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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주아빠 Mar 12. 2020

스포티파이 로컬 진출 전략

그들의 눈으로 미국, 동남아시아, 일본 시장 이해하기


2008년에 시작한 스포티파이는 현재까지 79개 국가에 서비스를 런칭했습니다. 작년 초 인도 런칭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뜸했는데, 최근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제 한국이 80번째 지역이 되겠네요. 이번 글은 현재 스포티파이가 활발히 서비스되고 있는 지역 중 미국, 동남아시아, 일본까지 세 지역의 스트리밍 음원 시장에 진출한 전략과 과정을 분석한 몇 편의 기사를 요약해보았습니다.


미국 - 라디오 유저를 겨냥한 Discover Weekly

2011년 7월 출시


2011년 당시 스포티파이의 경쟁 서비스 Deezer는 미국을 제외한 많은 중소 국가에 빠르게 진출하고 있었습니다. ‘서비스 가능 지역 숫자'를 늘려 글로벌 경쟁우위를 선점하려는 전략이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이와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유럽에서 1백만 유료 구독자가 확보된 시점에 곧바로 가장 거대한 미국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투자받은 금액 중 막대한 부분을 투입했음은 물론입니다.


당시 유럽에서 스포티파이는 ‘검색창' 중심으로 서비스되고 있었습니다. 유럽의 대다수의 유저가 ‘액티브 리스너(듣고 싶은 노래를 직접 찾는 리스너)’라고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보기에 미국의 일반적인 리스너는 유럽과 달랐습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라디오 청취 문화가 지배적이었는데, 당시 미국에서 많은 유저를 확보한 Pandora 역시 ‘Radio-like’한 서비스였습니다. 이처럼 상반된 행태의 미국 리스너를 사로잡기 위해 ‘Discover Weekly’를 선보였습니다.


사실 이 새로운 서비스는 미국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글로벌 음원 시장이 ‘보다 진화된 큐레이션(more curation)’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잘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2011년 미국 출시 당시, 스포티파이의 추천 알고리즘은 완성도가 높지 않았습니다. 단순한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 기반의 알고리즘이었고, 어떤 고도화된 튜닝도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뉴요커 잡지는 “쓸모 있기보다 짜증 난다”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티파이는 기술적 완성도가 낮은 시점에서 미국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는 것을 선택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스포티파이 추천 알고리즘은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많은 유저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 K-POP과 다양한 결제 옵션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2013년 출시), 대만, 필리핀(2014년 출시)


미국을 구성하는 50개 주는 서로 언어가 같고 생활양식도 비슷해 지역 간 공통점을 찾기가 수월합니다. 하지만 아시아는 정치제도, 소비자 행태, 생활물가 수준, 결제시스템 등 거의 모든 것이 서로 달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고, 이를 토대로 진입 전략을 세웠습니다.


첫째, 제품의 새로운 기능이 출시되었을 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주로 확산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이 국가들에서 가장 대중적인 라인과 페이스북을 통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쳤습니다.


둘째, K-POP이 동남아 거의 모든 지역에서 유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케이팝을 저작권 협의 최우선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번 한국 스트리밍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상당히 예전부터 다져오고 있었다고 생각되는 대목입니다.


셋째, 결제 행태는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경우 신용카드를 거의 쓰지 않는다는 점은 같았습니다. 그래서 현금 지불, 계좌이체, ATM, PG, 편의점 결제 등 다양한 결제 옵션을 장착했습니다.


참고로 2014년에는 브라질에도 진출했는데, 이 곳 역시 신용카드 결제방식이 전혀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빈부격차가 심각한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용카드 없이 휴대전화번호 만으로 결제하는 방식을 도입했는데, 이 결제수단이 브라질에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되어 유럽 또한 이동통신 결제를 기본 옵션으로 변경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일본 - CD플레이어에 대한 도전

2016년 출시


글로벌 음원 시장은 스트리밍으로 이미 빠르게 재편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국 아티스트가 아닌 해외 아티스트에 대한 선호도와 청취하는 빈도 또한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일본은 글로벌 추세와 달랐습니다. 여전히 CD가 음원 판매의 80%를 차지하고 있었고(글로벌 기준 CD 20% 미만), 일본 리스너의 85%는 자국 뮤지션 중심으로 음악을 소비하는 확고한 취향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는지, 2015년에 이미 애플, 구글, 라인, 아마존 등이 스포티파이에 1년 앞서 일본에 진출했지만 곧바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앱 다운로드 수도 높고 무료 프로모션 기간 동안 꽤 많은 유저들이 유입되었지만, 이들을 유료 구독자로 전환시키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근본적으로 '스트리밍'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단순히 경쟁자들과의 스트리밍 플랫폼 싸움을 넘어선 문제로 이해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 CD 못지않은 음원 품질 수준을 보장하는 것을 로컬 전략의 우선순위에 포함시켰습니다.


또한 로컬에 선호가 강한 일본 리스너들을 위해 초기 제품 출시 과정에서 명확히 선택과 집중을 했습니다. 최초 출시 버전의 기능적인 범위는 최소화하고, 로컬 콘텐츠를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하여 이를 강조했습니다. 로컬 뮤직에 강하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스포티파이는 로컬 음원을 충분히 갖추기 전까지 제품을 런칭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일본 시장 진입 시에는 더 섬세하게 준비했습니다.)


준비과정에서 일본 현지에 12명 규모의 팀을 별도로 운영했습니다. 특히 일상적인 모습에서 재밌는 장면들을 담은 영상광고를 제작해 큰 화제가 되었는데, 이는 일본어에 스며있는 미묘한 문화적 뉘앙스를 포착한 결과였습니다.


또한 마케팅 채널로서 라인 메신저를 적극 이용했습니다. 우리나라 메신저 시장을 카카오가 움켜쥐고 있듯이, 일본은 라인이 메신저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에 착안해 스포티파이 트랙을 라인 모바일앱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한국 시장으로의 진출


지난 2월부터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진출한다는 보도가 여러 차례 나오고 있습니다(그 전에도 소문니 없었던 것은 아닌데, 이번에는 진짜인 것 같네요).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스포티파이의 관점이 궁금해집니다. 그들이 보기에 ‘우리’는 어떤 '리스너'일까요? 한국 또한 일본 못지않게 특수한 시장으로 여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일본 못지않게 국내 뮤지션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요.


한국은 (물론 최근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구글보다 트래픽이 많은 네이버가 있고, (물론 법적인 이유이긴 하지만) 우버 대신 카카오택시와 타다가 성업하고 있습니다. 좀 더 시계를 돌려보면 대형할인점 월마트와 까르푸가 실패하고 돌아갔고, 그 자리에는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로컬 서비스가 모든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도 아닙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스타벅스를 많이 찾고, (지금은 예전 같지 않지만) 전 세계 유니클로 매출의 상당 부분을 기여하는 나라이기도합니다.


아무튼, 늘 에어팟을 귀에 달고 사는 나름 열혈 리스너로서 스포티파이의 한국 진출을 환영합니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진입하여 국내 혹은 외신에서 위와 같은 재밌는 기사가 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



원문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들을 참조해주세요. 이 글은 아래 기사들을 모아 재구성했습니다.

Spotify global expansion

Spotify Asia expansion - Japan case study

Streaming music companies battle for international ears


덧붙여, 아래 링크의 글들을 추천합니다.

Bringing spotify to India and beyond(스포티파이, 한글 번역)

스포티파이의 팟캐스트 점령 작전. 애플이 눈치채기전에! (이바닥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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