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주아빠 Jan 26. 2022

분석 다시 생각하기

일을 잘한다는 것, 야마구치 슈 / 구노스키 켄

처음 데이터를 잡고 헤매기 시작한 것이 2011년 9월이었는데, 돌아보니 시간이 제법 흘렀다. 


2011년에 비해 머신러닝과 딥러닝은 매우 보편적인 것이 되었고, R과 파이썬을 다루는 것도 너무나 대중적인 것이 되었고, 소수의 사람들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할 줄 알고, 내 손으로 직접 해야 했던 일들이 많은 부분 자동화되어 제품으로 나오고 있다. 


그래서 종종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렇게나 기술과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데, 나는 잘 따라가고 있는 것일까, 뒤쳐지지는 않나, 오히려 지금 데이터 분석을 시작한 친구들이 더 적합하고 유리한 지점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가 생각해온 관점을 크게 버리는 게 필요한 시점은 아닐까.


최근 '일을 잘한다는 것' 을 읽었다. 이 책이 다루는 두 가지 키워드는 '기술'과 '감각'이다. 물론 기술이 중요하지만, '감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왜 중요한지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불안감이 갖는 양면성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분석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의 폭이 '기술'에 한정되어 있거나, 혹은 내가 기술에 집착 혹은 지배되고 있거나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잠시 돌아봤다.


내가 하는 일의 특성상 기술에 모든 것이 매몰되기 쉽다. 생각의 균형을 잡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책 일부에 분석과 인공지능에 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단락들이 있어서 몇 문장을 옮겨보기로 했다. 


분석과 종합이라는 대비로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두 가지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분석이란 한마디로 '쪼개면 알 수 있다'는 사고방식입니다. 하지만 전체를 어떤 식으로 쪼개느냐가 분석에 선행되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간과되고 있어요. 어떻게 쪼갤 것인가를 결정할 때는 감각이 중요하거든요.
분석이 기술적이라는 오해는 자주 일어나죠. 사실상 분석에 가장 필요한 것은 감각입니다. 감각이 필요한 이유는 문제의 원인을 직관적으로 파악해야 더욱 의미 있는 분석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분석은 보텀업(bottom-up) 방식이잖아요. 여러 개의 축에서 잘라보고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생각하는 겁니다. 반면에 '원인은 이것이 아닐까?' 하는 직관에서 고찰을 시작하는 것은 톱다운(top-down) 방식입니다.
직관에 기초해서 이것을 어떻게 증명하느냐 하는 '땅파기'와 우선 입수해놓은 데이터를 여러 가지로 나눠 생각해보는 '땅파기', 그 양쪽이 이어짐으로써 원인이 선명하게 특정되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을 가리켜 저는 '산의 양쪽에서 터널을 판다'고 표현합니다.
일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해봅시다. 먼저 '즉각 분석하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사업 전략을 생각해보자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바로 조사를 시작하고 분석으로 돌진하죠. ... 원래 같았으면 실적을 내기 위해서 전략을 세워야 할 텐데, '분석'이라는 작업이 전략의 프락시가 되고 맙니다.
인공지능이라거나 새로운 기술 같은 것들은 앞으로도 나올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기술에 앞서 이치에 맞고 독자적인 전략 스토리가 있어야 합니다. 인공지능이든 사물인터넷이든, 전략 스토리가 가운데서 자리를 잡아야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니까요.
넷플릭스는 지금도 비즈니스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터 관리를 인공지능에만 전부 맡기지 않습니다. 작품마다 분석한 특징을 태그로 붙이는 방법을 자신들만의 비법으로 삼았죠. 현재까지도 일일이 작품을 나타내는 데 최적의 '태그'를 입력해 붙인다고 합니다.
넷플릭스에는 이 태그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팀이 있습니다. '태거'라고 불리는 이들 정직원이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와 로스가토스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죠. 작품에 관한 사항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살펴보고 사람이 태그를 붙이는 겁니다. 이 과정을 굉장히 철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야마구치 슈는 올해 처음 접한 작가인데, 어떤 측면에서는 조금 일본답기도 하지만, 너무 일본답지 않아서 좋다. 일본 작가들은 스스로 뭉게뭉게 사색하는 것들을 매우 구체적으로 잘 포착하고 제법 명료하게 드러내는 특징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게 조금 과하면, 굳이 체계화하거나 구체화할 필요 없는 논리까지 파고드는 경우가 가끔 있다. 


야마구치 슈 작가도 그러한 면모를 자신 있게 드러내지만, 너무 과하게 들어가지 않아서 한국인인 내게도 많은 공감을 얻는 게 아닌가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포티파이 로컬 진출 전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