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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풍국 블리야 Jun 30. 2024

Happy Birthday Canada, 캐나다 데이

온 국민의 생일잔치

7월 1일은 캐나다의 생일이다. 1867년 7월 1일 캐나다가 탄생했으니 올해로 157살이 되는 날이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캐나다가 하나의 국가로 수립된 것은 영국하원에서 캐나다 최초의 헌법 '대영 북아메리카 조약(British North America Acts)'이 통과된 1867년 7월 1일이다. 당시 노바스코샤, 뉴브런스윅, 퀘벡, 온타리오 등 동부지역 4개 주가 이 조약에 참여했다. 이때부터 7월 1일은 '도미니언 데이(Dominion Day)'로 지정되었다.


이후 중부, 서부, 북부에 있는 다른 주들이 점차 조약에 참여함으로써 현재의 캐나다가 되었다. 캐나다가 영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은 1982년 '캐나다 법(Canada Act)'이 통과되면서다. 이때부터 7월 1일은 '캐나다 데이(Canada Day)'로 불리게 되었다. 캐나다 데이 그 이름 자체만 놓고 본다면 그리 오래된 역사는 아니다.


캐나다엔 10개의 주(province)와 3개의 준주(territory)가 있다. ©wikipedia


내가 캐나다 생활에 있어 동경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길모어 걸스 Gilmore Girls'에서 비롯됐다. 전 시리즈를 세 번을 보는 동안 그곳의 배경으로 나오는 스타스 할로우 Stars Hollow 사람들이 모여 잔치를 벌이고 마을 축제를 하는 모습이 그렇게 좋았다. 스타스 할로우는 가상의 마을인데 초기 에피소드의 촬영지는 캐나다였다. 그런 이유에서 가깝게 느껴졌던 것인지 길모어 걸스는 나에게 '외국생활이라면 이래야 한다'라는 일종의 로망을 심어준 드라마다. 살다 보니 그런 기회는 거의 없을 거라는 걸 알았지만 말이다.


커뮤니티 행사에 참여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던 나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던 몇 년 전, 내가 속한 기관 Immigrant Services Society of BC(ISSofBC)에서 캐나다 데이를 앞두고 이벤트를 준비한다는 소식에 번쩍 손을 들고 나섰다. 직장인에게 주중 쉬는 날은 황금과도 같지만 고대하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나는 퀴즈 게임과 페이스 페인팅을 맡기로 했다. 퀴즈 게임이야 룰대로 하면 되지만 페이스 페인팅은 조금 걱정이 되었다.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데다 내 그림 실력이 그리 빼어나지는 않은 탓이다. 행사를 앞두고 웹서치를 하면서 그릴만한 캐릭터들을 모아보고 페인팅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열심히도 찾아보았다. 


코퀴틀람 캐나다 데이 이벤트, ©tricitynews


캐나다 데이가 되어 빨간 티셔츠를 챙겨 입고 단풍잎이 달린 팔찌도 찬 후 행사가 열리는 코퀴틀람 라파지 레이크로 향했다. 일찍부터 모여든 수많은 시민들로 호수는 북적거리고 간이무대에서는 이미 공연이 한창이다. 여기저기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니 말 그대로 축제의 현장이었다. 호수가 꽤 큰 데다 참여기관이 많아서 부스를 찾기까지 한참을 헤맸다.



내가 찾던 부스는 이곳. ISS of BC는 신규이민자들에게 정착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다. 한두 명의 직원을 제외하고 현장에 있는 모두가 자원봉사자들이다. 사무실 지원업무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자주 열리는 워크숍이 아닌 이런 특별한 행사에 자원봉사로 참여할 기회는 일 년에 몇 번 되지 않는다. 부스 장식과 게임에 필요한 물품들을 정리하고 방문객에게 나눠줄 기념품도 챙겨놓느라 모두들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역시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페이스 페인팅이다. 오픈과 동시에 꼬마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어느새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선다.


다들 꽃, 딸기, 단풍잎, 별을 한쪽 볼에 그려 넣고 신이 났는데, 내 앞에 앉은 꼬마숙녀가 해맑게 웃으며 주문을 한다.


"I want to be a tiger!"

"Oh, you want to be a tiger! Tiger.."


타이거는 예상 리스트에 없는데... 첫 손님부터 난관이다. 기관에서 준비해 온 페이스 페인팅 북을 뒤져봐도 호랑이 그림이 없다. 예상치 못한 꼬마손님의 주문에 머릿속이 하얘지지만 실망시켜주고 싶지 않아 최선을 다해 그려본다.


'음.. 호랑이가 어떻게 생겼더라..'

일단.. 얼굴을 주황색으로 덮어본다.
짙은 갈색으로 음영도 줘보고..
코.. 코는.. 까맣게 칠하자.
그래 눈, 눈 주변은 하얗게 해 보고,
옳지.. 그다음은 볼과 눈썹 주위를 따라 까맣게 호랑이 줄무늬를 만들고,
음.. 그다음은 그래 입. 입을 벌리고 있는 호랑이..
마지막으로 수염을 그려주자.


제법 호랑이 티가 난다. 거울을 본 꼬마숙녀가 만족해하며 씩 웃어 보인다. 다행이다.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다른 꼬마손님이 옆집에 바로 입장할 수 있는 기회를 다음 손님에게 양보하고 나를 기다린다. 페이스 페인팅 맛집으로 등극하는 순간이다. 호랑이가 된 꼬마숙녀를 한번 안아주고 보내고 나니 후다닥 와서 앉는 다음 손님.


"I wanna be a unicorn!"

"You wanna be a unicorn! Great! Unicorn.."


그날 난 야생동물들뿐만 아니라 상상의 동물까지 두루 섭렵했다. 고객만족은 곧 나의 기쁨!



캐나다 데이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불꽃쇼다. 그날밤 라파지 레이크에서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불꽃이 코퀴틀람 하늘을 향해 쏟아졌다. 낮보다 더 많은 인파가 불꽃쇼를 보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늘 관람객으로만 즐기다 자원봉사자로 직접 행사에 참여하니 어느 때보다 의미가 남다른 캐나다 데이였다.


캐나다 데이 하이라이트 불꽃쇼, 코퀴틀람 라파지 레이크 ©tricit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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