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가 직접 알려주는, 문학도가 학점을 잘 받는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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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문학 전공자나 문학 교양수업을 듣는 이들에게 문학 리포트를 쓰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글쓰기 참고서다. 단순히 글 쓰는 방법을 조언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문학작품을 사유하는 방식이나 관련 논문을 찾는 법 등 보고서 작성을 위해 필요한 외적 요소 또한 두루 설명한다. 그래서 꼭 문학 수업을 듣는 학생이 아니더라도 이 책을 읽어보면 글쓰기 전반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글쓰기 전의 과정이 정말 세세하게 나열되어 있다. 개요부터 세부목차까지 짜는 과정 전체, 말하자면 정해둔 주제를 바탕으로 구상한 것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모습을 저자 본인이 몸소 보여주기 때문에, 리포트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는 독자도 읽어보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 시범을 보이는 와중에도 필요한 설명과 요령을 중간중간에 알려줌으로써 자칫 난해할 수 있는 내용을 쉽게 풀어냈다.
독자가 갖고 있을 어려움을 잘 헤아렸다. 사실 문학 작품에 대해 글쓰기란 난도가 상당히 높은데, 자신만의 관점과 느낀 감정을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써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러한 부분을 저자는 정확하게 간파했고 이에 대해 적절한 처방을 내린다. 그 처방이란 직관적인 판단을 적어둔 다음 내용을 되짚어 보며 그 근거가 될 만한 부분을 찾으라는 것, 즉 재독(再讀)을 하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수많은 작가와 교수가 재독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것이 떠오르면서 이 대목이 크게 와닿았다.
많은 작품을 다루기보단 두 작품을 진득하게 파고든 점이 장점이다. 『서론과 결론 쓰기 노하우』에서는 여러 예시를 제시함으로써 서론과 결론의 패턴을 익히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었지만,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문학 리포트라는 익숙지 않은 글쓰기를 다루는 만큼 보다 상세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그 적용을 직접 보여주는 게 더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 방식은 앞서 말했듯 과정을 세세하게 드러내게 하므로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보고서를 쓰는 방법 자체를 알려주는 것도 독자에겐 큰 도움이 되겠다. 인용하는 법과 각주 다는 법, 참고 문헌 작성법 등도 책에 나와 있는데, 사실 이 저서의 큰 줄기에는 벗어나는 정보들이다. 하나 이 책을 읽는 독자가 누구인가를 생각해봤을 때, 나름 유용한 내용이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독자 입장에서는 이 책 하나만 읽어도 문학 리포트를 쓰는 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다만 부록의 구성이 조금 아쉽다. 우선 뜬금없이 여태 언급도 되지 않았던 작품 『선로지기 틸』에 대해 쓴 보고서를 부록의 예시로 들었는데, 차라리 3-1에서 공들여 쓴 목차를 바탕으로 한 글을 실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리고 부록의 보고서에는 아쉬운 점이 군데군데 있다고 언급하는데, 그에 대한 피드백을 같이 써줬으면 더 좋았으리라.
본인이 문학을 전공하고 있다면 이 책을 필히 읽어보길 바란다. 교수가 바라는 글이란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던 학생들에게는 단비와도 같은 책이다. 소설이나 시를 읽고 독후감 및 서평을 쓰려는 일반인에게는 큰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오히려 이 책 특유의 비평적(특히 해석학적)인 시선이 독서가의 안목을 협소하게 만들진 않을까란 우려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