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도 칭찬이 필요하다.

by July

어른이 되면 칭찬을 받을 일이 별로 없다. 어린 시절 생각나는 칭찬이라고 하면 성적이 잘 나왔을 때와 같이 좋은 결과에 대한 것들이 있었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관계 속에서도 어른의 칭찬은 참 드물다. 다들 바쁘고, 표현이 서툴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말에 칭찬의 기회는 줄어든다. 일 잘하는 건 기본이고, 성실한 건 전제다. 잘해도 티 나지 않고, 못하면 바로 지적받는다.


어느 날은 학원에서 칭찬을 받았다. 별것 아닌데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어머, 너무 잘했다.”


“와우, 오늘 우리 반 잘하는 사람 왜 이렇게 많지?”


강사님의 말 한마디가 하원할 때 콧노래를 부르게 만들었다. 예전엔 이런 말을 들으면 쑥스럽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누군가 내 노력을 알아봐 주는 그 순간이 굉장히 소중하다. 단지 선 하나를 곧게 그었다는 이유로, 지난주보다 낫다는 이유로 “좋아요!”라는 말이 돌아온다. 그 한마디에 공부를 할 힘이 난다.


최근에는 컬러리스트 자격증을 땄다. 인테리어 디자인 일도 했었고, 색상이나 옷을 좋아하니 취업 준비에 매몰된 나를 위해 하고 싶은 공부를 했었다. 필기와 실기로 이루어져 있었고 필기는 어찌어찌 붙었는데, 약 6시간을 보는 실기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못 잡을 때였다.


강남에 국비가 지원되는 학원에 3개월간 다녔다. 나를 가르쳐준 강사님은 강의 OT때 컬러는 아무래도 감각 있는 사람들이 잘한다며, 칭찬에 인색한 본인이 칭찬을 여러 번 한다면 그건 감각이 있다는 뜻으로 알아도 좋다며 묘하게 사람들을 자극시켰다.


수업이 시작되고 기본 8색을 조색하고서부터 자주 칭찬을 들었다. 나는 좀처럼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한 채, 강사님이 원래 칭찬이 잦은 사람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을 고쳐먹었다.


‘내가 색상에 재능이 좀 있나 보지, 그럴 수도 있지.’


오랜만의 칭찬이 어색했던 이유를 곱씹다 보니, 어린 시절 내 노력에 대한 칭찬이 후하지 않았던 가정환경이 떠올랐다. 그 기억의 끝에는 초등학교 때 반에서 겉돌던 친구를 기어코 친구로 만들어 담임 선생님의 칭찬을 받았던 것, 내 글이 좋다며 독후감 숙제를 가져다 읽던 친구, 신나서 과제를 발표하는 내게 박수를 쳐주시던 교수님이 있었다. 수백 번 타인의 칭찬을 듣고서야 비로소 나의 노력에도 가치가 있음을 알았던 과거였다.


어쩌면 우리는 학원에서 돈을 내고 지식을 배우는 게 아니라, ‘칭찬’을 배우는지도 모르겠다. 아이처럼 칭찬을 받고 싶다는 마음이 다시 살아났다. 그 마음은 전혀 부끄럽지 않다. 어른에게도 여전히 ‘잘했다’는 말이 필요하다. 잘 버텼고, 잘하고 있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고. 단지 누군가가 그렇게 말해주는 순간을 우리는 너무 오래 기다려 왔을지도 모른다.


종종 칭찬을 듣지 못한 날은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집에 오면서 뭘 놓고 왔나 되짚어보면, 그날은 칭찬을 두고 온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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