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세요?"
"저, 신진철 와이프 되는 사람인데요."
"네? 누구시라구요?"
"신진철 전무 와이프라구요."
인터폰은 대답이 없었다. 얼마 후 굳건하게 닫힌 철옹성 같은 대문이 열렸다.
기품이 흐르는 중년 부인이 슬그머니 나와서 물었다.
"저기 누구신데 그러세요? 여기서 장난치면 안 돼요. 여기 높으신 분 사시는 데거든요."
"신 전무 지금 있어요? 제가 사실 신진철 본처걸랑요. 사장님 따님이랑은 어쩔 수 없이 맺어진 거라 제가 물러나 있었거든요. 즈이 남편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싶어서요. 통 연락이 안 돼 갖구 찾아왔어요."
집사나 다름없는 가정부 이현숙은 뭔가 골치 아픈 일이 엮여 있다고 직감했다. 따라서 이대로 밖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것은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칫하면 큰댁의 명예에 먹칠이 될 수 있는 사안이라 판단했던 것이다.
이현숙은 영미를 대문 안으로 들였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황급히 집으로 달려갔다.
발코니 너머로 사람들이 기웃거렸다. 그 사이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고 있는 아이가 보였다.
영미는 진철을 쏙 빼닮은 아이를 보고 뭔가 일이 잘못 굴러가고 있음을 짐작했다.
세련미 넘치는 옷을 휘감은 젊은 여자가 날이 바짝 선 말투로 물었다.
"저기요, 대체 누구신데 그런 헛소리를 하고 다니세요?"
"어머, 저기가 작은댁인가 보네요. 제가 신진철이 본처 걸랑요. 그럼 그쪽이 나랑 동서 사이네요."
"이 여자가 지금 뭐래? 저기요. 정신 차리세요."
영미는 넋 빠진 사람처럼 눈에 초점을 잃은 채로 말이 없었다.
"저기 아줌마! 이 미친 여자 좀 쫓아내세요!"
수민이 돌아서며 말했다.
영미는 정원에 있는 호박만 한 돌덩이를 힘껏 들어 올려 수민의 머리를 향해 내리찍었다. 수민은 속절없이 픽 쓰러졌다. 영미는 그녀의 몸통에 올라앉아 남아있는 두개골을 짓이 개었다.
"이 썅년아! 이 개 같은 년아! 내가 니 언니라고 씨발년아!"
This is a work of fiction. Names, characters, places and incidents either are products of the author’s imagination or are used fictitiously. Any resemblance to actual events or locales or persons, living or dead, is entirely coinciden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