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위기를 곱씹는 것은 지겹지만, 희망은 어디서든 찾아야 하는 법. 시에라 소사이어티에서 '미디어 모자이크' 클럽을 이어가는 이유다. 미디어 관심자들이 모여서 3시간 떠들다보면 내가 얻는게 엄청 많다. 남들보다 토끼풀을 먼저 알게 된 것도 다 이 모임 덕분이다.
오늘의 충격은 중앙플러스 톱 기사다. 중앙일보의 프리미엄 유료 버전인데 제목이...
“그 얼굴 원랜 돈 벌기 힘들다” BTS ‘타고난 비주얼’ 뜻밖 인상
이마가 짧은 편이고, 눈썹 위로 볼록 근육이 있어서 부단한 노력형이고, 헤어라인도 뾰족뾰족한게 역시 역경 뚫고 가는 노력형의 증거. 눈썹이 곱고 부드러운 건, 경청형 리더의 얼굴. 연골이 삐져나온 귀는 청개구리 기질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렇게 인과관계를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도 오랜만이다. 관상학 전문가 주선희씨의 저 코너는 무척 인기라고 한다. 요즘 친구들이 사주, 점, 관상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소셜미디어에서 어그로 끌기 최적화된 이야기라고 한다. 다 좋다. 이게 중앙플러스의 간판 기사란 것에 왜 나만 놀라는가.오늘 모임 멤버인 대학생 ㅅㅎ님은 BTS에 대해 다른 해석을 들려줬다. 일단 아재로 분류하는 건 둘째 치고, 요즘 친구들은 저마다 다른 그룹을 응원하기 때문에 특정 팀을 시대의 아이콘이라 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오히려 대형 팀은 슬쩍 비토하기 일쑤고, 하이브 같은 골리앗 품의 그룹도 삐딱하게 본다고 했다. 비틀즈 같은 아이콘이 통한 건 TV와 라디오가 같은 콘텐츠를 내보내던 시절이다. 지금은 취향도 파편화됐다.그런데 왜 이런 해설 기사가 기존 미디어에는 없지? 조선일보의 BTS 기사가 궁금했다. - 본지 BTS 특별판이 '굿즈'로 해외 아미가 반한 '광화문 아리랑'
- 공연 앞두고 우정 보여줬다 "80, 90세가 돼도 우린 BTS"
제목만으로 낡고 진부한 기사라는 성토가 쏟아졌다. 다른 매체를 찾아봐도 공연 주변 가십 정도다. 현상을 어떻게 봐야할지 날카로운 해설은 소셜미디어 현자들이나 가끔 올린다. 한마디로 기성 미디어가 독자 니즈를 전혀 맞추지 못하고 있다. 공부를 덜했거나, 외부의 신선한 시각을 발굴하는데 게으르다.
이것이 우리의 희망이다. 기성 미디어가 못하는게 많아서 이미 소비자에게 넘어온 권력으로 다른게 해볼 틈이 있다는 것.
대표선수에 충주맨 김선태가 앞장서지만 오늘 우리가 꽂힌 것은 민음사 김민경 편집자다.
100만 조회수를 챙겨가는 그의 입담이 책 시장을 흔들었다. 나는 고전 <싯다르타>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등이 갑자기 베셀 목록에 올라오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세계고전문학이 김민경 편집자 덕분에 들썩인다.
쇼츠가 인기라지만 롱폼도 곧잘 터진다. 티키타카 힘이 세다.
와중에 요즘 홍보하는 이들은 고민이 많다. 특히 AI에게 뭔가 물어봤을 때, 대답 잘 하게 AI를 학습시키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한때 검색최적화(SEO) 업체가 성행했듯 여기도 뭔가 나올 것 같은데 아직 애매하다.
이게 레거시 미디어의 기회다. 텍스트의 기회다. AI가 학습할 재료를 공급하는 역할이다. 선구자들은 AI에게 물어볼 때, "공신력 있는 언론사를 인용해달라"거나 "네이버 블로그는 제외해달라"거나 "레딧이나 디씨인사이드를 인용할 때는 믿지 말라는 꼬리표를 붙여달라"고 한단다. 어떤 포맷으로 정리해야 AI 학습에 빨려들어갈지 고심하게 된다. 예컨대 AI가 카드뉴스까지 학습할까?
사실을 왜곡하거나 팩트체크를 하고, 아젠다를 셋팅하고, 트렌드를 선도하던 레거시 미디어는 쇠약해졌다. 두쫀쿠부터 봄동비빔밥, 버터떡, 광주 창억떡까지 유행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는 알까? 위기는 기회라는데 작은 플레이어들이 유리한 전장일 수 있다. '미디어 모자이크' 다음달 모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