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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풍국 블리야 Jul 26. 2024

밴쿠버 최대 축제, 프라이드 퍼레이드

연례 LGBT 페스티벌

이태리 베니스 카니발, 브라질 리우 카니발, 영국 에든버러 축제, 독일의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는 관광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어도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주제로 열리는 지역축제들이 시즌이 되면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가본 적은 없더라도 한 번쯤 저런 축제에 참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한다.


다분히 관광학도의 관점에서 밴쿠버에 오고 난 후 나를 설레게 했던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18분 강연으로 유명한 테드톡(Ted Talk)의 캐나다 해드쿼터(headquarter)가 밴쿠버에 있다는 것이다. 컨벤션기획사로서 그런 행사 한 번쯤은 기획해보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둘째는, 밴쿠버에도 베니스 카니발, 리우 카니발, 에든버러 축제, 옥토버페스트 못지않은 유명한 행사가 있다는 것이다.


매년 여름이 되면 다운타운의 중심거리를 막아둔 채 4시간 동안 거리 퍼레이드가 열린다.

밴쿠버  퍼(Pride Parade)다.


밴쿠버를 걷다 보면 무지개색의 횡단보도나 가로등 배너를 볼 수 있다. 무지개색은 빨주노초파남보 7가지 색으로 구성되지만 색깔에 대한 개별적인 의미 부여를 떠나 다양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특히 성적 다양성을 대변하는 색이다.

무지개색으로 도배된 데이비 스트릿(Davie Street)캐나다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거리다. 성적 다양성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국가를 떠나와 캐나다에 정착해 사는 사람들이 있다. 얼마 전에는 일본 동성커플이 캐나다에서 난민지위를 획득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데이비 스트릿 ©Do604


'밴쿠버 프라이드 페스티벌'은 성적 다양성에 대한 메시지와 지지를 담고 있는 연례 LGBT 행사다. 비영리 자원봉사 조직인 밴쿠버 프라이드 소사이어티(Vancouver Pride Society, VPS)가 주관하는 행사로 캐나다 서부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미국을 포함한 서부 북미지역에서도 10위 안에 드는 큰 축제다.


*LGBT는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의 약자다.
*현재는 LGBT에서 더욱 확장된 개념으로 LGBTQ2+, LGBTQ2S+, 2SLGBTQ+, 2SLGBTQIA+ 등 여러 가지 약어로도 쓰인다.


수십만 명이 모이는 밴쿠버 프라이드 페스티벌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프라이드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 행사다. 4시간 동안 150개의 그룹이 퍼포머로 참여하니 약 1분 30초마다 새로운 퍼포먼스를 보는 것이다. 3km가 넘는 거리 행렬에 매년 수십만 명이 운집한다.


행사날이 되면 이른 아침부터 접이식 캠핑 의자를 들고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온다. 퍼레이드가 시작되는 랍슨(Robson Street)에서부터 스탠리파크에서 잉글리시베이로 연결되는 덴만(Denman Street), 퍼시픽(Pacific Street)을 따라 자리를 잡고 앉아 행렬을 기다린다. 퍼레이드가 시작되는 랍슨과 썰로우(Thurlow Street)에는 이벤트 참가자들의 준비를 위한 차량들이 새벽부터 빼곡히 들어선다.


프라이드 퍼레이드 맵 ©VancouverPrideSociety


밴쿠버 프라이드 퍼레이드의 모태는 동성애 연대(Gay Alliance Toward Equality, GATE)에서 조직했던 피크닉과 미술 전시회다. 1973년 8월 『Gay Pride Week '73』에 대한 보도가 실렸고 1978년 첫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열렸다. 초기 퍼레이드는 한쪽 길만 사용하여 다른 쪽은 교통이 유지된 채로 넬슨 공원(Nelson Park)에서부터 썰로우(Thurlow), 퍼시픽(Pacific)과 비치(Beach)를 거쳐 알렉산드라 공원(Alexandra Park)까지 이어졌다.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자리를 잡고 앉은 곳에서 우연히 영어 캠프를 온 한국 초등학생들을 만났다. 햇살이 따가운데 나란히 붙어 앉아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이 귀여워서 이런저런 말을 나누었다.

"캐나다에는 왜 오셨어요?"

"여기에서 뭐 하세요?"

"한국은 언제 가세요?"...

끊임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역시 아이들은 호기심 천국이다 싶었지만, 행렬이 시작되자 질문은 뚝 끊기고 벌어진 그 조그마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행사 시작에 앞서 캐나다의 상징동물인 비버가 경찰이 되어 관람객들에게 스티커와 부채를 나눠준다.


행사의 시작을 알린 건 밴쿠버 경찰이었다.

오토바이를 탄 경찰의 행렬에 이어 의상을 갖춰 입은 밴쿠버 경찰악대 등장하며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경찰이라는 존재가 주는 긴장감 때문인지 행사에 대한 기대감까지 한없이 올라간다. 4시간 동안 눈을 뗄 수 없이 이어지는 행렬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었다.





지금부터

 드 시작합니다!





2024년 밴쿠버 프라이드 퍼레이드8월 4일 일요일 오후 12시부터 4시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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