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개포 주공아파트 5단지

by 화월

2022 0207

파 지원 이틀째이다. 어제 근무하고 오전에 강남에서 일을 보고 나니 수면욕구가 밀려와 귀가는 포기하고 점심을 먹고 캠프 근처에서 모텔을 잡아 낮잠을 자고 가기로 하고 검색을 하니 근처의 모텔은 맘에 드는 게 없다. 잠실역 근처는 몇 개가 보여서 찾아가 보기로 했다. 점심 식사는 나의 RC 벗 덕민님이 점심을 사주셔서 역삼동 두껍삼에서 황태정식과 맥주를 마셨다. 오후에 잘 자려면 살짝 취해줘야 한다. 밥을 먹고 전철을 타고 잠실역으로 행한다. 오랜만에 지상으로 가보는 잠실역은 세련되어가고 있다. 대학 1학년 때 문무대를 가던 곳은 황량하기까지 했는데 밀도는 성기었지만 높이는 하늘을 찌른다. 롯데타워 때문이리라. 길고 긴 옥수수 타워는 잠실역 11번 출구를 나왔는데 꼭대기는 안 보이고 거대한 1층만 보인다. 찬찬히 검색해둔 모텔로 걸어가니 송파구청 4거리 근처에서 옥수수 타워의 위용이 보인다. 이런 거대함은 차라리 가까이에서는 감탄이 잘 안 나온다. 멀리서 보면 대단하다. 한강의 한 장면에 나오는 거대한 건축물이다.


그렇게 찾아간 와우모텔이다. 일반실 26,000원 특실 30,000이다. 일반실로 정하고 404호 키를 받았다, 들어가서 일단 씻으려고 샤워실로 향하는 순간 객실 전화벨이 울린다. 아쉬운 대로 잠자기에는 불편하지 않은 하얀 시트가 맘에 들었고 살짝 열어둔 창문 틈으로 늦은 겨울의 햇살이 비추고 있다. “방을 잘못 들어가셨습니다. 직원이 올라가면 방을 바꾸어 주세요.” ‘내가 특실로 잘못 들어왔나?’ 그렇게 생각하고 주섬주섬 옷을 입고 벨을 누르기에 보니 문틈 사이로 405호 키를 준다. 그러니까 404호키로 405호를 차지했다. 열쇠를 바꾸고 4시간 반을 세상모르고 잤다. 집중적으로 자니 저녁에 졸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캠프가 가깝기에 어제는 5시 30분에 출발을 했지만 오늘은 늦게 나갔다. 한 시간 늦게 모텔을 나서 입실 전에 찜해둔 남원 추어탕 집에서 탕을 오랜만에 먹으며 나의 고향 남원을 생각한다. 추어의 향기 고향의 여름! 어제 보다 10분 늦게 장지역 3번 출구에서 셔틀 밴의 기사님에게 전화를 드리니 8분 후에 도착했다. 그렇게 캠프 출근을 했다. 두 번째 출근이라 그런지 약간의 여유가 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2시간을 캠프에서 보내야 한다. 이렇게 일찍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차량확보이다. 좋은 차를 확보하지 못하면 밤새 시달려야 한다. 좋은 차는 쿠팡맨마다 정의가 다르겠지만 나는 슬라이딩 도어 원활함, 탑차 안의 조도 그리고 후방카메라(이하 후카)의 깔끔함이다. 후진을 자주 해야 하기 때문에 후카는 중요하고 야간이라 조명도 중요하다. 슬라이딩 도어가 말을 안 들으면 손목과 엘보우에 무리가 온다. 쿠팡에 근무하며 아픈 곳에 세 군데인데 허리 손목 엘보우이다. 그중 허리로는 치료를 위해 4일의 병가를 내기도 했다. 무리한 움직임 때문에 발병했지만 정형외과에 가서 주사 맞고 도수 치료를 받으니 이제 견딜 만하다. 손목은 무거운 기프트를 들거나 탑차 실내에서 꺼낼 때 무리를 하면 아프다. 엘보우는 문짝을 개방하기 위래 무리하게 힘을 주면 아프다.

이번에 같이 장기지원 나온 재윤님과 어느 캠프에서나 처음 나를 맞아준 병용님은 애연가이다. 여담이지만 병용님은 서초캠프에서 4조에서 일 못할 때 제일 먼저 맞아주고 그날 당인 4조로 다시 지원 나갔을 때 헤매고 있는 나를 위해 쉐어를 와준 최초의 쿠친이었다. 송파에 처음 와서도 병용님의 사전 켐프 설명을 듣고 배송에 큰 도움이 되었다. 후진이 많고 특이한 아파트가 많아 베송 속도가 느리다는 게 요점이었다. 첫날은 내가 적응이 안 되어 그러리라 생각했다. 140 가구를 배송하다가 송파 3 캠프 첫날은 99 가구를 쳤다. 둘째 날도 99 가구를 쳤는데 이유는 바로 후진과 오래된 아파트의 구조 때문이었다. 복도식에 L카에 기프트를 싣고 갈 수 없는 구조는 쿠팡맨을 너무 힘들게 한다. 엘리베이터까지 가는 계단이 두 개나 있어 플래시 백과 대빡 큰 기프트를 싣고 운반이 불가하다.


개포주공아파트 6동과 77동은 어제저녁도 갔지만 그런대로 운반할 만했다. 1차에는 쉐어를 받아 처리했지만 2차는 무리 없이 배송을 했다. 오늘 3조 지원에 역삼동과 강남역 구역을 무리 없이 마치고 2차는 롤백이다. 1차에는 1조 자리 차를 세워놓았는데 갑자기 3조 지원을 가라 하니 롤테와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힘들게 롤테를 끌고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출차가 늦어졌다. 그사이 기프트 5개는 칠 시간이다. 2차에는 그래서 3조 롤테와 가까운 데로 주차를 했는데 확인까지 하고 3조 자리에 주차를 하고 여유를 부리고 있는데 1조 롤백이다. 세상에는 뜻대로 안 되는 일이 너무 많다. 대비하지 말고 그저 편하게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화를 내도 울어도 소용없다. 그저 허허 웃자. 그렇게 오늘 2라운드에 나간 곳은 개포주공 5단지였다. 로딩지를 만들 때 39가구(이하 각)인데 조장이 재윤님한테 일찍 마치면 나를 도와주라고 말하기에 무시했는데 막상 5단지에 도착해서 첫배를 치는데 장난이 아니었다. 아까 말한 대로 모든 물건은 핸드 캐리였다. 게다가 100미터 정도는 보이는 긴 복도를 뛰어야 했고 엘리베이터(이하 엘베)는 서지 않는 층이 많았고 한 줄 밖에 없어 주차가 불가한 동 앞에 차를 세워두면 야밤에 쿠팡카를 빼라고 빵빵대는 차로 배송도 못하고 플래시백을 내팽겨 치고 뛰어 내려간 적이 서너 번이었다. 결국 39각을 갖고 나왔는데 5시 반에 쉐어를 오신 병용님에게 12 가구 정도를 떼어주고 미스캔 난 것 포함해서 7시까지 겨우 29각으로 마쳤다. 나름 둘째 날치고 나름 성질 덜 내고 잘 견뎠다고 스스로를 칭찬하고 엘베 앞에서 8 가구 28 피스를 늘어놓은 505동 엘베 앞 사진을 기록으로 남겼다. 오늘의 사진이었다.

시간과 공간이 다시 만나는 오늘 저녁의 모습은 저녁마다 뛰어다니면서 행복을 배달하는 쿠팡맨이 된 보람 중의 하나이다. 지원을 올 때는 힘들었지만 이제부터는 불평을 줄이고 긍정적 측면만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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