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하려는데 생각이 너무 많아질 때가 있다. 이게 맞을까, 저건 틀릴까, 혹시 후회하지 않을까. 머릿속은 계산과 예측으로 가득 차고, 마음은 이미 지쳐버린다. 그럴 땐 둘 중 하나다. 행동하든지, 생각을 멈추든지.
생각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행동’보다 ‘두려움’에 가까워진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고, 결과를 상상하다가 시작조차 못 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은 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다.
길어진 취업 준비로 통장이 바닥을 드러내자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를 열었다. 이전에 하던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새벽마다 물류가 쏟아졌고, 나는 결국 아르바이트비보다 높은 치료비를 지출했다. 허리를 다쳐 한동안 움직이기 어려웠고, 천장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당장 일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머릿속은 또 다른 질문으로 가득 찼다. 지금 알바를 구하는 게 맞는지, 취업을 먼저 해야 하는 건 아닌지, 이렇게 시간을 쓰다 보면 정작 원하는 걸 놓치지는 않을지. 생각은 선택지처럼 보였지만, 실은 아무 결정도 하지 못하게 만들 뿐이었다.
걷는 게 조금 수월해질 즈음 다시 구직 사이트를 열었다. 이번에는 분명한 기준을 세웠다. 허리를 덜 쓰고, 단순하며, 따뜻한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일. 5분 동안 여덟 군데를 지원했고, 곧 스크린골프장에서 연락이 왔다. 집 앞 지하에 있는 곳이었다. 사장님은 지정된 시간 외에도 언제든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건 어렵겠다고 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정이 흔들리는 게 싫었다. 예전에도 하루 더 벌겠다는 마음으로 무리하다가, 정작 중요한 날엔 기운이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적이 있었다. 면접 자리에서 바로 조건을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오히려 다행이었다.
곧이어 두 번째 면접 제안이 왔다. 취업 면접은 잡히기 어려운데, 아르바이트 면접은 연달아 들어온다는 사실이 묘하게 서글펐다. 면접은 월요일 오전이었다. 막상 그 시간이 되자 가기 싫어졌다. 허리 통증으로 진통제를 먹고 주사를 맞는 동안 몸이 둔해졌고, 신기하게도 마음도 함께 둔해졌다. 다음 달을 버틸 돈도 마땅치 않으면서 면접을 미루려는 내 모습이 우스웠다. 취소 버튼을 눌렀지만, 시간이 너무 임박해 취소가 되지 않는다는 안내가 떴다. 어떤 일인지 다시 확인해 보니 수학학원 보조강사 자리였고, 시급은 다른 곳의 1.5배였다. 계산기를 두드리다 보니 월세와 생활비가 동시에 해결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야 부리나케 일어나 준비했다.
결국 면접에 붙었고 다음 날부터 출근했다. 초중고 수학 학원이었고, 주로 보조 역할을 맡았지만 초등학생 진도는 가끔 직접 나가기도 했다. 여섯 달짜리 프리랜서 계약서를 쓰고 한 달 동안 문제집을 푸는 일은 솔직히 스트레스였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익숙해졌다. 아이들은 착했고, 모르는 문제 앞에서 버벅거리는 나를 잘 기다려줬다. 그러다 보니 잘 가르치고 싶어졌다. 수업 시간보다 한 시간 먼저 도착해 공부를 했다. 동시에 또 다른 두려움이 고개를 들었다. 혹시 이 일에 익숙해지느라 취업을 미루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곧 알게 됐다. 출근하는 날이 아니면 이력서를 쓰고 회사를 알아보면 되는 일이었다. 문제는 상황이 아니라, 생각을 과하게 부풀리는 습관이었다.
생각하며 살아가는 일은 분명 필요하다. 다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수십 번 되짚으며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상상은 지워도 괜찮다. 나는 종종 미래의 장면을 앞질러 살아가며, 벌어지지 않은 일에 미리 대답을 준비하고 혼자서 언쟁을 벌인다. 그렇게 만든 불안은 나를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지치게 했다. 사실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은 거의 없다.
알면서도 나는 종종 뇌가 만들어낸 착각에 속아 검은 안갯속으로 들어간다. 그럴 땐 일부러 몸을 움직이거나, 눈앞에 있는 사물을 하나씩 바라본다. 현실로 돌아오기 위해서다. 예측과 대비를 잘하는 사람인 줄 알았지만, 나는 단지 형체 없는 불안을 상황으로 만들어 더 깊은 불안으로 스스로를 몰아붙 온 사람이었다는 걸 이제 알았다.
그래서 요즘은 생각을 멈추는 연습을 한다. 새로운 상상을 덧붙이기보다, 잠시 숨을 고른다. 들숨과 날숨을 천천히 반복하면 생각의 소음이 잦아든다. 그 고요 속에서야 비로소 지금 해야 할 생각이 남는다. 감정에 휘말려 나를 말도 안 되는 상황에 가둘 때면, 나는 멈춘다. 눈을 감고 숨을 들이쉰 뒤, 고개를 가볍게 흔들며 깨운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고민의 본질은 흐려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생각조차 가성비 있게 하기로 한다. 몸을 현재에 두고, 현실을 생각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