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이곳
네널드
어금 없이 초콜릿봉지를 들고 와주신 캐나다 집의 주인아저씨이다.
이번엔 세탁기에서 나는 소리를 진단해주시러 오셨다.
여기는 캐나다와 미국이 강하나를 두고 바라보고 있는 지역이라
집에서 미국까지 물리적인 거리만 보자면 20분?
주인집은 저 다리를 건너 미국으로 이사를 가신 것이다.
벌써 여러 번 다리를 건너 입국심사를 거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그 길에 면세점까지 들러
아이들에게 전해 줄 초쿄렛 봉지를 챙기신다.
처음 집에 키를 받으러 왔을 땐, 냉난반기 사용 설명으로 시작해서 정수기 필터 설치, 가스난로 사용법,
차고 문 열고 닫는 법, 잔디깎이 기계 사용법, 쓰레기 처리 방식등 낯선 나라만큼이나 생소한 것들을
꼼꼼히 살펴 주고 가셨더랬다. 하지만 이번엔 세탁기 일로, 또 한 번은 식기세척기 일로, 또 한 번은 창문수리로
벌쏘 우리는 그렇게 매번 고마운 마음에 초쿄렛까지 덤으로 얻고 있다. 복 받은 세입자 인증 같다. ㅎ
아저씨는 자동차 관련 엔지니어라고 하셨다.
우리 아이들을 보시며, 본인의 아이들도 이 정도의 나이쯤에 동유럽에서 이민 오셨다고,
이 집에서 어린아이들이 성장하여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떠날 때까지 쭈욱 사시다가 최근에야
자녀들이 자리 잡은 가까운 미국땅으로 다시 터전을 옮기신 거라 하신다.
그때부터였을까 그냥 외쿡 아저씨라는 생각에서 한 사람으로 , 부모로 살아가는 가까운 이웃이라
느껴지던 가까움.
우리집 지하실에는 총 3개의 공간으로 파티션이 나뉘어 있는데 한 곳은 운동실, 한 곳은 소파에 누워 TV를 볼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나머지 한 공간에는 창고겸 보일러실이 있다.
보일러 옆과 뒤편으로는 사용 빈도가 낮아진 가구나 크고 다양한 식기류들이 수납장에 가득 쌓여 있는데 그와 마주하는 곳에 아저씨의책장으로 보이는 큰 나무책상이 있다.
한 번은 그곳에 오래도록 서 있었다
시선이 흘러 가는 장면마다 이야기가 보이는 것 같아서 …
하나는 책상 한켠에 무심히 놓여 있던 자녀의 어릴 적 사진이 들어 있는 액자를 마주 했을 때이고,
또 하나는 아이들과 함께 보았을 색이 변한 오래된 그림책과 누군가의 전공 노트가 꽂혀 있는 책장이었다.
마지막은 한눈에 보아도 아기자기한 베이킹 도구들, 언젠가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을 그 순간의 맛있는 향기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나는 무슨 자격으로 그곳에 서서 그 추억들을 살피고 헤아리며 결국엔 가슴이 먹먹해지기까지 하는지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전혀 닿을 것 같지 않았던 두 가족이 이렇게 만나
한 공간을 배경으로 과거와 현재로 이어진다.
어디선가 엄마~~ 엄마~ 어디 있어?
둘째의 소리가 이어진다.
어... 어!! 갈게~~
계단을 올라와 지하실의 불을 끄며 추억을 닫는다.
엄마 어디 있었어? (둘째가 바닥에 엎드려져 그림을 그리다 불쑥 나타난 엄마를 보고는 묻는다.)
(그러게 난 잠시 어디를 다녀온 건지..) 엄마?! 지하실에......
아이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더욱 선명히 전해 오는걸 느꼈다. 나는 조금 전 어쩌면 나의 먼 미래에도
닿았던 걸까 … 그 순간 가슴이 저릿 했다.
그리고 이 시선은 국적에 대한 나의 경계심을 가족이라는 프레임으로 바꾸어 주는데 충분했다.
네널드 아저씨 보다도 이곳에 오래 현재진행형으로 살고 계시는 이웃들이 있다.
옆집, 매일 아침운동을 하시는 마리아를 볼 때마다 나도 저렇게 건강하고 다정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 하는 마음을 차곡차곡 쌓는다.
우리 집 앞잔디를 함께 깎아 주시기까지 해 주시는 ㅜ 밀러 아저씨의 선한 마음은 또 얼마나 큰 고마움인지
너는 내 친구야 하고 말해주시는 앞집 자메이카 할머니의 소탈함과 손을 번쩍 들어 인사를 건네주는 그녀의 삼 형제.
그리고 자주 놀러 오는 웃음 많은 손녀들
이웃을 넘어 가족이라는 시선으로 느끼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캐나다라는 나라와 우리가 사는 이 집의 공간이 주는 이야기가 더욱 기대 되어 가던 시간들을 기록 해내어 기쁘다 ^^
그리고 중요한 질문 하나.
우리도 좋은 이웃일까 :)))))))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다음 편은 [finally 노오란 스쿨버스 ] 아이들의 이야기를 풀어 봐야지 하며 오늘은 이만 자러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