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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풍국 블리야 Jul 12. 2024

공짜 음식을 주는 드라이 런?

캑터스 클럽 오픈 행사

작년 코퀴틀람 센터에 캑터스 클럽(Cactus Club)이 문을 열었다. 센터의 그 넓디넓은 주차장 한쪽에 건물을 짓기 시작한 지 거의 1년만 인 것 같다. 캑터스 클럽은 한국이 역사적인 88 올림픽을 치르던 1988년, 놀스 밴쿠버에서 탄생한 비씨주 토종 체인 레스토랑이다. 현재는 비씨주뿐만 아니라 앨버타, 서스캐처원과 온타리오까지 로케이션을 확장했다.


코퀴틀람 센터점의 오픈을 앞두고 드라이 런(dry run) 행사가 열렸다. 캐나다에 살지만 '드라이 런'이라는 말도 드라이 런에 참여해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캑터스 클럽은 이 기간 동안 음식을 무료로 제공해 주고 시식에 참여한 손님들로부터 음식과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 드라이 런은 비즈니스가 정식 오픈을 하기 전 신입 직원들의 실전 교육을 하면서 서비스가 원활하게 운영되는지를 보는 최종 점검 행사라 보면 된다.


드라이 런의 사전적 의미는 시운전, 리허설, 예행연습으로 쓰이는 분야가 넓다.


이미 자리를 잡은 다른 지점의 숙련된 직원들이 파견을 나와 입구에서 손님의 예약 현황을 확인한 후 자리에 착석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서빙을 하고, 테이블 정리를 하면서 새로 오픈하는 곳의 직원들을 트레이닝한다. 노련한 직원이 신입 직원과 함께 짝을 지어 일을 하며 현장 적응 훈련을 시킨다. 손님 응대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며 음식 주문받는 법, 다음 음식이 나가는 시점, 중간중간 손님의 반응을 살피고 필요한 게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계속 가르쳐준다. 손님과 대화하는 중간에 직원 교육을 함께 시키는 이색적인 광경이다.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알리기도 했지만 알음알음 드라이 런 행사에 대한 입소문이 나고 사전 예약 링크가 퍼져나갔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는 나도 예약을 했다. 이미 예약자가 많아 점심이나 저녁시간대 예약이 불가능했다. 늦은 점심을 하기로 하고 테라스가 아닌 실내 다이닝 테이블에 예약을 했다.


밴쿠버에서 캑터스 클럽을 모르는 사람이 없고 나 역시 여러 번 방문했던 터라 며칠 전부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맛과 서비스 수준을 이미 알고 있고 게다가 음식까지 무료이니 신나지 않을 수가 없다. 예약 당일이 되어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입구에서 예약을 확인하고 애피타이저부터, 음료, 메인, 디저트까지 고를 수 있는 코스의 티켓을 준다. 친구는 스테이크 코스를 받았다고 하는데 우리는 메인에 햄버거가 포함된 티켓을 받았다. 곧 테이블 안내를 받고 실내로 들어갔다. 체인 레스토랑은 어느 로케이션을 가나 특유의 비슷한 분위기가 있다. 코퀴틀람 센터점도 다른 곳들과 비슷한 분위기인데 조금 더 탁 트이고 모던한 느낌이 난다.



음료는 나의 최애 시저 칵테일(Caesar Cocktail). 보통보다 더 맵게 엑스트라 스파이시(extra spicy)주문해 본다. 토마토 주스에 보드카와 우스터소스가 들어가고 타바스코로 매운맛을 낸다. 컵 테두리에 묻어있는 짭조름하고 쌉쌀한 셀러리 솔트를 입에 살짝 머금고 한 모금씩 마시다 보면 목구멍착착 감기는 맛에 자꾸 손이 가는 너무 맛있는 칵테일이다. 시저에 올라가는 가니쉬는 레스토랑마다 다른데 캑터스 클럽은 소시지와 오이피클, 타코타 치즈가 올려졌다.


이 맛있는 시저를 매일 마시고 싶은 나는 모든 재료를 집에 사다 두고 만들어먹고 싶을 정도다. 언젠가는 꼭 미니 바를 만들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다. 오로지 시저 칵테일만을 위한 바.



애피타이저는 핫치킨윙을 선택했다. 새로운 레스토랑을 가면 꼭 시키는 메뉴다. 치킨의 촉촉함 정도와 소스와의 조합을 보며 개인적으로 식당을 평가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는 메뉴다. 드라이하지 않게 소스가 충분히 얹어져 있어 비주얼 점수는 합격이다.


프라이드치킨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데 캐나다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얼스(Earls)에서 핫치킨윙을 먹고 그 맛에 반해버렸다. 매콤 시큼한 소스의 맛이 압권이다. 물론 한국인의 입맛에 매운 걸 먹었다 할 정도의 화끈함은 아니지만 중독성이 있는 맛이다. 



독특한 조합의 치킨 누들 샐러드는 살짝 스모키 한 치킨이 퍽퍽하지 않고 아보카도와 야채가 곁들여있어 조합만큼 맛도 좋았다. 햄버거 빵은 부드럽고 따뜻해 잡고 먹기가 수월하고 보통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햄버거와 다르게 소스가 많이 들어가지 않아 재료 고유의 맛이 느껴진다. 밴쿠버에 와서 처음 잉글리쉬 베이에 있는 캑터스 클럽을 갔었다. 한국에서 보던 햄버거와 높이가 달라 놀랐었다. 그때도 따뜻하고 폭신했던 빵은 참 인상적이었다. 신선한 기름에 갓 튀겨낸 감자튀김과 야들야들한 치킨텐더도 맛이 좋다.



디저트는 따뜻하게 데워진 브라우니와 아이스크림을 선택했다. 흘러내리는 초콜릿을 품은 브라우니를 한 스푼 떠서 아이스크림과 함께 먹으면 따뜻한 달콤함과 차가운 담백함이 어우러져 입안에 퍼지는 조합이 가히 황홀하다.



친절한 서비스와 맛있는 음식에 고마워 팁을 주려고 했지만 드라이 런 중에는 팁도 받지 않는단다. 대신 복지재단 후원을 위한 기금 모금을 하고 있어서 각자 5불의 후원금을 냈다.


드라이 런은 시행자 입장에서는 물론 비용이지만 검증 없이 오픈했다 좋지 않은 리뷰가 쏟아져 비즈니스가 어려워질 수도 있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가치가 있다. 이 기간에는 음식이나 서비스가 기준에 미치지 못해도 웃으며 이해해 주니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오픈 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드라이 런 행사가 끝나고 정식 오픈을 한 캑터스 클럽 코퀴틀람 센터점은 매일 성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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