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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레 Oct 19. 2023

런던 일상을 경험하는 네 가지 시각

뻔한 관광이아닌 발견의 경험


영국의 수도 런던이 지닌 색감은 파리와 베를린이 익숙한 나에게 진정한 “여행”의 경험을 준다.


뻔한 관광지를 다니는 것도 어찌 보면 뿌듯함을 얻는 방법이겠지만 굳이 남이 가니깐 나도 갈 필요는 없다. 너무 많은 걸 보려고 하는 건 진짜 ‘자유’ 여행이 아니니깐.


천천히 여유로운 시선으로 보아야만 보이는 것들 있다. 정해진 규칙 없이 여행 중 매 순간을 즐겼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날씨가 좋은 가을의 런던을 다녀온 후 느낀 점을 네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보았다.


첼시 버로우에 위치한 듀크 오브 요크



1. 버로우


런던은 행정구역을 의미하는 다양한 버로우들로 나뉜다. 학생시절 런던에 오면 거의 항상 소호와 쇼디치에서 시간을 보냈었다. 런던브릿지와, 버로우마켓, 테이트모던, 노팅힐 같은 유명한 관광지들도 흝어주고 캐주얼한 브리티시 팝에서 마시는 기네스맥주가 여행의 정석이였던지라 런던의 다양한 동네 차이? 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서쪽 지역을 천천히 둘러보며 분위기가 많이 다름을 느꼈다.



켄싱턴에 위치한 고급스런 홀랜드 파크


켄싱턴과 첼시가 포함된 로열버로우는 이름부터 왕립구?다. 여왕이 살았던 궁전 주변으로 생겨난 동네라니 바로 이해가 간다. 19세기에 지어진 고급스러운 벽돌건물들을 감싸는 조지아식 테라스와 창살, 프라이빗한 분위기의 조용한 거리 위 클래식한 옷차림의 사람들.


부자들이야 어디나 많겠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우아하고 신사적인 부유층들이랄까… 재밌는 건 반려견들도 부티가 난다. 독일과 비교하니 미친 물가를 매 순간 체감 할 수 있었고 아트페어 기간이라 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자본주의의 정석을 경험했다. 첼시, 켄싱턴지역 거주민의 소득이 영국평균의 3배 이상이라는 기사를 봤는데 이런 게 눈에 먼저 들어오는 걸 보니 프랑스 사회주의 물이 든 건가 싶기도 하고..



2. 공원


날씨 덕에 켄싱턴가든과 하이드파크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살고 싶은 동네를 생각할 때 20대에는 크게 느끼지 못한 것 중 하나가 자연이 일상에 주는 감도다. 파리 시내에서는 아담한 사이즈의 잘 가꾸어진 스퀘어들이 아름다운 건축물을 꾸며주는 악세사리 역할이었다면, 베를린의 공원들은 그 기능에 충실한 야생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 그리고 거대한 나무들의 사이즈에 압도당하는 매력을 가졌다.


하이드 파크를 걷다보면 큰 호수가 보인다


이번 런던 여행에서 느낀 공원들의 정체성은 그 중간쯤 어딘가란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러우면서도 그 자연스러움 마저 멋지게 연출된 무대인 마냥, 고급스러운 조경 그리고 영화 한 장면 같은 호수 위 백조들, 조깅하는 사람들 사이로 뛰어노는 다람쥐들 까지. 정말 이런 게 브리티시 구나 하는 감탄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억만장자들이 모여사는 동네라는 불편한 사실이 상기되는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3. 박물관


대영박물관의 야간개장이 인상 깊었다. 전 세계 모든 유물들과 값진 작품들이 한 장소에 모여있다는 사실은 매번 신기하면서도 부럽다. 런던의 수많은 박물관들은 대부분 무료입장이라서 예술이 대중의 일상 속에 좀 더 깊이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고대와 중세의 아름다운 형태들에 집중해 셔터를 눌러대면서 영감이 얻어지는 것 같은 묘한 만족감을 느꼈다. 클로징 시간이 다가오는 늦은 밤 어마어마한 스케일 공간 속 빽빽이 들어선 조각상들 사이를 혼자 걷는 경험은 젊은 날의 특별한 추억이 되겠지.


대영박물관의 야간개장은 또다른 매력이다


그리고 하루는 테이트모던에 밀려서 항상 미뤄왔던 테이트 브리튼에 드디어 갔는데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 아닐까 싶다. 윌리엄 터너부터 데이비드 호크니까지 여기저기서 많이 주워들은 작품들이 있었는데 영국 미술에만 집중해서 감상하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어떻게 영국에서만 이렇게 천재적인 화가들이 많이 탄생했는지 역사의 흐름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중에 특히 에델워커가 그린 초상화들을 실제로 보니 정말 미친 색감의 조합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한편으로는 나이가 들면서 취향이 바뀌는 자연스러운 과정이겠지 싶기도 하고 나는 언제쯤 내가 정말 원하는 작품 하나 집에 걸어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4. 마켓


마켓에 가면 그 도시가 가진 고유한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난다. 로컬음식과 상품들이 주는 따듯함과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이번 런던에서 5개의 마켓을 다녀왔는데 포트벨로 로드마켓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노팅힐의 색감을 안고 길게 펼쳐진 푸드마켓부터 빈티지까지. 그 위로 휘날리는 유니언 잭은 영국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브릭레인 마켓
리든홀 마켓


리든홀마켓은 다시 가도 여전히 멋졌고 버몬지 앤틱마켓은 생각보다 규모가 작아서 실망했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알피스 앤틱마켓에서는 눈 돌아가는 경험을 제대로 하고 겨우겨우 도망치듯 밖으로 나왔다. 30년 이상 콜렉팅을 하는 진짜 브리티시 셀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아직 나는 진정한 앤틱덕후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도 우연히 얻어걸린 배터시파크의 빈티지페어에서 나름 소소한 몇 가지를 좋은 가격에 구매했기에 만족스러운 여행으로 마무리!


(2023.10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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