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두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스탠퍼드 대학교 컴퓨터과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중 서로를 알게 됐다. 둘은 인터넷 링크를 추적해 다른 문서를 찾아내는 '백럽(BackRub)'이란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막대한 컴퓨터 처리 능력을 필요로 했다. '백럽'은 결국 두 사람이 재학 중이던 과가 보유한 컴퓨터의 대역폭을 모두 써 버렸다. 결국, '백럽'은 대학 시스템 전체를 써 버리기에 이르렀는데, 이 '백럽' 프로젝트가 훗날 구글 창업으로 이어졌다.
당시 학교 자원을 이토록 많이 사용하고 있었지만, 페이지와 브린 두 사람은 그들의 프로젝트를 공개하길 꺼렸다. 그러기엔 그들의 아이디어가 너무 훌륭했다. 속된 말로, 돈이 된다는 걸 두 사람은 알고 있었다. 학교 측은 학교 자원을 이용하는 학자로서 연구 내용을 공개할 의무가 있음을 일깨웠고, 마지못해 두 사람은 <대규모 하이퍼텍스트 웹 검색 엔진의 해부(The Anatomy of a Large-Scale Hypertextual Web Search Engine)>이라는 학술 논문을 발표했다.
학과를 넘어 대학교 전체의 컴퓨터 자원을 소진한 프로젝트다. 심지어 구글의 핵심 운용 메커니즘이 담겨 있다. 이 논문의 분량이 얼마나 막대할 지 짐작할 수 있겠는가. 놀라지 마시라. 무려 '14쪽'이나 된다.
사실 이들에겐 더 긴 분량의 논문을 쓸 여유가 없었다. 아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논문이 아닌, 다른 곳에 힘을 쏟고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마치자마자 그들은 학교를 때려치우고 회사를 차렸다. 그 회사가 바로 구글이다.
(이상의 내용은 라나 포루하, <돈 비 이블, 사악해진 빅테크 그 이후>, 세종서적 참고)
이런 과정을 통해 구글을 세울 때 두 창업자가 내건 창업 이념은 '돈 비 이블'(Don't be evil)이다. 그들이 창업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목표는 이 창업 이념만큼 순수했을 것이라 난 믿는다. 둘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를 디지털화해서 이 디지털화된 정보를 누구나 쉽고 빠르게 찾는 세상을 꿈꿨다.
이런 순수함이 있었기에 그들은 학교 재원을 남용하는 것을 '불법'이라 여기지 않았다. 학교의 지원을 받는 학생으로서 그 지원의 대가를 학술적 자료로 남기는 것을 '의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의 목표는 순수했고 고고했으며 다른 무엇보다 '혁신' 그 자체였으므로, 사회의 요구나 규제 따위는 장애물로 여겼을 것이다.
SNS 제국의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는 어떠한가. 그는 하버드대 학생 시절, 학생들의 얼굴 사진을 해킹해 도용한 뒤, 누가 더 매력적인지 투표하는 사이트인 '페이스매시'(FaceMash)를 만들었다. 이 사이트가, 우리 모두가 잘 아는 SNS의 시초다. 그렇다. 바로 페이스북이다.
마크 저커버그 또한 페이스북을 만들며 웅장한 창업 이념을 내걸었다. 모든 인류가 더 쉽고 빠르게 소통하는 세상. 그 순수하고 고고하며 무엇보다 '혁신' 그 자체인 창업 이념과 비교해 볼 때, 사회의 요구나 규제 따위는 장애물에 불과했다.
이들의 이런 태도는 디지털 제국을 확장해 가면서도 바뀌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대담해졌다. 지금의 디지털 세상이 있기까지 이들이 저지른 불법성을 살펴보자.
구글은 구글 스트리트 뷰를 만들 때 개인의 집, 차량, 심지어 사람의 얼굴까지 노출되는 문제가 있었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사진을 찍겠다는 허락을 구하지 않았다. 이렇게 확보한 위치 정보로 그들은 막대한 돈을 벌었다.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 알고리즘은 사용자로 하여금 점점 자극적인 콘텐츠를 보도록 유인한다. 그 자극적인 콘텐츠엔 폭력적이거나 외설적이거나 정치 편향적이거나 사회 음모론적인 것이 가득한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어떠한 시도도 구글은 하지 않는다.
이용자가 머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를 노출시키는 방법론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도 예외가 아니다. 더 나아가 메타는 이용자가 어떤 게시물에 노출될 때 더 감정적으로 반응하는지, 그래서 자신들의 서비스에 더 오래 머무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용자의 뉴스피드를 조작해 감정 전염 효과까지 직접 연구했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과 무한 스크롤은 이용자로 하여금 도파민 상습 분비를 유도해 약물 중독에 필적하는 심리적 의존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지 오래지만 메타의 SNS, 즉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서 좋아요 버튼과 무한 스크롤은 결 없어지지 않는다.
페이스북은 서비스 초기부터 사용자의 개인정보 공개를 확대 유도하도록 인터페이스를 설계했다. 이러한 교묘한 유도를 국제 비영리 디지털 권리 단체 EFF(전자 프런티어 재단)는 '프라이버시 저커링(Privacy Zuckering)'이라 명명했다.
'프라이버시 저커링'은 교묘하고 기만적인 UI/UX를 통해 사용자가 의도치 않게 개인 정보를 더 많이 공개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는 저커버그의 메타뿐 아니라 디지털 기업 대부분이 자사 서비스를 유지·확대하기 위해 벌이는 일종의 기만 행위로, '다크 패턴'(Dark Pattern)이라 부른다. 다크 패턴을 활용한 이들의 불법성 역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잠깐만 열거해 보자.
- 미끼 가격 제시: 노출 화면엔 낮은 가격을 표시해놓고 결제 과정에서 가격 올려치기.
- 정보 비대칭 배치: 혜택 정보는 큰 글씨로, 이로 인해 감내해야 하는 기회 비용은 콩알만 한 글씨로 써 놓기.
- 자동 갱신·결제: 무료로 구독을 유도한 뒤 이용자에게 아무 말 없이 유료로 전환하기.
- 디폴트를 활용한 사전 선택: 사업자에겐 유리하고 사용자에겐 불리한 상품을 디폴트값으로 설정해 소비자들이 실수하면 꽁으로 웃돈 먹기.
- 이탈 저지 설계: 서비스 해지나 탈퇴 버튼을 꽁꽁 숨겨 두거나 "정말 해지하시겠습니까", "이렇게 혜택이 많은데 정녕 포기하시렵니까"라면서 계속 괴롭히기.
'Don't be evil'을 창립 이념으로 내세웠던 그들의 순수와 열정은 어디로 갔을까.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난 그들의 목표가 이 표어만큼이나 순수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들이 간과한 것은, 목표와 현실 사이의 '이해 충돌'이다. 그들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이용자들을 괴롭히도록 서비스를 설계할 수밖에 없는 '역설'이다. 이 이해 충돌과 역설 사이에서 그들은 주저 없이 'Don't be evil'이란 창립 이념을 버렸다.
실제로 구글은 2018년 윤리강령에서 이 슬로건을 완전히 삭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