . 옥배추와 쌍벽을 이루는 동파육 육형석(肉形石)은 박물원 남부 분원에 있다고.

옥에 진심인 중국..

공항에서 이동하는 내내 앉지 못했던 탓인지 2시간여 도슨트 해설 듣는데 이미 지친 몸. 그래도 못본게 너무 많았고, 송나라 판본 고서들은 웅장하게 멋있었다.

그런데 당나라 필체는 더 멋지고..



대만은 먹는 여행이건만 숙소에 짐 맡기고 점심 시간이 빡빡한 탓에 대만 김밥천국이라는 우육탕면집 대신 평점 좋은 일본 라멘집에서 대만 첫 끼니ㅠㅠ 맛있지만 둘이 거의 3만원 나왔으니 비싼 점심.


대신 저녁은 고궁박물원에서 나오는 길에 스린(士林) 야시장 지하 푸드코트에서 그야말로 대만풍으로. 공심채, 만두, 참깨면 정도로 끝냈어야 했는데, 이놈의 호기심으로 취두부 가리비찜 주문. <웍과 칼>에서 냄새나는 두부의 풍미를 소개했는데 넘 궁금했다. 처음부터 반대했던 딸은 아예 코를 막았고, 냄새가 좀 힘들긴 하구나.. 딸도 호기심에 약재갈비탕 맛만 보기로 했는데, 아니 진짜 약재 맛이라니...


스린 야시장에는 애들 놀거리 천지. 저 작은 물고기를 잡아서 뭐한담.

딸은 명사수. 10발 중 8발 맞췄다. 상품 인형들 와중에 저 징글맞은 아이들은 뭐람.

야시장은 완전 명동 스타일 먹자골목. 줄서서 구경한다. 모녀는 취두부 냄새가 날 때 마다 웃었고, 딸은 윈터멜론(동과)레몬 쥬스란 걸 또 시도했는데... 음. 우리 취향은 아닌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