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에 빛의 무한함을 담아
예쁜 조명들은 너무 비싸다.
내 마음에 드는 오리지널 빈티지는 사실 그냥 비싼 정도가 아니라 내가 평생 사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거장의 생각과 디자인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의미 있는 물건을 굳이 모조품으로 사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래서 그런 구매의 욕구들 달래기 위해서 종종 조명을 그린다. 내가 좋아하는 조명을 그대로 그리기보다는 영감을 받아서 자연스럽게 상상 속의 조명을 그림에 담는다.
이 세상의 수많은 아름다운 물건들 중 유독 조명을 좋아하는 이유는 빛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 때문이다.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지만 조명은 공간 연출의 시작과 끝이다. 빛은 인간의 눈으로 감각할 수 있는 가장 섬세한 차이들을 표현해 낸다.
광원의 형태와 강도에 따라서 어떤 공간이 표현하는 감도는 완전히 변하기도 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생기는 재질의 변화는 또 다른 빛의 반사와 굴절을 만들어낸다. 공간의 크기와 사용성이 그 조명의 인상을 바꾸기도 하고, 눈높이에 따라 전혀 다른 실루엣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어떤 가구와 배치하는지는 너무나 당연히 중요하고 하나의 공간 안에서 한 개 이상의 조명이 동시에 켜지면 전혀 새로운 공기가 흐르기도 한다.
이런 무한한 가능성의 조명이라는 물건의 정체성은 마치 손그림처럼 유기적이고 고유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손그림의 조명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