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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니 Jan 02. 2023

푸드스타일리스트 51

 "안녕하시오. 나 미래산업 대표 신진철이외다."

 노인은 일어나서 의례적인 소개를 하며 악수를 청했다.

 정 실장은 계열사 대표이사라는 직함을 듣고 짐짓 놀라웠다.

 '미래산업이라면 건설 자재 회사인데?'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안녕하십니까? 미래푸드 프로모션을 맡은 정우진입니다."

 우진은 다시 90도로 허리를 굽히며 진철의 손을 부여잡았다.

 "우선 따뜻한 국물 한 그릇 하고 이야기하세."

 "네, 좋습니다."

 "미리 설렁탕 세 그릇 주문 내놨습니다. 오늘 대화 주제이기도 해서요."

 "네, 네."


 팔팔 끓는 뚝배기 세 개가 차례로 내려졌다.

 진철은 종지에서 파를 덜어 넣고 소면을 풀어헤쳤다.

 두 사람도 그 과정을 따라 했다.

 진철이 뜨거운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 입김을 몇 차례 불고는 맛깔나게 먹어치웠다. 큼직한 깍두기도 한 토막을 골라서 집어 먹었다. 까드득까드득.

 두 사람도 조심스럽게 국물을 한 술 떠먹고 깍두기를 집어 먹었다.

 정 실장은 마침 시장했던 터라 뜨끈한 국물이 입에 들어오자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깍두기도 새콤하게 잘 익어있었다. 입맛을 돋우는 맛이었다.

 세 사람은 말없이 국밥 한 그릇을 맹렬하게 먹어 치웠다.

 우진은 이제 슬슬 일 얘기를 시작하나 했더니 노크 소리가 들렸다. 몇 초 여유를 두고 문이 열렸다. 우진을 방으로 안내한 양복맨이 스타벅스 커피 캐리어를 들고 입장했다.

 차례로 그릇과 접시를 물리고 새하얀 행주로 테이블을 꼼꼼히 닦고 정리했다. 우진이 돕고 말고 할 것 없이 아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우진은 자칫 어설프게 거들다가는 방해가 될 것 같아 잠자코 있었다. 그의 특화된 솜씨로 봐서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맡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곧 테이블은 물기 하나 남기지 않고 깔끔히 정비되었다. 그리고 들고 온 커피를 대령하고 빈 그릇과 접시를 들고 다시 조용히 퇴장했다.

 진철이 커피 빨대를 한 모금 빨고는 입을 열었다.

 "이 집 설렁탕이 참 괜찮아요."

 "네. 맞습니다. 저도 가끔 들르는 곳입니다."

 "추억의 맛을 재현하는 일을 하신다면서요?"

 "네. 이번에 새롭게 창립한 미래푸드의 신규 서비스입니다. 공식적으로 출시하기 전에 시범단 모집을 하는 단계입니다."

 "그렇군요. 얘기는 들었습니다. 제가 그 시범단에 비공식으로 참여하고 싶습니다."

 "아, 대표님께서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대표님께서 희망하신다면 어떻게든 손을 써서 해드릴 수는 있습니다. 다만, 비공식적으로 하셔야 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이번 행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비공식이나 마찬가지이거든요. 참여단은 서로 마주칠 과정이 없습니다."

 "허허허. 보시다시피 제가 입지가 좀 알려져 있다 보니 괜한 관심은 피하고 싶군요."

 "아, 네, 네, 그런 입장이셨군요. 충분히 이해 갑니다.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세어 나가는 일 없도록 철저히 기밀로 진행하겠습니다."

 우진은 클러치에서 태블릿 PC를 꺼냈다. 화면을 잠시 만지작거리고는 말을 이었다.

 "우선 몇 가지 수집해야 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잠시 질의응답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괜찮습니다."

 "드시고 싶은 음식과 그 배경이 어떻게 되십니까?"

 "사용자의 장기기억을 활용해서 맛을 재현한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맞습니다. 잘 알고 계시네요.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그렇습니다. 다만, 추정하건대 그 음식이 지금은 드실 수 없는 상황이라 저를 찾아오셨겠죠? 그렇다면 그 음식은 이미 시간이 오래 지난 과거에 드셨다는 말이 됩니다. 시간이 흐르면 우리의 기억은 옅어집니다. 그 희미해진 장기기억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기계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진들은 음식을 먹었을 때의 단서가 될만한 것들을 변수로 설정해 주는 겁니다. 구체적일수록 재현율이 높습니다. 따라서 만족도도 높아지겠지요."

 "음. 그런가요? 그렇지만 나는 그 음식점의 위치나 점포 이름 같은 세부적인 정보를 모릅니다."

 진철은 난처한 듯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우진은 신 사장의 모호한 대답에 머릿속이 온통 물음표로 휩싸였다.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의 출처를 모른다?'



This is a work of fiction. Names, characters, places and incidents either are products of the author’s imagination or are used fictitiously. Any resemblance to actual events or locales or persons, living or dead, is entirely coinciden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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