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남씨.
고맙습니다. 덕분에 급한 불은 잘 껐어요.
그런데 강아지가 뒷다리를 다쳐서요.
(하략)
계남씨.
고마워요. 이제 개는 무사해요.
그런데 동식이가 변소에 빠져서 똥독이 올랐어요.
(하략)
계남씨.
고마워요. 동식이 치료도 이제 끝나갑니다.
그런데 집에 물이 새요. 곧 다가올 장마철이 걱정되네요.
(하략)
계남씨.
매번 감사합니다. 지붕 수리도 무사히 마쳤어요.
그런데 갑자기 도적떼를 만나는 바람에….
(하략)
경식의 편지가 올 때마다 계남은 얼마간의 돈을 동봉해서 답장을 부쳤다. 비록 지금은 힘들지만, 항상 좋은 일이 깃들길 바라고 있다. 자신의 신에게 진심 어린 기도를 빼놓지 않고 드리고 있다는 격려도 덧붙였다.
계남의 기도 값은 아주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의 안주인들에게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경식에게 돈을 송금하는 돈의 액수는 점점 커져 한 번에 직장인의 봉급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계남의 사업은 갈수록 번창하고 있었다. 밤낮없이 돈 봉투를 지참한 손님이 계속 밀려 들어왔다.
계남은 격무에 시달려 고단하긴 했지만, 수입을 생각하면 행복한 비명이 나왔다.
경식이 쓰는 만큼 돈은 금세 다시 모여들었다. 심지어 돈이 들어오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계남은 경식에게 마르지 않는 우물 같은 존재가 되어 주고 있었다.
그러나 계남도 더는 견디지 못하고 최후의 통첩을 하게 되었다.
경식씨.
잘 지내셨나요?
저는 어수선한 주말을 보내고 왔어요.
일이 너무 바빠서 말이에요.
경식씨가 저를 아껴주시고 응원해 주심에 많은 힘을 얻고 있답니다.
우리가 서신을 주고받은 지도 어느덧 1년이 지났네요.
동생 민철이가 치질이라는 지독한 병마와 싸우고 있는 시국에 이런 말씀을 드리게 마음이 좀 무겁습니다만,(민철이도 극복해 낼 수 있을 거라고 희망을 가집시다.) 한 가지 희망 사항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의 관계 발전을 위해 만남을 가졌으면 합니다.
도래하는 성탄절 오후 2시 명동 시계탑 앞에서 경식씨를 기다리겠습니다.
저는 핸드백에 빨간 스카프를 묶어 표식을 남기겠습니다.
빨간 스카프를 찾아주세요.
부디 만나 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게 저의 마지막 우표입니다.
더 이상 우표는 구입하지 않겠습니다.
12월의 시작점에서
계남 올림.
이 편지는 경식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편지를 읽고 경식이 낮게 중얼거렸다.
"벌써 1년이야? 이번에는 좀 오래갔구먼. 그래도 결국 일이 이렇게 이어지는군."
This is a work of fiction. Names, characters, places and incidents either are products of the author’s imagination or are used fictitiously. Any resemblance to actual events or locales or persons, living or dead, is entirely coinciden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