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소파를 옮겨보았다
한 때 위치와 공간에 대해서 꽤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열심히 일했었다. 당시 몇 가지 생각했던 점들이 있었다.
공간에 관한 의사결정은 크게 두 가지가 전부다. 하나는 '여기'에 무엇을 하느냐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것을 '어디'에 두느냐 하는 것이다. (예시 - 여기에 카페를 하면 잘 될까? or 이런 소품샵은 어디에 열어야 잘될까?)
서울에 동북 4구라고 묶어 부르는 지역이 있다. 성북구, 도봉구, 강북구, 노원구 네 곳인데, 이 지역의 발전을 위한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인구와 교통을 분석하다가 한 가지 단순한 factor를 발견했는데, 이 지역은 2호선이 지나지 않는다. (2호선이 닿지 않는 또 다른 지역은 용산구가 있다)
[상업용 부동산 입지]라는 번역된 도서를 구매한 적이 있다. 이 책의 원래 영어 제목은 "Location, Location, Location"이다. (그만큼 점포의 시작과 끝은 '입지'가 전부라는 뜻)
1월에 팀 내에서 자리이동이 있었다. 우리 팀은 크게 2개 섹션에 나뉘어 앉아 있었는데, 이번에 이동하면서 하나의 섹션에 모여 앉을 수 있도록 조정했다. 모든 기획, 개발, 데이터 멤버가 등을 마주하거나 데스크 넘어 마주 보고 앉게 되었다. 요구사항을 주고받는 빈도가 늘고 속도가 빨라졌다. 서로가 서로에게 약간의 방해와 조금의 도움 모두를 얹어가고 있다.
지난 회사에서 코로나를 맞이하며 유난히 긴 재택근무 기간을 겪었는데, 모여서 일하는 것에 대해 즐거움도 느끼고 있다.(물론 재택과 출근 모두 장단점이 있다)
스티브잡스가 새로운 애플 사옥을 지으면서 중앙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서로 마주치도록 유도하는 설계를 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잡스가 사옥을 설계하기 한참 이전 젊은 시절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주머니에 자갈들이 부딪히는' 것에 은유하여 제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설명하는 비디오 클립이 있다. (두 손으로 마찰을 일으키듯 제스처를 취하며)
주말 동안 신혼 때 들여온 큰 가구 두 개를 당근마켓으로 팔고, 그동안 쟁여놓고 안 읽어본, 또는 사봤지만 보관은 안 하고 싶은 책도 수십 권 나눔 했다. 그리고 거실의 가구 배치를 바꿨다.
원래 배치: 일반적인 집들의 거실처럼 거실 한 면에 TV가 있고, 맞은편에 기다란 소파가 있었다. TV와 소파가 디귿(ㄷ) 자의 아래/위에 해당한다면, 세로획 위치에 아이들 책장을 두었다.
문제점: 세로획 위치가 거실에서 약간 어둡기도 한 데다 TV와 소파가 강력하여 나조차도 책장의 존재를 종종 잊게 되었다.
바꾼 배치: 소파와 책장 위치를 서로 바꿨다. 소파에 앉으면 TV를 곁눈질로 봐야 한다. 우리도 넷플릭스를 편히 보는 것을 포기한 셈이지만, 어차피 침대에 누워서 실눈으로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경우가 훨씬 많다.
결과적으로, 배치를 바꾸자마자 둘째가 책을 꺼내 거실에 늘어놓기 시작했다. 첫째는 내 책상에 한 권 들고 와서 같이 읽겠다고 한다.
(내가 열심히 읽어주기만 한다면) 위치 전략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