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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 Dec 01. 2018

2. 멕시코 살아보니 어때?

멕시코의 기후와 치안에 대해

 서머타임이 해제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이제 한국과는 한 시간이 더 늘은 15시간의 시차가 난다. 이모는 아침 식사 시간마다 저녁 8시에 하는 한국 뉴스를 생방송으로 본다. 나 역시 스마트폰으로 한국의 기사들을 읽으면서 하루를 열고 있다. 요즘은 온통 미세먼지 이야기뿐이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아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을 생각하면 막막해졌다. 어떤 사람이 이곳 한인 커뮤니티 카페에 글을 올렸다.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멕시코로의 이민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봄이 싫었다, 지긋지긋한 황사 때문에. 그런데 이제는 비단 봄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여름에도 미세먼지와 폭염에 시달리다가 이곳에 왔는데, 가을이 지나 겨울이 시작된 지금까지도 미세먼지에 대한 고충을 기사로 읽을 줄은 몰랐다. 올해 창문을 열고 환기할 수 있는 날이 얼마나 있었지, 나쁜 공기가 그렇게 삶의 질을 무너뜨릴 줄 몰랐다. 이제는 mp3를 들으며 가까운 정류장을 걸어 다니던 것도, 주말에 창문을 열고 대청소를 하던 일도 망설여야만 한다.


 이곳 멕시코 역시 멕시코시티는 대기오염이 심각하다고 한다. 다행히 내가 있는 이곳 께레따로는 오염이 덜 한 편이다. 덕분에 매일 아침마다 환기를 시킬 수 있어서 좋았다. 고작 창문을 열고 생활하는 것이 돌아가면 못 누릴 호사처럼 느껴지는 게 우습다.

께레따로의  어느 오후
하늘이 맑아서 노을이 예쁘게 진다.

 이곳의 햇살은 강하다. 놀기 좋아하고 쾌활한 사람들의 성격에 아마 이 따뜻한 햇살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확실히 매일매일 햇살을 받으며 생활하니 나 역시도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11월이 거의 끝나가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낮에는 반팔을 입고 생활한다.

 그러나 일교차는 매우 심하다. 이모 여기는 겨울이 없어? 하고 물으니, 아침과 밤이 겨울이고, 낮이 여름인 거지라고 하신다. 더운 나라라고 해서 반바지를 세 벌이나 챙겨 왔는데, 딱 한번 입은 것이 전부다. 점심에 학원에 있을 때는 더운데, 아침에 학원에 가는 길은 너무 춥기 때문이다.


 밤에는 정말 춥다. 물론 한국의 겨울에 비하면 우스운 수준이지만, 온돌이 없는 실내 생활은 참 힘들다. 이곳에서 이모가 경량 패딩을 하나 사줬는데, 나는 그것을 대부분 집안에서 입는다. 비가 오는 날 밤은 특히 추웠다. 핸드폰을 보다가 이불 밖에 있는 어깨가 시려, 그만두고 이불속으로 파고들어 잠을 청하곤 했다. 코가 시려서 잠에서 깬 적도 있고, 또 워낙의 건조하다 보니 목감기도 쉽게 걸린다. 때문에 자기 전에 손수건을 목에 꼭 두르고 잔다.

 

 햇살을 잔뜩 받아 기분이 좋아질 때도 있지만, 지나치게 뜨거울 때가 많았다. 플라스틱 제품을 실외에 보관하면 안 된다. 거의 녹아내리기 때문이다. 아스팔트 도로도 참 엉망이다. 비가 한번 오고 나면 도로가 온통 구멍 투성이의 누더기가 된다. 께레따로의 도로관리가 소홀한 것도 아니다. 거의 매일 도로를 보수하지만, 햇빛이 너무 뜨겁고, 일교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늘 망가지는 거라 한다.

새 친구 zak, 실제로 보면 엄청 커다랗다.

 이곳에 와서 매일 아침 이웃집 아주머니 마르셀라와 산책을 하고 있다. 얼마 전 학원 가는 길에 개를 데리고 산책하던 아주머니와 인사를 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물론 이것도 매일 아침 산책하면서 내 스페인어 말귀를 트이게 하기 위한 이모의 계획이었다. 다행히 그분은 사촌동생 친구의 어머니로, 예전에 이모한테 도움받은 것도 있고 해서 흔쾌히 같이 나가는 것을 승낙하셨다.

 마르셀라는 친절하지만 엄격한 면도 있는 분이라, 나에게는 아주 좋은 선생님이 되어주셨다. 처음에는 눈앞에 보이는 강아지, 풀, 하늘 이런 단어들을 가르쳐 주었고, 요즘은 내가 영어로 말한 문장을 그대로 스페인어로 바꾸는 연습을 도와준다.

매일 산책하는 공원, 나는 이 곳을 좋아한다.

 공원에는 사람이 참 많다. 우리처럼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도 많고, 조깅 등 다양한 운동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이다. 다들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부러웠다.




 멕시코에 산다고 하면, 아무래도 치안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을 거다. 처음에 멕시코에 간다고 하니, 주변에서 다들 걱정했었다. 야, 거기는 국경에다가 사람 머리를 걸어둔다며.

 나중에 이모에게 친구들이 그런 말을 하면서 걱정을 했었다고 장난스럽게 말하자, "에이, 야 그건 일반인 머리 아니야" 라며 이모가 웃었다. 그러면, 사람 머리가 있는 건 진짜야? 놀라서 소리치던 나를 두고 이모는 그저 껄껄 웃기만 했다.


 멕시코는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인 것 같다. 최저임금이 있긴 한데, 우리처럼 시간당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고 일당으로 정해져 있다. 하루에 100페소, 우리 돈으로 약 6,000원이다. 이곳의 물가가 아무리 한국보다 싸다고  해도, 저 돈만으로 생활하기엔 택도 없다. 이모도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익숙하지 않은 팁 문화에 아깝다는 생각을 했었다 한다. 그런데 이곳의 최저 임금을 알고, 팁으로 먹고살아야 할 사람들을 생각하면 아껴선 안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하셨다. 정직하게 돈을 벌려고 해도 생계유지가 힘든 사회, 사실 그런 곳에서 좋은 치안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 아닐까.


 차에서 내릴 때는 웬만한 소지품을 다 들고 내려야 한다. 특히 핸드폰, 노트북, 아이패드와 같이 배터리가 있는 전자기기는 탐지기를 이용해서 찾은 다음에 털어가기 때문에 반드시 들고 내리자. 두고 나갔다 오면 유리창이 다 깨진 차를 발견하게 될 거란다. 가벼운 옷가지나 장바구니 같은 것은 그나마 괜찮다. 그래도 눈에 안 띄게 의자 밑이나 트렁크에 숨기는 것이 좋다고 한다.


 멕시코의 대중교통은 열악하다. 이곳 께레따로는 버스가 있긴 한데, 배차 시간이 워낙 길고 소매치기 등을 당할 위험이 크다고 한다. 시티에 가면 지하철도 있지만 역시나 위험하다. 장거리 이동 버스는 소지품 검사까지 한다. 강도가 타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차가 없으면 이곳에서 생활하기란 조금 힘들 것이다. 면허가 없는 사람들은 매일 우버를 타고 다닌다고 한다.

 

내가 있는 께레따로는 시골에 가까운 도시다. 께레따로 사람들은 대부분 주택에 산다. 그러나 개인 주택보다는 주택단지 안에 들어가서 사는 게 좋다. 이곳의 주택 단지들은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그나마 안전하다. 입구에서는 경비원 여럿이 상시로 지키고 있다. 내가 있는 이모네 단지도 출입 카드를 인식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 방문객의 경우 단지 안에 있는 집주인에게 경비원이 확인 전화를 걸고 난 뒤에야 허가가 난다. 허가가 난 뒤에도 바로 들어갈 수 없다. 손님으로 위장한 강도일 수도 있기 때문에, 트렁크를 검사가 끝난 뒤에야 들어갈 수 있다.

 

강도가 드는 것은 생각보다 흔한 일인가 보다. 얼마 전의 이모 친구네 단지는, 아예 벽을 뚫고 들어와 털어 간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집 근처에 있는 약국도 얼마 전에 털렸다. 이곳에 안떼아라는 라틴아메리카 최대 규모의 아웃렛이 있는데, 그곳에는 아예 총으로 무장한 경비들이 있다. 안떼아가 생긴 초창기에 트럭으로 돌진해서 털어간 강도들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한 번은 께레따로 센트로로 구경을 갔는데, 사촌 동생이 여자화장실에 따라 들어왔다. 왜 따라 들어와? 하고 물으니, 어린이가 혼자 남자화장실 가면 납치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말에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화장실 가는 것도 무서워해야 하는 사회라면, 일상이 위협받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그리고 그런 사회는 분명 안전한 사회라 할 수 없다.


나는 처음 이곳의 왔을 때, 조심하라고 해준 이모의 이런저런 충고가 너무 무섭게 다가와서 혼자서 스타벅스의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곤 했었다. 그러나 이곳이 나와 내 친구들이 상상했던 것처럼 걸어 다니는 것도 위협당하는 무법의 도시는 절대 아니다.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지 않는가. 인터넷에서 보는 그런 자극적인 사건 사고는, 일반인이 아닌 주로 범죄 조직원 같은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이라 한다. 그렇다 해도 주변 사람들에게 원한을 사지 않고, 눈에 안 띄게 살아가는 것이 이곳에서의 살아가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한다.


 내가 있는 이곳 께레따로는 그래도 멕시코에서 나름 안전한 측에 속한다고 한다.  그러나 수도인 멕시코 시티는 치안이 안 좋은 편이다. 교통도 워낙 혼잡해서 멕시코에서 미국을 차로 다니는 운전 베테랑 우리 이모도 이모부 없이는 시티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마르셀라 아주머니는 멕시코 시티에서 살다 오셨기 때문에 나에게  시티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시곤 했다. 만약 시티에 가게 되면 지하철에서의 소매치기를 조심해라, 길에서 휴대폰을 보면 채 갈 수 있으니 조심해라 등등. 심지어 멕시칸들마저도 밤에는 위험해서 여럿이 뭉쳐 다닌다고 한다. 이처럼 동네마다 체감하는 치안의 정도가 상당히 다르니, 멕시코에 가게 된다면 가는 도시에 특성을 미리 조사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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