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팔린 나의 오늘: 불완전 판매, 불공정 거래

by 유다름

책 『노모포비아: 스마트폰이 없는 공포』에 소개된 일화 한 가지. 어느 스페인 학자의 페이스북 피드에 광고가 올라왔다. 자유롭게 동성애를 즐길 수 있다는 한 호텔의 광고였다. 그 학자는 과거 동성애자였으나 당시에는 그 성향에서 벗어난 상태였다고 한다. 동성애의 특성상 그는 자신의 옛 성적 지향성을 극도로 비밀스럽게 다뤘을 터. 그런 민감한 정보를 페이스북은 어떻게 알고 그 학자에게 맞춤형 광고를 보낼 수 있었던 걸까.


이 경험을 계기로 이 학자는 동료들과 함께 페이스북을 연구했다. 그 결과를 담은 논문에 따르면 유럽 페이스북 이용자 73%(EU 전체 시민의 약 40%)의 '민감한 정보'가 페이스북 알고리즘에 의해 탐지돼 광고 목적으로 활용됐다. 여기서 '민감한 정보'란 '인종적 민족적 태생, 정치적 견해, 종교적 신념, 세계관, 노동조합 가입 여부, 유전 정보, 생체 인증을 위한 바이오 정보, 건강 정보, 성생활 및 성적 취향에 관한 정보'를 일컸는데, 이런 정보를 유포하는 일은 EU의 정보보호기본법에 위배된다. (이상의 내용은 만프레드 슈피처, 『노모포비아: 스마트폰이 없는 공포』, 더난출판사, p.277-278 참조)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듯, 이제 우리 모두가 잘 알듯, 구글은,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은, 카카오톡은, 네이버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안타깝고 서러운 점은, 이들 없이 세상을 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워진 지금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우리가 이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지금의 디지털 제국을 만든 사람들은 자신들의 서비스가 여과 없이 떠들 자유를, 정보의 바다에서 마음껏 헤엄칠 권리를, 다른 사람들과 끊김없이 소통할 수단을 제공한다고 홍보했다. 이 모든 것을 '공짜'인 척 하면서 자신들의 서비스 대가로 가져갈 것들은 깨알 같은 글씨로 '동의 페이지'에 슬쩍 숨겨둔 채 말이다.


이 '불완전' 판매 행위를 이제 와 그들 탓만으로 돌릴 순 없는 노릇이다. 어찌 됐든 난 동의 버튼을 클릭했고, 이들 서비스로 누리는 혜택도 꽤 많다. 그런데, 이들의 판매가 '불완전'을 넘어 '불공정'하기에 이른다면? 이는 또 달리 따져볼 문제다.


그들이 자신들의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요구하는 건 '나에 대한 정보'이다. 내 나이가 몇인지, 내가 사는 곳은 어딘지, 돈을 얼마나 버는지,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사고 싶은지. 이런 정보는 우리가 주는 대가 중 그야말로 기초 수준에 가깝다.


이들은 우리의 종교관과 정치관, 성적 취향을 알고 있다. 우리가 앓고 있는 질환·질병 관련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어디로 갈 예정인지, 그 위치를 매우 정확히 체크하고 있다. 심지어 나조차도 미처 알지 못하는, 미래의 내가 뭘 좋아할 가능성이 높은지, 그래서 무엇을 살 예정인지를, 꽤 높은 확률로 추론한다고 한다. 우리가 처음 계정을 만들 때만 해도 '공짜'라고 믿었던 SNS와 각종 디지털 서비스들에 우리는 이러한 정보를 지불하고 있다.


이제 생각을 다시 해 보자. 자신의 나이와 성별, 직업, 근로소득과 금융소득, 부모 소득, 종교관과 정치관, 성적 취향, 각종 질환·질병 정보, 위치 정보, 과거와 현재의 소비 성향, 심지어 미래의 내 예상 소비 성향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나를 둘러싼 모든 정보를 누군가에게 판다면, 우리는 얼마를 요구하는 게 적당할까. 우리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액수는 지금의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가와 등치하는가. 과연 '공정'한 거래인가.


우리를 지배하는 디지털 제국은 태초에 그들의 진짜 목적을 숨긴 채 자기 상품을 홍보했다. 이것은 '불완전' 판매이다. 이 판매의 대가로 그들이 가져가는 정보 값은 지나치게 비등가적이다. 이것은 '불공정' 거래이다.


그리고, 이 불완전하고 불공정한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이들은 '불법'을 서슴지 않는다. 다음 편에선 불완전과 불공정을 위해 이들이 자행하는 불법성을 이야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