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를 잘 작성하기 위해 우리네 직장인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직장은 다니고 계시다면 깨달았을 수 있겠으나 직장인이라는 종족에게는 한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나를 포함한 모든 직장인들은 너무 바쁘고 너무나도 게으르다는 것입니다.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에서 ‘이 제품은 정품보다 작은 사이즈의 여름 한정 상품입니다. 구매 시 사이즈를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를 강조해 적어놔도 정품보다 작은 사이즈인 줄 몰랐다는 CS가 쏟아집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글을 가장 읽지 않는 사람은 한국인이죠.
추가로 ‘자세한 사이즈 안내는 아래 파일 다운로드 시 확인 가능합니다'라고 적혀 있다면?
물건을 사는 사람이 10명이라 할 때 이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사람은 4명쯤이고, 다운로드한 파일은 자세히 읽을 사람은 1명 정도 일 겁니다. 내용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고 뭔가 수고를 들여야 하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합니다. 그리고는 기대와 다른 물건이 도착하고 나면 ‘설명을 잘 적어두지 않은' 쇼핑몰을 원망하죠.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장인들은 모든 메일이나 문서가 분명 사담 아닌 업무인 것은 알지만 당장 흥미를 유발하지 않거나 나에게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해달라는 요청이 한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3초 만에 집중력을 잃고 맙니다.
‘나중에 필요하면 다시 읽어야지’라고 생각하고 닫아버려요. 바빠서일 수도, 게을러서 일수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은 내 문서를 정독하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사실입니다.
기승전결이 기가 막히고 한 문장, 한 단어에 심혈을 기울여서 다 읽고 나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레스토랑 메뉴판은 정독할지언정 내 문서를 절대 한 글자, 한 글자 정독해주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을 잘하는 사람, 문서를 잘 만드는 사람이 되려면 이 게으른 오피스 사피엔스, 직장인들을 상대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세한 건 몰라도 되고! 이것만 알면 돼, 이것만!”
어르고 달래며 집중력을 잃기 전인 3초 안에 내용을 캐치할 수 있도록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턱에 손을 괴고 무심한 얼굴로 오른쪽 화살표를 툭. 툭. 누르다 마지막 장 E.O.D (end of document)에 도착해 ‘별 내용 없네' 하고 닫아 버리고 말아요.
그렇기 때문에 문서 한 장에 단 한 마디씩이라도 상대의 눈에 담길 수만 있다면 정말 성공적인 문서가 됩니다.
“일을 잘한다.”라는 말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말은 아닙니다.
“나는 일처리도 빨리하고, 문서 구조화도 스스로 할 줄 알고, 개발자와의 커뮤니케이션도 늘 원활하지. 나 일 잘해" 가 아니라 “그 사람, 일 잘하는 사람이에요"라고 상대방으로부터 평가받아야만 가질 수 있는 말이죠.
함께 일하는 상대에게 일을 잘한다는 평을 받으려면 상대의 시간을 Save 해줘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상대방은 늘, 바쁘고 게으르기 때문에 문서의 모든 단어, 모든 문장을 정독해야 하는 노력이나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문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상대의 시간을 단축시켜 준다면, 상대도 단축된 시간만큼 내게 빠른 대답을 해주게 됩니다. 그렇게 “저 사람과 일을 하면 뭔가 착착 진행이 되네?”라는 평으로 쌓이게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