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관점
정치적 소신(무슨 거창하게 소신이라는 단어까지ㅋㅋ)을 드러내는 장소로 브런치를 활용하고 싶지 않지만, 세 가지만 말하고 싶어서 글 남깁니다. 굳이 말하자면 정치적 소신은 아니고, 같은 문제를 바라보는 개인의 관점입니다.
1.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
간혹 JTBC 썰전이나 각종 백분토론에 나오는 정치평론가들이 우리나라 국민들이 정치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참여해야 한다는 말을 하지만 '정치에 관심=본인 지지세력에 대한 관심'의 의미일 뿐 우리나라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기대도 한다!)
일례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만 보아도 그렇다. 지난 한 달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기사가 얼마나 많이 출고되었나? 다들 지치고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막장이다, 그만해라, 적당히 해라, 이런 말 없이 자신의 지지 세력에 대해 변함 없는 믿음과 응원을 보낸다.
반대로 연예인들 기사는 어떤가? 지금쯤 왔으면 어떤 입장(피해자 혹은 가해자)의 연예인이더라도 너덜너덜 해져서 언론도 이만큼의 관심을 안 가졌을 거다. 왜? 여론이, 국민이 적당히 해라, 안 본다, 안물안궁 했을 테니까.
우리나라 국민의 정치 수준과 참여도는 매우 높다. 반드시 투표율이 아니더라도.
2.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판단은 정치적 판단이니 보류하더라도, 부인인 정경심 교수는 잘못됐다.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만으로도, 정경심 교수는 부모로서, 후보자의 부인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한건 맞는 것 같다. 특히 정치인 지도자의 부인으로서는 부적격이다. 추후 법적으로 무혐의 처분이 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만약 장관이 되는 검증 항목에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자격'이라는 것이 있다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부적격이다. (그러한 항목이 없으니 괜찮다는 의미는 아니다.)
부인의 비위 사실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본인의 학자적 양심이 걸린 문제는 논리적이고 합법적이면서도, 부인과 딸 문제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느낌이 강하다. (부모의 마음으로, 오히려 정경심 교수의 입장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문제는 조국 후보자의 대응 방법이다.)
또한 조금 지나친 측면은 있지만,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에 대한 검증이 잘못됐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가족에 대한 검증이 어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만 있었나.
물론 다소 과한 측면은 있으나, 반대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혹은 그 부인이, 과거 당신 스스로 밝혔던 삶과 상반된 인생을 살았음을 오늘에서야 알게 됐고, 그것에 대한 실망감이 폭발되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만약 이러한 내용이 야당의 어떤 정치인에게 드러났다면 국민은 이 정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게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 장제원 의원의 아들... 난 장제원 의원이 조국 후보자 청문회 때, 한 여당의 정치인이 당신의 '사학재단'을 언급한 것에 대해 웅동학원과 비교하지 말라며 화를 냈던 장면이 너무 웃기고, 형편없는 분의 형편없는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웅동학원과 본인 친형이 운영하는 사학재단이 다를 게 뭔가. 대학을 운영하는 사학재단 총장의 조카가 미성년자 성매매 의심을 받는 건 정상인가? 게다가 당신의 아들인데? 그것은 올바른 사학 집안의 교육법인가? 학원을 운영할 자격이 되는가?
아무튼 조국과 그의 자식들은 둘째치고, 정경심 교수는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이용한 '귀족 진보' 세력은 맞다. 다만 진보에 귀족이 있다는 사실에, 국민과 일부 공정한 언론까지 분노하는 것 일뿐이다. 돌아가신 노회찬 전 의원님은 불법적인 선거자금 5천만 원을 받았다 하여 스스로 목숨을 던졌고, 노무현 전 대통령님도 비슷한 이유였다. 물론 목숨을 던진 걸 신격화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국민이 진보를 바라보는 가치는 꽤 숭고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보수에 비해 진보의 세력은 늘 약하고 힘이 없다. 도덕적, 양심적 기준이 높기에.)
나아가 정치 검찰이다 어떻다 이야기를 하지만, 윤석열 총장이 전혀 없는 사실로 기소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간혹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논두렁 시계'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때는 정권이 달랐다. 검사 윤석열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고, 검찰이 살아 있는 정권 앞에 '없는 사건을 허위로' 부풀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기의 적절성?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사건의 공소시효를 앞두고 고의로 지명이 됐겠나? 지명 후 검증 과정에서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왔고, 공소시효를 몇 시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청문회가 시작됐다. 기소를 하지 않으면 공소시효가 지나서 어떠한 법적 처벌도 할 수가 없는데, 기소를 해야지 다른 방법이 있나. 기소를 안 했으면 또 안 했다고 '정치 검찰' 소리를 야당 지지들한테 들을게 뻔한데. 혐의에 대한 증거가 있으니 기소를 했을거다.
단, 피의자 증거 자료가 보란 듯이 언론에 퍼지고, 일부 야당 정치인들에게 투서, 제보되는 모양새는 정말 별로다. 이건 언론이 '국민의 알 권리'를 핑계로 엄청난 지위 남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부터 언론이 말하는 진실은 '기자와 데스크의 편파적 혐의'에 불과했다. 반론권 역시 편파적 혐의를 부각하는 도구로 사용한 것은 물론이다.
기자님들아, 제발 어떤 기사 하나를 낼 때, 주관적인 의심이나 한 쪽 이야기만 듣고 기사를 탈고하는 짓은 하지 않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제보받고, 취재하는 것 까지는 좋다. 문제는 취재는 대충하고, 헤드라인은 자극적으로, 마무리는 본인의 성향에 따라 상상의 나래를 펼치니까 '기레기'라는 평가를 듣는 것이다.
그리고 검찰은 공정하게 수사해라. 검찰의 무한한 권능에 피해를 입은 국민이 수도 없이 많다. 공수처를 비롯하여 검찰이 바뀌어야 하는 건 필수고, 시간문제다.
참고로 애써 자정 노력을 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자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건 세 살배기 아이도 안다. 그저 오늘 당신의 할 일에 충실하면 된다. 초임 검사 시절의 사명감만 잊지 말고. 검찰을 바꾸는 건 국민이 바꿀 거다.
3. 조국 후보자가 임명되든, 철회되든.
이 정도면 됐다. 나머지는 대통령의 판단이니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았으면 한다. 앞서 1번에서 언급한 대로, 우리나라 국민들, 정치에 절대 무관심하지 않다.
'조국은 임명되어야 한다'라는 주장에 백 개의 타당한 이유가 있고, '조국 임명은 철회되어야 한다'라는 주장에 백 개의 합리적 의심이 있다.
어느 쪽이든 크게 달라질 건 없다. 조국이어도 되고 아니어도 된다. 나라를 지탱하는 건, 대통령이나 법무부 장관이 아니라 정치에 참여하고 주권을 행사하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당신과 당신 가족만 있으면, 우리만 있으면 대통령이 누가 되든 법무부 장관이 누가 되든 상관없다.
혹 이러한 정치와 권력의 문제로 진짜 사랑하는 내 곁의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쓴다.
ps.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239273
이 기사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검찰이 매우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조국 후보자 임명/철회와는 별개로 검찰이 기소한 사문서 위조 혐의의 공소유지 여부가 상당히 궁금해진다. 표창장 원본 확보도 없이 위조된 서류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조국 후보자 지지층의 반론도 있던데. 윤석열 총장은 과연 어떤 패를 가지고 있을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