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힘들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 예전에는 육아를 신성시함과 동시에 외면하는 문화가 있던 탓에 육아가 힘들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드러나진 않은 것 같다. 우리 어머니들은 "옛날엔 그냥 다들 그렇게 했어~" 하는 말로 그 오랜 시간을 표현하셨다. 요새는 육아의 즐겁고 힘든 이야기가 다양하게 공유된다. 인터넷이나 주변 지인들로부터 육아생활에 대해 많이 보고 들은 덕분에 그리고 그 탓에 많은 준비와 두려움을 안고 육아를 시작했다. 역시나 힘들다고 한 부분은 힘들더라. 브런치에는 즐거운 기억들과 긍정적인 생각 위주로 쓰다 보니 육아를 열심히 잘하는 사람으로 오해(?)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렇듯이 대략 50%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흘러가고 30%는 고되고 쓰고 20% 정도는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나 싶다. 여태껏 20%의 단맛 위주로 글을 써왔으니 이번엔 30%의 쓴맛에 대해.
기본적으로 육아는 고된 육체노동이다. 먹이고 씻기고 놀고 달래고 모든 일들을 부모가 몸으로 해야 한다. 게다가 이전에는 없던 집안일이 대폭 추가된다. 무엇보다도 수면의 양과 질이 나빠진다는 게 큰 문제다. 일은 100에서 200으로 늘었는데 체력은 100에서 70 정도로 내려간다고 하면 부하는 3배 정도 된다. 특히 새벽에 깨는 아들을 전담하고 주요 집안일을 총괄하는 아내의 부담이 컸다. 다른 집안일은 내가 맡더라도 아들 관련된 일은 아내가 맡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아들이랑 하루종일 같이 있는 사람이 알아보고 실행하는 게 효율적이니.
아내는 똑똑한 사람이다. 어디에서나 유능하고 인기가 많고 일도 많이 하는 타입. 그런 면모가 육아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많은 걸 알아보고 아들에게 부족함 없이 최선을 다하려고 애쓴다. 자기가 노력해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게 있으면 그걸 마다하지 않는데 그 와중에 본인의 체력이나 정신력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래서 결과물은 좋으나 항상 지쳐 보이는 게 걱정이다.
반면에 나는 효율적이고 쉽고 편한 길을 선호한다. 뭐든 적당히 해야 지속가능하다는 생각에 대략 80% 정도 힘을 쓰고 20%는 여유를 두려고 하는 타입. 적당한 수준으로 쉽게 만족하는 사람이다. 복잡하고 번거롭고 귀찮은 걸 싫어하는 게으름뱅이라고 할까.
이 정도면 되지 vs 이 정도는 해야지
영 다른 가치관의 두 사람이 살면서 많이 부딪혔다. 각자의 영역에 대해서는 각자 뜻대로 하면 되는데 결혼을 하고 특히 육아를 하면 같이 해야 할 것이 많다. "각자 알아서", "깔끔한 분담" 이런 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하나하나마다 생각이 다르면 다툼이 잦아진다. 아이 이유식 먹이기로 예를 들어보자. 아내는 직접 소고기와 채소를 삶고 갈아서 수제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자고 한다. 그럼 나는 그건 너무 손이 많이 가고 당신이 너무 힘들다. 설거지도 많이 생겨서 나도 번거로우니 적당한 제품 배달시켜서 먹이자고 한다. 여기서 아내는 자기가 노력해서 더 좋은 걸 하겠다는데 감사하게 생각하기는커녕 딴지나 거는 남편이 원망스럽고 나는 저거 한다고 시간 쓰고 체력 쓰면 나중에 힘들다고 하면서 왜 저러나 싶다. 육아로 인해 200만큼은 할 일들이 기본인 상황에서 아내는 300 정도를 170:130으로 하자는 거고 나는 240 정도를 120:120으로 하자는 거다. 둘 다 100 이상을 하는 상황이니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고 둘 다 자기 생각의 이유와 상대에 대한 불만을 가지게 된다. 저 숫자를 200 이하로 줄이면 좋겠지만 그런 방법은 없다.(있으면 제발 알려주세요.)
전쟁과 평화를 수천번 반복하는 우리 부부
육아의 가장 큰 슬픔은 아이 때문에 배우자와 싸우고 서로 상처 주는 것이다. 나는 이게 더 좋은 거 같아서, 아이를 위해, 우리 가족을 위해 이렇게 하는데 그래서 배우자와 갈등이 생긴다는 게 속상하고 힘든 일이다. 셋이 재밌게 행복하게 살 시간도 모자란데 왜 이러고 있나. 저 사람은 대체 왜 저러는 걸까. 결국 같이 행복하자고 하는 건데 어쩌다 이렇게 이상한 길로 들어섰나. 이런 생각들이 가장 큰 슬픔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서로 양보하고 대화를 많이 하고 이해해야죠.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면 서울대 간다는 말 같다. 우리도 아직 모른다. 어떻게 해야 육아의 슬픔에 빠지지 않고 빠지더라도 쉽게 벗어날지 아직 모른다. 다만 계속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금씩 연습하는 중이다. 요즘 종종 사용하는 방법은 잠시 멈추고 각자의 방식대로 휴식을 취한 후에 다시 대화를 시도하는 것. 나와 아내의 경우 주변의 친구들이 감사한 휴식처가 되어준다. 친구와 대화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런 후에 다시 생각을 해보면 아 굳이 그럴 필요 없었는데 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한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주면 같이 슬픔에서 벗어 나오게 된다. 이것 또한 글이나 말은 쉽지 매번 순조롭지는 않다. 계속 노력하고 배워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쉽진 않지만 그래도 계속 손잡고 갑시다