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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쉐친구들 Sep 17. 2020

자연을 들여다보고 얻는 것들, 션 오닐 팜 1

[마르쉐 영국연수기_23] 자연의 아름다움에 반한 농부

*2019년 8월에 다녀온 이야기를 정리한 글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도착한 곳은 밭 옆에 작은 비닐하우스들이 겹겹이 있는 션 오닐 Sean O'neil 농부의 농장이었다. 부드러운 미소의 션은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로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우리는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바로 농장 안을 이동하며 씨앗들이 발아하고 있는 모종 하우스부터 시작해서 채소 하우스와 노지 밭까지, 각양각색의 채소들이 자유롭지만 조화롭게 그득한 풍경을 보았다. 션은 보이는 것마다 일일이 설명해주었는데, 채소며 허브, 꽃 등의 맛을 보라며 계속 건냈다. 

우리는 숙소에서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english breakfast, 말그대로 전통 영국식 조식을 지나치게 든든히 먹은 참이었다. 조식을 기다리며 송수는 우리에게 이 음식을 추천한다기보다 인생에 한번쯤은 먹어봐도 좋을거라며 눈을 찡끗했다. 커다란 접시를 받아들고 그 말뜻을 알았는데, 우리에게는 2~3명이 나눠먹어도 될 만큼 양이 많고 기름진 무거운 아침식사였다. 다들 어떻게든 다 먹어보려고 쩔쩔매다가 포기! 배는 너무 부른데, 신선한 샐러드가 무척 먹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션이 건네주는 향긋하고 신선한 풀들을 정신없이 받아먹었다. 

아! 이 맛이야!!!  

커리립, 레몬버베나, 카다몬, 생강, 베고니아, 아즈텍스윗허브, 벼, 괭이밥, 무화과, 아마란스, 태국토마토, 바질, 타이바질, 공심채, 백오이, 크리스탈레몬오이, 크리스털애플, 스칼렛 앰펄 (꽃이 빨간 완두콩), 차이니스 샐러리, 어디서든 자라는 겨자채, 말라바(인도의 서쪽지역) 시금치, 미부나 (유채, 일본에서 먹는 채소) 등등 이름도 모양도 처음 보는 것들이 많았는데, 션은 하우스마다 이렇게 다양한 채소와 허브를 키우고 있었다. 

씨앗은 여러 곳에서 구하는데 다른 농장에서도 얻어오고, 전 세계에서 사기도 한다고. 당시 태국에서 가져온 쌀로 벼도 키우고 있는데 잘되면 내년에 더 많이 도전하려 한다길래, 마르쉐에 수백가지 토종쌀 키워 나오시는 농부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이외에도 더 다양한 채소들을 키워보고픈데,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니까 한국의 애호박같은 류의 씨앗도 받아 키워보고 싶다고 했다. 익숙하고 반가운 들풀 괭이밥도 키우고 있었는데, 션이 처음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상큼하고 귀여운 괭이밥을 키워서 판매할 생각을 한 션이 마음이 열려있고 호기심 많은 농부라는 것을 짧은 시간에도 알아볼 수 있었다. 

이 연수기의 첫 회에서 꽤 길게 이야기 했던 마르쉐 출점 농부님이 있다. 그 농부님도 괭이밥을 쉐프들의 요리에 쓸 수 있게 재배를 하셨었다. 여전히 호기심이 많고 사람들과 대화하며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얻어 농사를 이어가는 열린 농부. 션의 이야기를 듣고 농장을 돌아보며 마르쉐와 함께하고 있는 많은 농부님들이 떠올랐다. 

션은 다양한 동남아 아시아 채소를 키우며 배우는 과정에서 과일, 카다몬 등은 최종적으로 열매가 아니라 잎을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나라 음식에서는 잎을 사용해서 요리를 하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무화과는 과일은 팔지 않고 잎을 판매하는데 그 잎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든다고 한다. 작은 땅에서 과일재배는 어렵지만 잎 생산은 가능하니 사람들에게 이런 정보를 알려주고 다양하게 사용하도록 독려한다고. 배우는 과정이라서 수익을 못내는 것이 아니라 잎을 팔면서 배우는 것이라니, 참 똑똑한 농부다. 코리엔더, 핫민트, 타이민트 등도 다 뿌리채 뽑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 잎을 따는 방식의 수확을 하고 있다고.

계속 이야기를 하게 되어 팔불출인가 싶지만, 사실 이러한 면에서는 마르쉐의 농부님들도 일가견이 있다. 밭에 가득 조금씩 심어둔 것들을 살뜰히 수확하고, 심지 않았지만 자연의 힘으로 자라난 먹는 풀들.도 수확한다. 때로는 밭가에서 마을에서 뒷산에서 나물과 잎과 꽃과 열매들을 채집해오고, 배추가 꽃이 피면 꺾어와서 샐러드용으로 팔고, 냉이가 꽃이 피면 꽃다발로 꺾어와 선물을 한다. 작은 농부들만이 가능한, 일일이 손으로 살뜰히 챙겨내는 계절마다의 먹거리들은 도시에서는 살 수 없는 것들이라서 오랜 마르쉐 손님들은 계절마다 기다려지는 것들이 있다. 이런 것들로 작은 농부들은 계절과 계절을 이으며, 말그대로 다품종 소량 생산과 판매지만 지혜롭게 농사를 이어간다. 션과 이야기를 나눌 수록 마르쉐 농부님들이 떠올랐다. 다같이 만나 씨앗과 농사이야기를 나누면 좋으련만! 언젠가 하고픈 마르쉐 프로젝트 목록에 올려두었다. 언젠가…! 

봄마다 마르쉐 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갖가지 들풀과 채소 꽃들

당시 우리가 방문했던 농장은 너커스너서리 지역에 있었는데, 1에이커(1ac는 약 1,224평)의 규모라고 했다. 재배지역을 이전하고 있는 중이어서 일부만 경작중이라고 했는데,  전날 방문했던 댄 콕스 농장Dan Cox’s farm이 같이 있는 크로커던트 지역의 굿어스그로워즈Good Earth Growers 협동조합 농장으로 옮기려는 계획이었다. 그곳은 전체가 120에이커 규모로 굉장히 큰데, 댄과 공동으로 임대하고 운영하면서 함께 필요한 일꾼을 고용해서 일하는 구조라고 한다. 허브와 채소들은 다 그리로 옮기고 이곳에는 더 많은 아시아 종들을 재배할거라고 했는데, 지금 션의 농장은 또 어떤 모습으로 초록초록할까? 


이 농장에서 키우는 아시아 작물들은 슈퍼8 그룹의 레스토랑에, 다른 작물들은 600여개 레스토랑에 판매하고 있다. 큰 사업이라 고용도 창출하고 의미도 있지만, 돈을 떠나 자신이 개인적으로 이걸 통해 성장하고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다며 션은 미소지었다. 

션 Sean O'neil이  아시아 작물들을 많이 키우는 이유도 바로 슈퍼8 그룹의 레스토랑들 때문이다. 20년 전에는 베이비채소 같은걸 키웠는데, 이 레스토랑들과 관계가 생기면서 지금의 농장 구조가 되었다고 한다. 션은 이야기 중에 이들을 ‘정말 좋은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들과 함께하면서 개인으로서도 성장해 나가고 있는데, 관계와 활동을 통해서 배우고 확장되는 것이 많다고 한다. 덕분에 다양한 종류의 작물들을 키우고 있는데 그를 바탕으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개인적인 기회라 더 흥미가 생긴다고. 또한 아시아 작물을 잘 몰랐는데 농사지으며 배우고 씨앗이나 환경에 대해 경험이 넓어지는 게 좋아서, 농부로서 그 기쁨이 크다고 한다. 

우리는 오랜시간 농부시장을 해오며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관계’를 통해 얻어지는 것들이 분명 있음을 보아왔다. 서로의 삶이 조금 더 즐거워지고 힘을 얻고 같이 나아가볼 용기가 생기는 것, 이러한 것들은 계산기에는 찍히지 않으니 늘 설명하기 어려웠다. 레스토랑과의 관계와 개인의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션이 농부로서 성장하고 변화하는 ‘기쁨’이라고 콕 집어 이름을 붙여주니 일동 감동!!! 아~ 션 당신은 시인인가요? 우리는 예술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이 수상한 농부님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다.

농장의 비닐하우스들은 온도 조절 등 별다른 장치 없이 물뿌리는 스프링쿨러 시설만 되어 있었는데, 이걸로 동남아의 몬순 기후 같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고 한다. 초록초록의 것들이 온통 무성하게 자란 하우스 앞에서 션은 한 하우스를 동남아 환경으로 만들어줘서 바질이 잘 될거라 생각했는데 다 녹은 것을 보며, 이 식물과 저 식물이 비슷해보여도 다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있구나 깨달으며 식물들의 섬세함과 예민함을 느꼈다고 한다. 

션은 이런 실패를 통해 배움을 얻는데, 책에서 얻은 정보는 빅토리아 시대 때의 옛 정보라 잘 안 믿고 새로운 정보를 계속 얻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농사의 시기와 때는 장소와 온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책을 잘 안 믿어서 성공했고, 그 과정의 실패를 통해서 배워왔다고. 특히 지구온난화는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오늘 배우고 올해 안 것들이 내년에는 달라지는데, 너무 많은 것이 변하니까 복잡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며 웃었다. 매년 여러 씨앗을 기르며 자연스럽게 종에 따라 생장의 적당한 온도도 알게 되는데, 션은 이렇게 직접 경험한 것이 진짜이고 지금 같은 기후변화의 시대에는 더더욱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전래없는 기후위기의 시대에 더욱, 이러한 성공도 실패도 모두 소중한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한국은 유래없이 긴 장마가 겨우 끝났다.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경고하고 바꾸자고 했던 기후위기는 오래전 예고된 그대로 우리 일상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뻔히 알고있던 우리가 위기를 막지 못했으니까, 새삼스럽지도 않고 어찌보면 당연한 이런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나 자조하면서도 올해 계속된 악재에 고군분투하는 농장과 농부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자책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작은 부분들을 찾는 것이 간절해지는 와중이다. 그 연장에서 코로나19를 대하는 마음도 내가 무언가 할 일이 분명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지구의 다양한 종 중 하나로서 이제라도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다. 각자의 일상에 그런 선택과 기회가 아직 남아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힘들고 어려운 가운데, 서핑하듯 이또한 재미있게 타고 넘어가고 배우는 션의 태도를 보며, 우리의 실패에서 분명 크게 배우고 넘어갈 수 있겠지, 낙관의 태도를 조금 배운다. 


우리는 션과 함께 농장투어를 계속 했다. 



글: 마르쉐친구들 쏭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대화하는 농부시장 마르쉐를 운영합니다. 

먹거리를 중심에 두고 삶을 연결하는 일들을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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