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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을 좋아하는 이유

그림 속에 빛의 무한함을 담아

by 김마레

예쁜 조명들은 너무 비싸다.



내 마음에 드는 오리지널 빈티지는 사실 그냥 비싼 정도가 아니라 내가 평생 사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거장의 생각과 디자인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의미 있는 물건을 굳이 모조품으로 사고 싶은 생각은 없다.

Castiglioni 가 디자인한 Flos 조명 (1960s) 오리지널


그래서 그런 구매의 욕구들 달래기 위해서 종종 조명을 그린다. 내가 좋아하는 조명을 그대로 그리기보다는 영감을 받아서 자연스럽게 상상 속의 조명을 그림에 담는다.


드로잉 n1



이 세상의 수많은 아름다운 물건들 중 유독 조명을 좋아하는 이유는 빛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 때문이다.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지만 조명은 공간 연출의 시작과 끝이다. 빛은 인간의 눈으로 감각할 수 있는 가장 섬세한 차이들을 표현해 낸다.


드로잉 n2
드로잉 n3



광원의 형태와 강도에 따라서 어떤 공간이 표현하는 감도는 완전히 변하기도 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생기는 재질의 변화는 또 다른 빛의 반사와 굴절을 만들어낸다. 공간의 크기와 사용성이 그 조명의 인상을 바꾸기도 하고, 눈높이에 따라 전혀 다른 실루엣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드로잉 n4


어떤 가구와 배치하는지는 너무나 당연히 중요하고 하나의 공간 안에서 한 개 이상의 조명이 동시에 켜지면 전혀 새로운 공기가 흐르기도 한다.



이런 무한한 가능성의 조명이라는 물건의 정체성은 마치 손그림처럼 유기적이고 고유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손그림의 조명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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