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는 “버려.”다. 집 안의 낡은 물건이든, 오래된 감정이든, 이미 다한 관계든 버릴수록 마음이 가벼워진다. 버리지 못해 감정을 마음에 묻어두었다가, 고장이 난 뒤에야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마음도 공간과 닮아서 오래 묵은 감정 하나가 온 마음에 악취로 가득 채운다. 아무리 좋고 예쁜 것들로 덮어봤자 새어 나오는 냄새는 가릴 수 없다. 그래서 자주 스스로에게 "버려."라고 말한다.
비움 뒤에는 언제나 가치 있는 것들 채워진다. 공간에 비유하자면 비어 있어야 아름다운 것들이, 비어있는 공간들이 눈에 보인다. 이 단순한 진실을 머리로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제야 몸으로 느끼는 중이다.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은 단순히 채워 넣어야만 끝나는 것이 아님을, 때로는 비우는 것이 답임을 깨달았다.
한 번은 친구의 썸남 이야기를 듣다가 나도 모르게 “아닌 것 같은 사람은 보내고 새로운 사람을 기다리면 어때?”는 말을 툭 던진 적이 있다. 초반엔 상대가 친구에게 먼저 관심을 드러냈다. 시간이 지나자 적극적인 친구와는 다르게 상대의 온도는 미지근했고, 인스타 스토리는 올리면서 친구의 연락엔 묵묵부답이었다. 그래서 그땐 나도 농담 반, 위로 반으로 말을 던졌다. "그냥 버려." 그런데 몇 달 뒤 그 친구를 다시 만났을 때, 내게 달려오며 말했다. “언니! 언니 말이 맞았어. 버리니까 새로운 사람이 왔어. 나 지금 남자친구 생겼어!”그 말을 듣는데 괜히 웃음이 났다.
버린다는 건 사실 사람에게 하기엔 잔인한 말이 확실하다. 익숙한 것들을 내려놓는 일, 한때 소중했던 걸 손에서 놓는 일들을 버린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결국 그 자리를 비워야 새로운 바람이 들어온다. 공기가 순환하듯, 마음의 공간도 순환이 필요하다. 비움은 잃음이 아니라 정리다. 쓸모없는 것들을 정리해야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선명해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라는 존재도 조금 더 명확해진다. 비워야 채워진다는 말은 진부하지만, 직접 해보면 그 진부함이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내 안을 한 번 쓸어내린다. 이제 다한 사람, 지나간 감정, 욕심들을 조용히 내려놓는다. 그러면 어느새 마음의 사이에 새로운 공간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