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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주아빠 Sep 12. 2022

[독서메모]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

찰스 핸디가 손주들에게 보내는 편지 읽기

요즘 두껍게 쌓아둔 전문서적들은 잘 펼쳐보지 않는다. 그보다는, 나도 모르게 손이 가는 책들은 아이들을 향한다. '육아'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책은 아니지만, 어린 시절 기초적인, 넓은, 터를 만드는데 어떻게 도울까 하는 생각이 막연히 생기는 것 같다. (마음만큼 실천하는가? 되물으면 부끄럽기만 하다)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 책의 저자 찰스 핸디는 영국의 경영사상가이다. 10여 년 전, '코끼리와 벼룩'이라는 책을 읽은 후 완전한 팬이 되었다. 이제는 정말로 연로해진 저자가 쓴 최근 저작이 있다고 광고를 보고 주문했고, 몇 장 읽기 시작했다. 이 분의 글을 읽으면 근원적인 자유로움이 간접적으로나마 전해지고, 약간은 불안한 마음으로 그것을 좇고 싶고, 동경하게 된다. 이번 책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저자의 손주들에게 보낸 편지들을 묶은 책이다. 초입의 몇 부분을 옮겨본다. 나도 아이들에게 이런 용감한 문장을 진심을 담아 확고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98p

나는 대학에서 개인적으로 큰 호기심을 가지고 철학 강의를 들었다. 강의를 제대로 마치려면 다수의 철학자를 공부해야 했다. 처음에 나는 철학자들의 저작을 일종의 세속적 성경인 양 학습하고, 그들의 사상을 흡수하는게 수강생의 책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담당 교수가 철학자들의 이론을 열거하기보다, 학생들이 과거 철학자들을 무작정 받아들여야 할 권위체가 아닌 일종의 '자극제'로 삼아 각자의 이론을 개발하도록 돕는 데 주력한다는 걸 알고 무척 기뻤다. 그 강의는 나에게 지적 자유의 문을 열어준 열쇠였다. 강의를 통해 나는 독자적으로 생각하고, 무엇에든 의문을 제기하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만 동의하는 공식적인 허가증을 얻었다.


106p

편안한 호텔에 투숙하고, 고향에서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으며 모국어만 사용하며 현지에 사는 사람들과는 접촉하지 않고, 방문하는 크고 작은 도시들을 카메라 렌즈로만 보는 여행객들을 생각해보라. 그들은 온갖 편견을 재확인한 채 고향으로 돌아가고, 원래 살던 곳에서 살게 된 것에 안도하고 좋아하며, 마음이 넓어지기는커녕 편협해진다. 너희는 이런 식으로 여행하지 않기를 바란다. 호기심을 유지하길 원하고, 다른 조건에서 살아가는 다른 형태의 삶을 탐구하고 싶다면 결코 그렇게 여행하지 않을 것이다.


111p

너희를 포함해 모든 젊은이가 학구적인 성향을 띠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왜 모두가 학교 성적으로 똑똑하다는 걸 입증하길 바라고, 지능을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을 경시하는 것일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가 여러 방향에서 영리함을 드러낼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지적했다. 그는 세 가지 유형의 지능이 있다고 말했다. 에피스테메(순수한 지식), 테크네(기술적 지식), 프로네시스(실천적 지혜)가 그것이다. 세 가지 지식을 동일할 정도로 지닌 사람은 거의 없다.


56p

내가 깨달은 바에 따르면, 진정한 만족감은 너희에게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는 데서 비롯된다. ... 그렇기에 관용을 억누른다면 비인간적인 행위가 될 것이다. 윈스턴 처칠도 "우리는 얻은 것으로 생계를 꾸리고, 주는 것으로 삶을 만들어간다"라고 말했다.


32-34p

이제 영국에서 공무원 조직을 제외하면 어떤 조직도 평생 직장을 보장하지 않는다. 게다가 요즘 기업의 평균 수명은 16년에 불과하다. 이럴진대 어떻게 기업이 평생 직장을 제공할 수 있겠는가? 공무원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제 어떤 부서도 업무에 관련된 모든 사람을 고용하지 않는다. 
요컨대 안정된 직장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 너희는 고용된 상태에 있더라도 새로운 일자리가 나오면 그 자리에 지원해야 할 것이다. ... 이런 이유에서 나는 '포트폴리오 라이프'라는 것이 너희 세대에게 최상의 대안이 될 거라고 꾸준히 제안해왔다. 내가 말하는 '포트폴리오 라이프'는 작은 일자리들, 보다 구체적으로 보수를 받는 일자리들과 무보수임에도 유익한 일자리들의 집합체를 뜻한다. 
내가 확신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뫃든 것이 순조로울 때 너희는 아주 오래 살 것이고 언젠가는 혼자가 되겠지만, 그때도 계속 일을 하려면 포트폴리오 라이프가 해답이라는 것이다. 나는 너희가 그렇게 살기를 바란다.


89-92p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는 한 세기의 간격을 두고 다른 시대에 살았지만, 두 사람 모두에게는 성경의 권위와 교회의 계급보다 두 눈으로 목격한 증거를 믿는 지적인 대담함이 있었다. 
1543년 죽음을 앞둔 코페르니쿠스는 침대에 기댄 채 자신의 위대한 저작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의 초판을 들척이다가 숨을 거두었다. 100년 후 갈릴레오는 그만큼 운이 좋지는 않았다. 갈릴레오는 자신의 이론을 공식적으로 철회해야만 했고,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집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속설에 따르면 갈릴레오는 자신의 방 벽에 'E Pur si muove(그래도 지구가 돈다)'라고 저항적인 네 단어를 새겨 두었다고 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 두사람은 내 영웅이었다. ... 너희도 앞으로 개인적인 믿음 때문에 고민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때 너희 생각을 감추고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야 할까? 물론 어떤 생각이고 어떤 상황인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적절한 조심은 비겁한 행동이 아니라 상식이다.
나는 직업의 세계가 어떤 것인지 파악할 만한 실마리를 추적하며 저자로서의 삶을 살았고, 그런 20년이란 시간 동안 글을 쓸 때마다 전통적인 지혜에 반론을 제기하는 편이었다. 그 결과 처음에는 무시를 당했고, 그 후에는 경멸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적잖은 시간이 지난 후, 내 걱정과 생각이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입증되자 많은 사람이 "그래, 그게 분명했었어!"라고 말했다.
그때마다 나는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를 기억에 떠올렸다. 어떤 것도 당연하게 여기지 마라.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상관이 확신하는 것에 의심을 품고 적절한 때가 될 때가지 그 의심을 겉으로 드러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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