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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 Jan 01. 2019

12. 영화 코코의 배경, 과나후아또에 가다

삐삘라 동상, 디에고 리베라 생가, 미라 박물관에 가다

 영화 '코코'의 주인공 미구엘이 뛰어다니던 알록달록한 거리, 그 배경이 된 도시가 바로 이 과나후아또이다. 과나후아또는 이곳 께레따로에서 2,3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도시로, 산 미겔과 더불어 과거 스페인의 대표적인 은 수탈 지였다. 은광으로 발달한 과나후아또와 산 미겔, 교통의 요지로 식민시기의 중심지가 된 께레따로. 가장 심한 착취를 받았기 때문에 독립의 시발이 된 이 도시들은 모두 멕시코의 독립 벨트를 형성한 도시들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과나후아또

  오늘의 첫 일정은 삐삘라 동상이다. 삐삘라 동상이 있는 전망대에서는 과나후아또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기 때문이다. 브렌다 언니에게 오늘 과나후아또에 놀러 간다 하니, ‘거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야, 너도 좋아했으면 좋겠다’라는 답장을 받았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과나후아또의 풍경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나 역시 이 도시를 가장 좋아하게 될 것 같았다. 전망대에 틀어져 있는 음악들이 설레는 마음을 더욱 고취시킨다. 들뜬 것은 관광객들 뿐만이 아니었다. 광부로 분장해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들, 사탕이나 각종 기념품을 파는 상인들로 전망대는 북적거린다.

삐삘라 동상

 뒤편에 있는 이 동상이 바로 삐삘라 동상이다. 삐삘라는 과달라하라의 광부 중 한 명으로, 스페인의 착취의 반발해 돌을 던진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란다. 인당 10페소씩을 내면 이 동상의 안쪽으로 들어가 볼 수 있다. 사진에 보이는 플라스틱 칸막이가 바로 그 내부다. 그런데 위에 올라가도 보이는 풍경은 똑같으니 굳이 올라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칸막이에 막혀 더 답답하기만 했다.

디에고 리베라 생가에 있는 벽화 재현본

 전망대에서 내려와선 바로 디에고 리베라의 생가에 갔다. 디에고 리베라는 그 유명한 프리다 칼로의 남편으로, 멕시코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이다.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는 둘 다 멕시코 돈 500페소권을 장식할 만큼 이곳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인물들이다.

 이곳 역시 어학원 학생증으로 입장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 생가의 1층은 침대나 책꽂이 같은 것을 전시해 생가를 재현하고 있었다. 2층부터는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전통적인 신화를 바탕으로 그린 그림부터, 풍경화, 초상화등, 디에고 리베라의 다양한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다.

 맨 위층에 있는 강당에서는 큐레이터가 디에고 리베라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디에고 리베라는 소문난 바람둥이로, 그와 관련된 여자 중에 기록에 남은 여자만 40명이 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프리다 칼로 역시 애인이 3명 정도 있었단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던 두 사람의 결혼을 프리다 칼로의 부모님은 처음에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부유했던 디에고 리베라가 프리다 칼로의 집의 빚을 전부 갚아주자,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프리다 칼로는 알았지만, 디에고 리베라에 대해서는 이번애 처음 알게 되었다. 사실 생가의 전시된 그림만으로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아무래도 초기 습작이 많은 편이라 그렇다 했다. 게다가 디에고 리베라의 진가는 벽화 예술이란다. 강당에 있는 재현 벽화는 '알라메드 공원의 일요일의 꿈'으로,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맨 가운데 놓인 해골 여인은 한 살 때 죽은 자신의 여동생을 그린 것이다.  다음에는 멕시코 시티에 가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와 프리다 칼로의 박물관도 구경하고 싶어 진다.

과나후아또 극장
dulce 가게 내부

 그 외에도 연인들이 키스를 하면 사랑이 이루어지는 키스 골목부터 각종 기념품을 살 수 있는 가게들까지 과나후아또는 볼거리가 풍부하다. 극장 바로 맞은편에 있는 'la catrina'라는 가게는 이곳의 유명한 dulce(사탕) 가게이다. 멕시코의 둘세는 제법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이 많다. 우리는 땅콩과 호박씨로 만든 둘세와 ojas(색칠한 종이 같은 식감의 과자)를 구입했다. 땅콩과 호박씨 둘세는 조청에 견과류를 볶은 강정과 같은 맛이 났다.

 도자기 가게 역시 유명하다. 그 중 한 가게는 일본, 한국 관광객들이 꼭 들리는 가게란다. 산미겔에도 비슷한 도자기 집들이 있었지만, 이곳의 도자기 문양이 좀 더 정교해 보였다. 손으로 그려 넣은 색색깔 문양들이 예쁘다.

  일본인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그런가 주인 할머니는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いらっしゃいませ(어서 오세요)~를 외쳤다. 우리 가족이 컵을 하나씩을 골라 계산하려 하자 어디서 오셨어요? 하고 물으신다. 이모는 우리는 한국인이고, 이곳에 산지는 15년이 되어간다고 대답하자 muy bien(아주 좋아요). 하고는 따뜻하게 웃어주신다.

 일본어를 하실 줄 아시나요? 이번에는 이모부가 묻자 할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일본인 친구가 한 명 있을 뿐이라 했다. 가게로 전화가 걸려 오면 もしもし(여보세요)하고 응대를 하지만, 곧장 스페인어로 말해달라고 한단다. 친구에게 배운 아주 간단한 인사말만 사용하고 있을뿐이라 했다.

과나후아또 도자기 가게에서 구입한 컵

 과거 은광으로 발달한 곳인만큼 은공예품 역시 유명하다. 사실 이곳은 은 생산지일 뿐이라, 공예 쪽은 스페인이 좀 더 유명하지만 말이다. 은 이외에도 각종 광석들로 만든 공예품들을 팔고 있다. 호박이 특히 유명한데, 한국사람들이 주로 사간다고 한다.

알록달록한 과나후아또의 거리
활기가 넘치는 과나후아또의 거리

 사실 과나후아또는 거리 자체가 워낙 예뻐, 그저 가만히 걸어만 다녀도 좋다. 풍선과 장난감을 파는 사람들, 중세시대 분장을 한 아이가 다가와 연극을 보겠냐며 권유하는 등, 복잡하지만 활기가 넘치는 곳 같다.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덧 오후, 웬만한 박물관들이 닫을 시간이었다. 우리는 미라 박물관 하나만 보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미라 박물관 역시 어학원 학생증으로 할인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미라 박물관까지 가기가 쉽지 않았다. 걸어가기엔 멀고, 주차장은 좁아서 안에 있는 차가 빠지지 않으면 주차를 할 수없었다. 길게 늘어선 차들에 결국 미라 박물관은 이모와 막내 사촌, 나만 중간에 내려 걸어가기로 했다. 이모부는 미라는 이제 너무 많이 봐서 별로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미라 박물관의 입장 줄을 기다리는데, 왜일까 놀이공원 테마파크를 기다릴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안내표시판들도 해골 모양으로 되어 있어 뭔가 익살스러움 자아내고 있었다. 사실 전시물 자체는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닌데 말이다.

 이곳 멕시코는 공동묘지의 관리비가 몇 년 이상 채납 되면 그 시신은 국가에 귀속된단다. 우리나라는 문화상 함부로 묘지와 시신에 손을 대지 못한다. 그렇지만 이곳은 그렇게 주인 없이 버려진 묘지의 시신 몇몇은 이렇게 박물관으로 보내진 단다. 과나후아또에 미라가 많은 이유는 이곳의 지하수 때문이다. 지하수에 있는 어떤 성분이 시신을 쉽게 부패시키지 않기 때문에 미라가 특히 많단다.


 박물관 안은 소란스럽다. 죽은 사람의 시신에 성기가 없다, 너무 뚱뚱하다, 이상한 표정이다 하고 손가락질을 하고 웃는 사람들, 셀카를 찍는 사람들이 많다. 기다릴 때와 같은 분위기다. 이곳은 박물관이라기보다는 거의 유령의 집과 같은 테마파크와 같았다. 초등학생인 사촌 동생은 그런 사람들의 태도에 화가 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지 일부로 큰소리로 화를 냈다. “정말 다들 너무한 거 아니야!”

 미라 박물관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라만 전시되어있는 곳이다. 처음에는 신기했지만, 나중에 가면 비위가 상했다. 이모부께서 왜 오는 것을 꺼려했는지 알 것 같았다. 미라라고는 해도 결국의 시신 들일뿐이다. 어두운 박물관에서 수십 구의 시신을 보고 있으니 당연 기분이 이상해질 수밖에.

 말라비틀어진 피부, 남아있는 체모들, 아이를 낳다 죽은 산모 옆에는 당시 뱃속에 있던 신생아 미라까지 있다. 갓난아이들의 미라에는 생전 사진들도 함께 전시하고 있었다.

 일전에 대학에서 들었던 박물관학에서 전시의 배치는 모든 것이 다 의도된 것이라 했다. 조명의 각도, 전시물의 배치, 벽에 쓰는 문구까지, 모두 다 의도된 것들이다. 그래서 더욱 혼란스러웠다. 대체 이 전시가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 걸까. 삶의 소중함? 죽음에 허무? 모르겠다. 박물관 측에서 굳이 이렇게 익살스러운 전시 방법을 택해야 했을까. 생각이 많아져 머리가 복잡해졌다. 고통스럽게 일그러진 미라들의 얼굴을 계속 보니 속이 안 좋아져 나중에는 그냥 빠르게 걸어 나왔다.

안녕 과나후아또

 미라 박물관 근처에는 각종 기념품 가게들이 줄을 지어 서있다. 그곳에서 과나후아또 전망대 모양의 마그넷을 하나 샀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과나후아또의 전망대는 밤에 가면 야경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란다. 그래서 해가 지기 전에 돌아가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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