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들의 마음가짐
커리어 전략가이신 김나이 님의 책 <자기만의 트랙>을 읽고 요약과 함께 디자이너로써 느낀 점을 적어보았습니다.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있는 시대의 변화를 커리어성장의 관점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지금까지 사회에서 정의한 “전문가”의 개념이 점점 사라지고 개개인이 자신만의 전문성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김나이 님의 말씀에 큰 공감이 되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이 대중화되는 과정을 살아가는 지금 주목해야 할 3가지 포인트가 나오는데 요약과 함께 개인적으로 느낀 점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커리어에서 스펙이 가지는 힘이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정답이 없는 시대에 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출신 기업, 오랜 연차, 다양한 자격증과 높은 직급 같은 것들이 이제 한 사람의 전문성을 대변하지 못합니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해결해 본 경험이 얼마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자신이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지입니다.
조직에서 점점 더 중요시되고 있는 “문제해결 능력”은 초창기 디자인씽킹 방법론의 뿌리가 된 개념이기 때문에 미래에도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계속 경쟁력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찰을 통해 문제를 정의하고 가설의 검증과 실패를 통해서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일이 디자이너의 역할인건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죠. 하지만 이런 문제해결 능력은 이론적인 학습을 통해서 얻어지는데 점점 더 큰 한계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문제해결의 훌륭한 성공사례들을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서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고 인공지능 또한 그런 문서화된 데이터들을 통해서 스스로 학습하여 어떤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으니깐요. 다양한 분야의 학습을 통해서 폭넓은 인사이트들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본인이 직접 부딪치면서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해 본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오늘날의 조직에서 디자이너가 진짜 문제해결의 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는가 에 대한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점점 고도화되는 데이터분석은 유저의 니즈를 더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문제해결은 이제 인간의 뇌를 거치지 않고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 되었죠. 그만큼 데이터와 리서치를 포괄적으로 소화하는 능력이 점점 더 디자이너들에게 요구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백그라운드가 디자인 아닌 사람들도 이제 더 쉽게 디자이너의 역할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현업에 계시는 분들이라면 지금 주어진 환경에서 내가 정말 문제해결을 하고 있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자신이 진행하는 일이 인공지능 교과서에 나올만한 솔루션은 아닌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본인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야 할지 말이죠. 아무리 능력이 좋은 디자이너도 그것을 최대로 발휘할 경험을 만드는 일은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당연하게 들릴 수 있지만 하나의 일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끝까지 끌고 나가본 경험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급변하는 시대에 너무 다양한 새로운 일들이 주변에 나타나기 때문에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헷갈리고 하나의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어집니다. 김나이 님은 그런 고민은 미뤄두고 지금 하는 일을 먼저 최대한 끝까지 해보라고 조언합니다. 어떤 분야가 되었든 일의 근육은 계속 단련되기 때문에 후회 없이 노력해보고 나서 바꿔도 늦지 않습니다.
프로덕트 디자인 커리어를 가져가는 사람들도 비슷한 고민을 많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워낙 디자인 기술을 응용해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다양하다 보니 지금 회사에서 하고 있는 일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인더스트리의 고민이 될 수 도 있고 그래픽이나 브랜딩 관련한 직무를 생각하기도 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이게 아니라서 회의감이 들기도 하고 내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동기부여가 힘들 상황에서 어떤 시도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나는 이만큼 까지고 해 봤다”라는 스토리를 만들 기회이기도 합니다. 나 자신을 시험한다는 생각으로 정말 끝까지 끌고 가보는 경험은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 실패가 아닌 값진 경험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MZ세대들에게 끈기가 부족하다고 이야기를 하면 당연히 꼰대소리를 듣습니다. 경제적으로 불안한 지금의 사회에서 빠른 보상을 원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커리어 개발의 관점에서 나중에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어떤 일을 얼마나 오래 했는지 보다는 얼마나 적극적으로 해보았는지가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답답한 조직문화 혹은 팀워크 환경 때문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나를 알아주는 더 좋은 회사를 찾아보기 보기 전에 정말 내가 최선을 다해 현재 조직을 바꾸려고 시도해 보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회사나 사회에서 정의한 직무 이름은 남들이 바라보는 직업일 뿐이고 중요한 건 내가 스스로 나의 일을 정의하는 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자신이 무슨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던 남들과는 구분될 수 있는 차별점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겠죠. 내가 하는 일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직업의 이름에서 벗어나서 구체적으로 나의 일을 정의해 보라고 조언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뚜렷한 개성을 찾아가며 독창성을 말하는 퍼스널 브랜딩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하다는 건 이제 디자이너 만의 수식어가 아니죠. <나만의 언어로 내가 하는 일을 정의하는 것> 이 말을 듣고 저는 흔히 볼 수 있는 디자이너 홈페이지 첫 화면이 생각났습니다. 멋진 영어단어로 포장하며 ~하는 디자이너 ~가 되고 싶은 크리에이터 등등 다양한 패턴이 있는데 저도 다른 디자이너들이 하는 걸 보고 비슷한 캐치문구를 고민한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게 진짜 과연 내가 스스로 정의한 게 맞을까 싶을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진짜의 내가 아닌, 마켓이 원하는 상품으로 나를 포장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트렌드가 변할 때마다 나 자신도 계속 변하는 게 가능할까요?
저는 이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나를 얼마나 잘 아는지라고 생각합니다. 경쟁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사회에서 때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착각하기 마련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멋지다고 여기는 분야를 공부해 보고 싶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다른 디자이너의 성향을 따라가기도 합니다. 주변의 시선에 상관없이 내가 순수하게 좋아하는 게 뭔지 고민해 볼 기회도 많지 않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업무적 일과 취미적 일을 구분했을 때 접점이 있다면 그 부분을 더 개발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가장 오래 재밌게 일할 수 있는 산업은 어떤 분야인가요?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써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나요? 아주 디테일한 부분이라도 나만의 시선과 접근방식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앞으로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어서 큰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영상이었습니다. 개인적 경험으로 만들어가는 독창성이 곧바로 사회에서 인정하는 전문성이 되는 이 시대에 디자이너도 꾸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도서 : 자기만의 트랙, 김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