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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명찰 18

by 마르코니

영미와 은주는 서로의 안타까운 사연을 이야기했다.

영미는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꼈다. 그리고 은주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영미는 감방에 수감 되고도 줄곧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하루하루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로 영미는 인생의 제 2막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바로 교도관의 망나니 역할을 맡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언니가 망나니라고?"

"응, 일종의 망나니지. 교도관이 사주하면 내가 손을 봐주거든."

"어떻게?"

"그냥 안 죽을 만큼 패주거나 그래도 말 안 들으면 불구로 만들어."

"그게 가능해? 그럼 뒷일은 어쩌고?"

"이년아 내가 사형수인데 내일 일이 무슨 상관이니? 그리고 머리 아플 것도 없어. 간수들이 적당히 사고 처리해 줘. 그럼 자기들도 찍소리 못해. 밉보여서 손질 당한 건 데 또 입을 놀리게?"

"그건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데?"

"내가 처음 들어와서 정신 나간 사람처럼 지내다가 쓰러졌걸랑. 눈 떠 보니까 의무실이었는데, 거기서 교도관이 죽지 말래. 사형집행으로 죽는 거 아니면, 자신들도 곤란해 진데. 그러면서 자기들이 부탁할 게 있다면서 한번 들어보라는 거야."

영미는 베지밀 빨대를 한차례 깊숙이 빨고 말을 이었다.

"요주의 인물 몇 명이 감방 분위기를 흐리고 있는데, 나더러 손을 좀 봐달라는 거야. 밑 작업은 자기들이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나는 가서 그냥 패기만 하면 된데. 그래서 직접 하면 안 되냐니까 자기들이 팰 수도 있지만 내가 하는 게 효과가 좋데. 내일이 없는 사형수가 얼마나 독이 쌓였겠냐고 그런 인간한테 사방이 막힌 공간에서 두들겨 맞아 봐. 효과가 즉빵이라는 거지. 자신들의 권위도 올라가고 말이야."

"근데 무슨 이유로 그런데? 수감자들은 간수들에게 복종하게 돼 있잖아?"

"글쎄, 이유야 다양하지. 그냥 말 안 듣는 년, 담배 장사하다가 들킨 년, 몸 팔다가 잡힌 년. 원칙대로 처리하기에는 자기들도 감시 소홀이다, 업무 태만이다, 말이 나오니까. 자체적으로 징벌하는 거야. 적당히 질서도 유지할 겸 말이야."

은주는 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방장이 자신을 괴롭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거기 둘! 어서 들어가!"

은주의 눈동자가 붉어졌다. 그리고 서서히 송곳니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This is a work of fiction. Names, characters, places and incidents either are products of the author’s imagination or are used fictitiously. Any resemblance to actual events or locales or persons, living or dead, is entirely coinciden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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