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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짠짠이아빠 Feb 08. 2020

아기 사진 찍고 보관하고 나누기

Thanks to Google Photo

사진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크게 관심 없고 잘 못 하는 사람이 바로 나. 아내를 만나고 나서야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같이 어딜 가면 "내 사진 좀 찍어줘" 하는 아내의 주문을 받고서야 폰 카메라를 꺼내는 수준이다. 그나마 폰 카메라가 있어서 다행이지 만약 카메라를 들고 다녀야 했다면 사진과 담을 쌓고 살았을 게 뻔하다. 아내에게 수년간 훈련을 받다 보니 사진 찍는 버릇은 조금 생겼는데 찍은 사진의 수준은 갈 길이 멀고 찍히는 거는 항상 아내에게 표정을 지적받는다. 그래도 스스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는 데 나는 만족하는 중.

예전에는 뭐 굳이 사진을 찍나 기억 속에 남기고 아니면 흘러가는 대로 사라지면 되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아주 건방진 생각이었다는 거를 깨달았다. 꽤 오래전에 남긴 사진을 꺼내보고서야 알게 된다. 사진이라는 도구 없이 기억을 보관하기가 아주 어렵다는 걸. 내 기억력이 그다지 믿을 만한 게 아니라는 걸. 30대가 되니 지난 주말에 뭘 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카메라 보고 웃을 줄 모르는 남자(feat. 신혼여행)


이제는 뭔가 기록하고 싶을 때 사진을 찍곤 한다. 스마트폰 덕분에 찍고 보관하고 다시 보기도 용이하고, 나처럼 사진에 시간과 노력을 들일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는 아주 편해진 세상이다. 여기에 짠짠이가 태어나고 나니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순간이 많아서 폰에 저장된 사진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볼 때마다, 볼수록 신기한 우리 아들. 나도 아내도 틈만 나면 사진을 찍었다. 

짠짠이 사진의 주요 수요층인 다른 가족들, 특히 부모님들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살짝 고민이 되었다. 단체 카톡방에 사진을 퍼 나르려니 번거롭고 카톡지옥이기도 하고 별도로 저장하지 않으면 사진도 사라져 버리니 여러모로 별로였다. 그러다 어느 날, 평소에 별생각 없이 사용하던 구글포토(Google Photo)에 있는 '공유' 탭이 눈에 들어왔다. 어 왠지 다른 유저들이랑 실시간으로 사진을 공유하는 기능이 있는 거 아냐 싶어서 이리저리 만져봤는데, 결과는 대만족! 내가 생각했던 기능이 그대로 있고 생각 못했던 부가 기능까지 있었다. 구글포토에 공유폴더를 만들어서 가족들을 초대하고 짠짠이 사진을 공유하니 여러 장점이 있다.


1. 공유폴더 내 멤버 누구나 사진 업로드 가능
2. 사진 업로드 시 멤버 모두에게 알림 메시지
3. 폴더 내에 댓글/좋아요 기능으로 소통
4. 폴더 내 사진/영상을 티비 화면에 미러링 하여 감상
5. 시댁/처가에 손주 사진 카톡 할 필요 없음


특히 5번 장점이 아주 맘에 든다. 카톡지옥에서 해방되는 것이 핵심. 매번 번거롭게 사진을 카톡방에 나를 필요 없이 공유폴더에 올리면 가족들이 알아서 보고 댓글 달고 좋아요 누르고 재미나게 활용할 수 있다. 우리들은 주로 사진만 올리고 댓글 지분의 99%는 장인어른과 우리 엄마. 어떻게 사진 올릴 때마다 매번 새로운 멘트로 댓글을 다시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좋은 건 같이 보고 댓글 달고 좋아요 누르고 가끔씩은 큰 화면으로 같이 보는 맛


구글포토 공유폴더 기능이 별로 안 알려져 있는 건지 IT에 익숙한 내 주변 친구들도 쓰는 사람을 못 봤다. 그러니 부모님들은 더 어색할 수밖에 없는데도 각자 폰에 세팅을 해드리고 나니 너무들 좋아하셨다. 매일매일 손주 사진을 기다리는 나날. 여기서 우리 아버지는 새로운 취미를 개발하셨는데, 짠짠이 폴더에 있는 사진과 영상을 직접 편집해서 콜라주를 만들기 시작하셨다. 일찍 일어나시는 분이라 주로 새벽시간에 작업물이 올라오는데 처음에는 간단한 필터만 사용하시더니 점점 작업물이 화려해지고 손주 표정 캐치도 훌륭해지는 중. 그러다 보니 우리도 은근히 아버지 작품(?)을 기대하게 된다. 손주와 자식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것이라 재밌고 신기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뭔 어플을 쓰시냐고 여쭤봐도 그냥 "그런게 있어" 하시고는 새벽마다 올라오는 작품들


아기와 함께 사는 일상은 주로 집 안에 머무르며 비슷하게만 흘러가지만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순간은 한가득이고 나중에 꺼내보면 하나하나 다 신기하다. 특히 유아기 시절은 하루가 다르게 모습이 달라지고 할 줄 아는 게 늘어나니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항상 새롭게 느껴진다. 평일의 뻔한 일상, 가끔 주말/휴일에 시도하는 외출, 큰 맘먹고 가는 여행까지 매일매일 사진을 찍고 가족들과 나누고 그걸로 즐거워하는 나날. 우리 가족의 새 식구 덕분에 다들 사진놀이가 일상이자 취미가 되어간다. 나중에 아들이 이 시절 자기 사진을 보면 어떨까, 무슨 생각을 할까, 뭐라고 할까.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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