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lly 노오란 스쿨버스

조용한 배려


어둠이 부서지고 조용히 깨어나는 아침의 빛을 좋아한다.

추운 나라에 사니 아침을 이기고 깨어나는 순간부터 아이들은 더욱 반짝 거린다.

오늘 하루도 더 자라나기 위한 그들의 깨어짐을 온 마음으로 응원하는

엄마의 도시락과 아침식사.


집에서 스쿨버스를 타러 나가는 길은 걸어서 3분.

한 명 두 명 정류장에 모이고 이어지다 보면 어느새 긴 줄이 완성이다.

먼저 온 상급생 학생은 줄의 마지막을 지키며 한걸음 뒤로 물러서 동생들에게 거듭 앞을 내어준다.

줄에 선 아이들 옆으로 아이 엄마나 아빠가 나란히 서 있다.


대면 대면 무심하게 서 있던 부모들도 아이가 버스에 발을 올리기 직전엔 비장의 카드를 내민다.

머리에 키스를 하거나 반쯤 안아주며 하루의 시작 앞에 그들이 할 수 있는 사랑을 온전히 전해 주는 것이다.

처음엔 새 학기이니 그러겠거니 했는데 한 달 두 달 넘어가도 매일 있는 사랑 고백이라는 걸 알았다.

아... 나도.....??


고민하다 보면 늘 스쿨버스가 아이들을 모두 태운 후다. 창 밖으로 엄마를 찾아 하트를 나려 주는 딸에게

무언의 하트로 답례하는 것으로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을 대신하곤 했다.


이윽고 버스는 스탑사인을 접고 출발해 간다.

정지선이 없는 교차로라 사방에서 일시정지 중이던 차들도 3초 만에 한 대씩 다시 제 갈 길을 간다.

아이와 인사하던 손을 외투 주머니 속에 폭 넣고선, 길게 늘어서 있던 모든 차들이 교차로를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주머니에 넣은 손에 온기가 퍼져 오는 것 같았던 그 날의 기억을 더듬어 가며 이 글을 쓴다.


찾아보니 이를 Stopping‑for‑school‑buses law

이라 하며, 버스가 학생을 태우거나 내려주기 위해 멈추고, 위쪽의 빨간 점멸등이나 스톱 사인 팔을 펼친 경우, 일반 차량은 무조건 멈춰야 한다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교통 규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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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에 중앙분리대(median strip)가 없는 경우: 버스 앞뒤 양쪽 차선 모두 멈춰야 합니다. 

• 뒤에서 오는 차량은 최소 20미터 이상 뒤에서 정지해야 합니다. 

• 버스가 움직이거나 빨간 점멸등이 꺼지고 stop arm이 접힐 때까지 기다려야 하며, 그 전에는 출발하면 안 됩니다. 

• 이 법은 시간대나 도로 종류(고속도로, 시골길, 시내 거리 등)에 상관없이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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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속도를 배려해 주고 기다려 주는 이 조용한 어른들의 시스템 앞에 아침기운에 냉랭했던 내 손에도 마음에도 온기가 피어났다. 이게 이토록 절절히 고마워서 글까지 쓰고 있는건 한국사회에서 아이와 함께 좀 더 낮추어야 했고 무언 속에서도

눈치 보던 애엄마였기에 더 그런 걸까 ㅜㅜ


부모라는 말로 살면서부터는 친절한 사람이 되는 일에 늘 압박감이 생겨왔다.

친절하고 싶은데 더욱 친절과는 멀어져 가는 나를 보는 일이 많아졌던 것도 그렇고,

그럼에도 부모는 친절하게 안내해주어야 할 것이 많았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어느 길은 안전하고 어느 길은 다소 위험한지. 그 조차도 어려웠다 생각했는데

심지어 가지 않은 길에 대해 ? 막연함이 나를 자꾸만 불안함으로 잡아 끄는 것 같았던 지난 몇 달이다.


타지에서 나에게 아이들의 학교는 가지 않은 길이다.

아이들이 지금 보고 경험하는 모든 것에 대한 경험치가 제로로 시작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더 혼란스러웠던걸 알아채어 가던 그쯤.

무언가 주고픈 마음에 낚아챈 엉성한 말들이 아닌

그저 이렇게 뒤에서 너희들을 지켜봐 주고 기다려 주는 것으로도 때로는 충분할 것 같다는 마음.

그제야 콩닥이던 숨이 제대로 돌아오는 것 같았다.


위험으로부터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품은 채,

아이 뒤로 한걸음 두 걸음 뒤로 물러서는 존중의 자세를 배운 날이다.

물론 매일이 쉽진 않다 수없이 무너지지만 ㅜ

그것이 어른이 해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안내라고 마음에 꼭꼭 힘주어 적는다!



/// 그날 이후 쑥스럽지만 용기를 내어야 한다고 결심했다.

겸아 사랑해/ 율아 사랑해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고 와 ~ ㅎ

버스를 타기 직전 고백되어진 엄마의 응원


스쿨 버스 앞에 서 있는, 매번 서 있을 모든 날에

엄마는 이 마음 품고 매일 다짐 하기로 했다! ^^


마침내. 너희 이름으로 이루어 질 본인만의 역사.

뒤에서 기다려주고 응원하는

어른들의 조용한 배려 위에

건강하게 세워져 가기를




이렇게 4번째 글도 무서히 담아냅니다

다음 글의 제목도 미리 정해 두어야 길을 잃지 않을 테지요 :)


[우리동네 아침산책]

제목을 정하고 나면 그 단어 안으로 기억들이

하나 두울 몽글 몽글 맺혀가는 경험

이런게 글 쓰는 즐거움이구나 느껴 가는 중입니다

오늘도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아직은 바로 바로 방문 못해도 천천히 한 집씩 산책 다니고 있어요

어느 날 문득 다시 만나요 :)



한걸음 두 걸음 뒤로 물러나는 존중의 자세를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